[Preview] 거울은 무엇으로 잘못되는가? -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낯선 질문의 숲으로
글 입력 2020.05.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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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시안 5 세로-02.jpg

 

 

르네 마그리트, 귀에도 입에도 익숙한 그 이름이지만 곧잘 그가 누구였던지, 대략 화가의 이름이었던 듯한데, 그의 대표작은 무엇이었던지를, 나는 금방 상기시킬 수 없었다. 내가 미술을 잘 모르기 때문이고,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온 탓이다. 그러나 곧 그의 작품을 보자마자, 여기서 또한 낯선 친숙함을 획득한다. 이름과 회화가 다만 따로 떨어진 채로, 내게 와 있었다. 이미.

 

미술을 낯설어하는 이에게도 이렇듯 친숙한, 그의 전시회에 가볼 기회가 생겼다. 미술 문외한인 나로서는 참 기대가 되는 참인데, 무어건 새로운 것에 있어 갖게 되는 흥분감과 낯선 창작물에서 선사 받게 될 영감들에 대한 기대감의 덕택이다.

 

글을 쓸수록 내 안에 마련해둔 글의 질료는 바닥을 드러내 가고, 이제야 글의 새 질료, 영감들을 수집하고자는 마음을 열렬히 가진다. 그러한 필요를 안고 있던 차에, 저 이름과 그의 대표작들을 보게 되자, 곧바로 이러한 흥분과 기대감을 갖게 되는 일이란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그림이 내 품 가득, 영감을 안겨다 주리라는 예감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골콩드, 1953, 캔버스에 유채.jpg

<골콩드>, 1953, 캔버스에 유채, 80.7cm x 100.6cm

©2020 C.Herscovici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어디서 이 그림을 봤던지 나는 기억 못 한다. 이름조차 낯설다, ‘골콩드’란다. 그러나 하늘 가득 메운 인간의 비인 이 이미지는, 충격적이진 못하더라도 충분히 낯설어 기억 속 단단히 자리매김해 있다. 그의 예술적 의의가, 대략 이러한 곳에 있지 않을까, 나는 아직 그를 잘 모르면서도 이런 의문을 충만히 가져본다. 익숙한 곳에 도사린 낯섦, 그것이 선사하는 아주 새로움의 감각.

 

 

‘화가’보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던 마그리트는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왜 화가보다 생각하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했을까. 저 요청의 안에 도사린 필요를 헤아려보며, 궁금해하며, 그의 전시회를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대단히 실례되고 잘못된 말이겠지만, 화가를 묘사가로 칭하고 그 대립 항에다가 ‘생각하는 사람’을 두어본다면, 그는 다만 그림을 통해 저기 바깥의 것인 세계가 아닌, 자신의 사유를 여실히 표현하고자 하였으리라는 결론을 안게 된다.


그러니까 세계와 정물의 묘사가가 아닌, 자신의 사유와 그 사유가 짜내는 심상 세계를 표현하고자 한, ‘표현가’이고자 했다는 추측이다.

 

 

잘못된 거울, 1935, 캔버스에 유채, 19x27cm.jpg

<잘못된 거울>, 1935, 캔버스에 유채, 19cm x 27cm

©2020 C.Herscovici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왜, 눈은 잘못된 거울이 되는가. 눈이 거울이 되기 위해 우선, 무언가 비추는 것인 대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저 눈동자 위에는 하늘과 구름, 곧 세계가 비추어져 있다. 대상을 반사함으로써 눈은 거울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으나, 화가는 제목에 단단히 명시하였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 ‘잘못됨’의 까닭이 되는가. 애초에, ‘잘못된 거울’은 어떤 거울인가. 어떤 거울은 잘못된 거울이 되는가. 어려운 답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즐겁고도 유의미한 질문의 연속이다.

 

질문은 연쇄된다. 화가 마그리트는, 아니 표현가인 그는 이렇듯 잔뜩 함축된 질문 하나를 게시하고, 나는 곧 그 질문의 숲을 따라 걷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기쁘지 않을 수 없을 일이다. 질문과 그 안 가득 찬 풍만한 사유의 정원을 따라 거닐다 보면, 영감은 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니 말이다. 그리고 더하여, 그 연속된 질문 중에서, 비로소 낯선 시선 하나를 획득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유사 이래 아예 새로운 것이 없었다는 모 씨의 말처럼, 나는 그 안에서 아예 새로운 것을 얻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치는 않는다. 외려 그도 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는 이리도 친숙한 것들에서, 다만 가리어진 의미를 낯설게 선보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끝없이 새로움을 바라는 내게, 그가 어쩌면 이미 있는 것들이나 다시 보라고 묵직하게 권고해 올지도 모르겠다.

 

 

마그리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작품 소재로 선택하였다. 담배 파이프, 돌, 중절모, 새 등 친숙한 대상들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였다.

 

이번 전시는 감각의 환기를 선사하고 상식과 관습을 뒤엎은 마그리트의 작품 세계를 통해 감정적 해방감을 만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정말로 그가 낯선 시선으로 날 이끌길,

강렬히 기대하고 또 고대한다.

질문의 숲, 낯선 질문들의 숲으로 곧 간다.


 

포스터 시안 6-05.jpg


 


 

 

[전시 소개]


2020년 4월 29일(수)부터 9월 13일(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문화복합몰 '안녕인사동'에 위치한 '인사 센트럴 뮤지엄'(Insa Central Museum)에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개최된다.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크게 흥행한 <인사이드 마그리트 Inside Magritte> 전시는 이탈리아 영상 디자인 스튜디오인 페이크 팩토리(Fake Factory)가 감독하고, 크로스미디어(Cross Media) 그룹과 브뤼셀 마그리트 재단이 직접 지원 및 전시 기획에 참여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전시에는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 - AR 증강현실, 실감형 영상 기반 체험물, 모노크로매틱 라이트, 교육 체험물 등의 콘텐츠가 추가되었다.

 

이번 특별전은 회화, 사진, 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 점에 달하는 주옥 같은 작품들로 이루어진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다. 최신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재해석 된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하고자 기획되었다. 작품 소개뿐만 아니라 비극적인 어머니의 자살과 인생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아내 조르제트와의 만남 등, 그의 예술적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과 주변인물에 대해서도 함께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감각의 환기를 선사하고 상식과 관습을 뒤엎은 마그리트의 작품 세계를 통해 감정적 해방감을 만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

 

르네 마그리트는 20세기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이자 초현실주의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20대 초반에 벨기에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기 시작한 마그리트는 우연히 카탈로그에 실린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 <사랑의 노래>를 보게 되었다. 이 작품에 큰 충격을 받은 마그리트는 이후 초현실주의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 시인 폴 엘뤼아르 등과 교류하였으나 192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꿈의 세계, 무의식을 중시한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는 다른 시각 예술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냈다.

 

마그리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작품 소재로 선택하였다. 담배 파이프, 돌, 중절모, 새 등 친숙한 대상들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 부르는데, 이는 20세기 문화와 예술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까지도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현대 대중문화의 '자양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은 유명 뮤지션의 앨범 재킷에, 또한 영화 <매트릭스>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 영감을 줬다. 그 외에도 건축, 광고 등 대중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쳤으며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작품 <쾌감의 원칙>(1937)이 한화 약 329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연인>(1928), <이미지의 배반>(1929), <빛의 제국>(1950), <골콩드>(1953), <사람의 아들>(1964) 등이 있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서상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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