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말 오전의 늦장을 꿈꾸며,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음악]

글 입력 2020.04.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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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거기에 주말 오전을 떠올려보자. 절대적이고 상대적으로 길고 긴 평일이라는 터널을 지나 드디어 주위를 살필 수 있는 짧은 구간이다. 긴 어둠 후의 트인 창 밖의 풍경을 하나 하나 담게 되듯, 주말 역시도 그동안 우리집은 잘 있었는지, 내 방, 내 침대도 안녕한지, 창가에 들어오는 햇살이 조금 더 늘었는지, 널어 놓은 빨래는 바싹 말랐는지 하나 하나 챙기게 된다.

 

하지만 실은 내 몸 챙기기에도 녹록치 않은 주말이기도 하다. 아주 가끔은, 금요일 저녁의 들뜬 마음을 감당한다고 고생한 몸이 마음껏 무거워지는 시간이기도 하고, 시간이 주인이 된 평일 대신 주말만큼은 시간에 주인 행세를 맘껏 해보고 싶어서 이부자리에 딱 자리잡아 절대 바삐 움직이지 않고자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렇게 쉽사리 이불과 떨어질 수 없을 때, 듣는 목소리, 그리고 앨범이 있다.


 

 

Amy winehouse


 

[크기변환]Best-Amy-Winehouse-Pictures.jpg

 


“사망 소식으로 알게 된 그녀다. 온갖 멍이 들고 헝클어진 머리에, 관자놀이까지 두껍게 끌어올리 아이라이너 눈매. 눈빛은 날이 섰고 볼은 움푹 파여서, 모든 것이 충격적이었다. 2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음이라는 소식이 어쩜 그녀 자신에게만은 희소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정말 어쩌면, 마지못해, 죽음을 택하는 게 보다 나은 선택지였을지도 모를 그녀가 부른 노래가 궁금해졌고 그렇게 들은 첫 음악이 Back to black 이었다.”


- 언젠가 쓴 일기 중에서


 

좋아하는 만큼이나 설명을 아끼는 아티스트, 바로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목소리를 사랑한다. 소울, 알앤비에 전혀 무지하던 중학교 1학년 시절, 아티스트를 오빠라고 부르는 게 더 익숙하고 좋았던 그 때, 한 여름 날의 실시간 검색어에서 낯선 글자를 보게 되었다. ‘에이미 와인하우스’. 그리고 연이어 보이는 ‘에이미 와인하우스 사망’.

 

긴 여덟 글자와, ‘와인’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만든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설마 사람의 이름일거라 생각 못했던 나는 자연스레 에이미 와인하우스라는 1위 검색어를 클릭했고,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짙은 아이라인과 길고 긴 머리를 무겁게 틀어 올린 헤어스타일, 거기에 양 팔의 어마무시한 타투들. 독특했던 이름만큼이나 독특했던 그녀의 비주얼이 당시 내겐 충격이었던지, 한참 그녀의 사진을 들여다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깡마른 몸매에 ‘팝스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옷차림들, 뭔가 알 수 없는 예민함과 폭력의 흔적이 난무했던 그녀의 파파라치 사진들. 27살의 나이라기엔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잃었던 듯 보였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로 들은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은 짧고 진한 그녀의 인생으로 들어가게 된 첫 통로가 되었다.

 

에이미의 음악과 목소리는 내가 미처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깊숙한 곳까지 나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소울이 얼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박자를 어떻게 타며 적절한 타이밍에 아무나 할 수 없는 기교를 선보이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나는 그녀의 목소리로 때로는 난폭한 양아치가 되었고 때로는 사랑 말곤 남은 게 없는 처절한 여자가 되었다. 또 때로는 술에 절은 망나니까지. 그녀는 그렇게 내게 은근한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에이미의 유작 < Lioness : hidden Treasures >


 

[크기변환]lioness.jpg

 


“음반 타이틀로 내건 비보(秘寶)나 보배를 뜻하는 어휘 'treasures'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숨은 보석'이란 표현은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라 에이미 와인하우스 음악의 정체성, 그것도 포장되지 않은 날 것의 진정한 정체성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하다.

 

미공개 트랙들의 모음이기 때문에 질서와 통일성을 구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아는 데는, 그의 새로운 곡을 들어보고 싶은 욕구를 다스리는 데는 조금의 손색이 없다. 완벽한 신보가 아님에도 숨길 수 없는 천재성이 전편을 수놓는다. 빈티지 무드 그리고 그의 별명이자 레이블 타이틀인 '암사자(Lioness)'와 같은 보컬 하나만으로 만족지수는 충분하다. 다 들으니 아쉬움이 더 깊어진다. 아쉬움과 그리움의 한숨이 한곡 한곡을 질펀하게 휘감는다.”


- 음악 평론가 임진모


 

< Back to black > 앨범을 계기로 내게 에이미와 그녀의 음악은 알면 알수록 궁금한 미스터리한 사건이었다. 내내 추적했다. 무슨 마음으로, 어떤 상황에서, 누구에게 노래했는지 궁금했다. 차근차근, 누군가의 전기를 읽듯 첫 앨범 < Frank >를 듣고, 그녀 인생의 명언과도 같은 < Back to black >을 곱씹다가 듣게 된 미완의 앨범 < Lioness : hidden Treasures >.

 

이전의 두 앨범이 단 한 트랙도 힘을 놓지 않은, 많은 공을 들인 느낌이라면 마지막 앨범은 편안하고도 여유로운 느낌이었다. 이미 어느정도 인정을 받은 직후의 작업이니 조금은 마음을 내려 놓고 곡을 쓴 것일지, 혹은 이런 저런 수난 끝에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었던 그녀의 바람이 담겨있어서일지, 비록 단 두 곡 말고는 모두 이전 트랙의 미공개버전이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남은 앨범이 그녀가 원하던 모습이기를 바란다.

 

잠깐이라도 물 위에 둥둥 떠다니듯 편히 누워 듣는 에이미의 편한 목소리가 좋다. 애쓰지 않고도 집중할 수 있게 된 이 앨범이 꼭 그녀의 마지막 모습 같다. 관심 혹은 비난을 사는 일에도, 사랑에도, 힘쓰지 않고 그저 흘러 흘러가게 된 그녀의 여유로운 목소리. 그제서야 스스로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마지막 목소리. 그녀의 음악을 타고서 보내는 주말 오전은 정말이지 늦장을 부리고 싶은 욕심이 마구 든다. 온전한 나의 주말 아침을 선물해주는 이 앨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세 음악을 소개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

Our Day Will Come

 


 

Our day will come (Our day will come)
우리의 날이 올 거야 (우리의 날이 올 거야)
If we just wait a while
우리가 그냥 좀 기다린다면
No tears for us
울 일은 없어
Think love and wear a smile
사랑을 생각하며 미소를 지어

 

 

**

Tears Dry (Original Version)

 


 
He walks away
그는 떠나가고
The sun goes down
태양은 지고
He takes the day, but I'm grown
내 날들은 지나가지만 난 성장했어
And in your way
그리고 너의 그림자,
In this blue shade
잿빛 그늘 속에서
My tears dry on their own
내 눈물은 그저 마를 뿐

 
***
Wake up alone
*< Back to black >앨범에 실린 원곡보다 더 좋아하는 버전이다.
느즈막히 듣다보면 몸과 함께 시간도 축 늘어지는 느낌이다.
 

 
It's okay in the day,
낮엔 괜찮아
I'm staying busy
바쁘게 지내니까
Tied up enough
일에 충분히 묶여서
so I don't have to wonder where is he
그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돼
Got so sick of crying, so just lately
우는 것도 질려서, 요즘엔
When I catch myself I do a 180
마음을 다잡을 때, 완전히 행동을 바꾸지
I stay up, clean the house, at least I'm not drinking
자지도 않고, 집 청소를 해, 적어도 술은 안 마셔
Run around just so I don't have to think about thinking
그냥 돌아다니면 생각을 생각하지 않아도 돼
That silent sense of content that everyone gets
누구나 느끼는 그 조용한 만족감은
Just disappears as soon as the sun sets
해가 지자마자 그냥 사라져

 

 

He fierce in my dreams seizing my guts
그가 꿈에 뚫고 들어와 내 속을 뒤집어
He floods me with dread
두려움으로 넘치게 해
Soaked in soul
영혼에 번지곤
He swims in my eyes by the bed
그는 침대 옆 내 두 눈에서 헤엄쳐
Pour myself over him
그에게 날 붓고
moon spill in
달은 쏟아내리고
And I wake up alone
그리곤 홀로 깨어나지

 
 
 
 

권소희.jpg

 


[권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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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amy
    • 좋은 글이네요. 말씀하신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를 오래 듣지 못해 안타깝지만 어쩌면 다 하고 갔다는 생각이 드네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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