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다 - 정크, 클라운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팬터마임극
글 입력 2020.04.1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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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k[정크] 쓸모없는 물건 + Clown[클라운] 광대. 쓸모없는 물건을 가지고 노는 광대의 이야기.
 
선풍기 날개, 고장 난 청소기, 찌그러진 냄비와 깨진 바가지. "이런 고물들로 뭘 할 수 있어?", "우린 뭐든 할 수 있어!"
 
선풍기 날개는 헬리콥터가 되어 하늘을 날고, 고장 난 청소기와 호스는 태풍을 만들어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찌그러진 냄비와 바가지는 물고기가 되어 헤엄을 친다. 네 명의 광대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환상의 세계.



 

정크를 활용한 시간예술


 

<정크, 클라운>은 대사 없이 신체 움직임으로만 이루어진 작품으로,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해 버려진 고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활용하는 팬터마임 극이다. 사실 필자는 이전에 팬터마임극을 본 적이 없었기에, 이 연극에 대해서 많은 궁금증을 안고 있었다.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라면, 정말 50분가량을 침묵 속에서 공연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관객의 시선을 행동을 통해서 잡아두어야 하는데, 오로지 고물만을 이용해서 극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는 것인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또한 <정크, 클라운> 무대는 택배 박스와 넓은 통, 그리고 나무박스가 일렬로 놓여 있는 형태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었기에, 연극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위 연극의 매력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무언극이라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했던 것이 무색하게, <정크, 클라운>은 연극 시작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55분 동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유쾌하고 색다른 시간을 선사해 주었다. 기다랗고 낡은 주황색 호스는 코끼리 코가 되었다가, 출렁거리는 바닷물이 되기도 하고, 칭칭 감아서 목도리도마뱀이 되기도 한다. 호스뿐만이 아니다. 냄비뚜껑은 코끼리 귀가 되었다가, 순식간에 씽씽 달리는 자동차 핸들로 변해버린다.

 

<정크, 클라운>에서는 선풍기 날개, 고무장갑, 물바가지 같은 오래된 고물은 단지 빛바랜 잡동사니가 아닌, 상상력을 무한히 펼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특별한 존재가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폐품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창조하는 정크 아트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반적인 정크 아트의 형식에서 더 나아가서 수집한 폐품을 콜라주 하여 2차원 평면에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시간예술에 고물을 결합해 연극으로 나타낸 형식이기에 더 신선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정크,클라운 사진 (6).JPG

 


또한 55분이라는 시간 동안 일상의 폐품을 사용해서 닭, 오토바이, 트럭, 물고기, 인어, 물뱀, 코끼리…등등 셀 수 없이 다양한 모습들을 소화해낸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력 덕분에 연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에 ‘you raise me up’ 노래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영상에서 버퍼링이 걸린 것과 같은 느낌으로 행동이 느려지며 표정을 바꾸다가 노래가 끝나는 즉시 이전의 움직임으로 돌아오는 장면을 볼 때면 어느새 깊이 빠져들어 연극에 몰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크, 클라운>은 뛰어난 완급조절과 노래에 맞춘 동작, 배우들이 소리 내는 효과음 등 팬터마임 극에서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을 모두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일상이 예술이 되다.


 

연극을 보면서 깨달은 것은, 일상의 사물을 예술의 경계로 끌어온다는 점에서 뒤샹의 작품 <자전거 바퀴>, <부러진 팔에 앞서>와 <정크, 클라운>이 보여주는 것이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이다.


회화적인 처리를 거친 작업만이 예술이 아니라 일상의 물체도 예술이 될 수 있으며, 일상의 오브제가 가공하는 사람 (작가, 위 연극에서는 배우)의 아이디어에 의해서 예술작품으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뒤샹의 작품과 <정크, 클라운>이 보여주는 모습은 결코 다르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정크,클라운 사진 (1).JPG

 


연극의 마무리도 인상적이었다. 고물을 가지고 재미있게 조합하며 놀던 배우들의 움직임을 멈춘 것은 갑자기 내린 폭우였다. 비에 젖어가는 고물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 놀이를 멈추고 구멍이 송송 뚫린 우산을 편 후 하늘을 우두커니 보는 배우들의 모습은 아이들이 펼치던 상상의 나래가 소나기라는 현실로 인해서 사라진 것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결코 슬픈 결말은 아니다. 비록 비가 내리는 자리에는 잡동사니와 아이들만 남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전혀 우울하지 않다. 한 명은 방긋방긋 웃고 다른 한 명은 주룩주룩 내려오는 비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는 모습은 비가 개고 나면 금방이라도 다시 신나게 상상 놀이를 펼칠 것만 같다. 그게 아니라면, 저 비를 통해서도 새로운 이미지를 떠올려 창작을 이어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정크 클라운>에서 선보인 55분의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고 유쾌한 시간이었다.






정크, 클라운
- 넌버벌 마임극 -


일자 : 2020.04.08 ~ 2020.04.12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장소 : 알과핵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25,000원

  

주최/주관

전문예술법인 극단 현장


관람연령
만 5세 이상

공연시간
55분




 
극단 현장
 
 
1974년 설립된 (사)극단 현장은 '일상의 경험을 무대 위로 가져가고 무대 위에서의 깨달음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순환'을 통해 우리 삶의 원리를 터득하고 그런 삶 속에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전문공연장인 '현장아트홀'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사 연극을 비롯한 아동가족극, 넌버벌 마임극, 지역대표축제 주제공연 등의 창작 활동과 문화 예술 교육, 축제 기획 등의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2005년에 사단법인으로 전환을 하고 2008년에 전문예술법인 지정을 받았으며, 202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형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을 받는 등 극단의 효율적인 운영 방식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습니다.
 
 

윤수현 태그.jpg

 

 



[윤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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