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 사랑의 세 얼굴

세 여성의 사랑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
글 입력 2020.03.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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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솔직한 여성들의 사랑에 관한 연극은 처음 본다. 헤라, 아르테미스, 아프로디테. 너무 유명한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여신들은 지금 시대의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신들도 사랑 앞에선 그저 여성이었다, 3명의 여신들의 사랑에 관한 가치관, 생각, 이야기는 각각 다르지만 그 안에서 지금 현실을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다.

 

먼저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이자 우리에겐 질투의 여신으로 잘 알려져 있는 여신이다. 바람기 많은 제우스 때문에 항상 마음고생을 하고, 제우스와 관련이 있는 여자들을 괴롭히고 복수하는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릴 때부터 제우스가 바람피우는 건 잘못했지만, 헤라가 그 여성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헤라는 질투심이 너무 강하고 무서운 여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헤라는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 연극 속의 헤라는 그저 한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은 한 여자였다. 제우스를 정말 사랑해서 그의 바람기를 알면서도 결혼을 했지만, 그의 반복되는 외도로 인해 그저 그 여인들에게 복수하는 것으로 그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죽을 것 같아서 그렇게 제우스와 다른 신들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렇게 한 것이다. 그저 한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단지 헤라가 질투가 많고, 성격이 강해서가 아니라 바람을 피우고 헤라를 내버려 둔 제우스가 잘못한 것이라 본다. 제우스와 헤라가 다툼을 하는 장면이 너무 가슴 아팠다. 헤라는 그저 제우스에게 자신을 사랑해달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미 제우스는 마음이 떠나서 헤라를 비난하는 장면이 비참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보고 있지 않는 것은 정말 슬프고 외로운 일이다. 헤라는 수많은 외로움을 겪었지만 제우스를 사랑하기에 이혼을 하지 않고 그렇게 버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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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잘못이 없는 여자들에게 복수의 화살이 가는 건 헤라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아르테미스가 말했듯이 그들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제우스가 했지만 벌을 받는 건 그와 엮인 여자들이다. 최고 신인 제우스의 권력에 인간인 그들은 거절을 할 수가 없는 것이 그 당시의 상황이다. 그들도 엄연한 피해자인데, 헤라로 인해 다시 피해를 입은 것이다. 헤라의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비판의 대상은 제우스이다. 필자는 제우스에게 그 잘못을 돌림이 맞다고 본다.

 

*

 

아프로디테는 사랑이 참 많은 여신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매력적인 말투로 남자라면 아프로디테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여자인 내가 봐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데, 남자들은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러블리하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여신인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아프로디테에게 너무 헤프다고 말한다. 아프로디테는 말한다. 왜 남자가 여자를 많이 만나면 능력 있다고 하고, 여자가 남자를 많이 만나면 쉽고 헤프다고 하느냐고.

 

정말 그 말이 맞는 듯 하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여자가 남자를 많이 만나거나, 자주 남자친구가 바뀌면 쉽고 헤프다며 비난을 한다. 하지만 남자가 많은 여자를 만나고, 나이 어린 여자, 이쁜 여자를 만나면 능력 있다고 추앙받는다. 전자와 후자 똑같이 그저 많이 사랑하는 것뿐인데, 그들을 보는 시선은 너무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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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녀는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게 된다. 그저 아름답다는 이유로 그녀는 헤라와 헤파이토스 둘의 다툼으로 인해 헤파이토스와 결혼한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대와 결혼을 하는 것은 정말 최악인 듯 하다. 게다가 그녀는 아레스로부터 요즘 말로 하면 '데이트 폭력'을 당한다.


아프로디테와 헤어지고, 아프로디테가 다른 사람과 사랑하는 것을 본 아레스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아프로디테의 연인을 죽인다. 그리고 슬퍼하는 아프로디테에게 폭력과 폭언을 하며 그녀에게 또 한 번 상처를 남긴다. 이를 두고 헤라와 아르테미스는, 아프로디테에게도 어느 정도 잘못이 있다고 말한다.

 

아레스에게 상처를 준 아프로디테도 잘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아레스를 거절했다. 이미 사랑이 끝났음을 이야기했고, 아레스는 거절을 당했지만 참지 못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그 연인을 죽게 하고 아프로디테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물론 사랑하는 이에게 상처받는 것은 너무나도 슬프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그로 인해 폭력을 행사하고 상대방의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잘못됐다.

 

상대가 싫다고 했으면 하지 말아야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데이트 폭력이 너무나도 만연해 있다. 상처를 받아서 그로 인해 상대방을 괴롭히고, 폭행하고, 죽이기까지 한다. 상대방의 거절 의사를 받아들이는 것도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라고 본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그 잘못을 넘기는 것도 잘못되었다.

 

*

 

마지막으로 아르테미스는 사냥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야망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이 과소평과 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사랑은 그녀에게 사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능력 있고 멋진 헤라가 그저 지금은 질투에 눈이 멀어 제우스가 바람을 피운 여자들을 괴롭히는 것을 굉장히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그녀는 시종일관 헤라와 아프로디테에게 권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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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그 상대는 바로 오리온이다. 인간 오리온과 사냥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그녀는 그녀의 동생 아폴론의 계락에 빠져 스스로 오리온을 죽이게 된다. 아폴론은 오리온을 못마땅하게 여겨 자신의 누이와 만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아르테미스를 자극하여 결국 오리온을 죽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이게 되었을 때 그녀가 느낀 감정은 정말 상상도 못할 만큼 참담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트라우마를 겪고 다시 사랑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아마 그녀는 그 이후로 더 독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세 여인은 각자의 사랑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앞으로 여기서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결국 똑같은 상황에 처하자 이들은 원래의 방식대로 사랑을 대한다. 사랑이 힘든 그녀들은, '모두가 바뀌면 가능해,' '하지만, 모두가 바뀌는 건 꿈이야,'라고 말한다. 정말 모두가 조금씩 바뀌면 상처 없는 사랑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모두가 바뀌는 건 정말 어렵다. 모두가 바뀌는 건 정말 불가능할까? 이 물음은 현대 사회에 정말 필요한 물음이라고 본다.


이 연극은 '사랑'에 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게다가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실감 나게 잘 해서, 눈을 떼지 못하고 몰입해서 연극을 봤다. 정말 그녀들은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 그 자체였다. 나는 굳이 뽑자면, 아르테미스와 사랑에 관한 생각이 비슷한 것 같다. 사랑보다는 나의 능력과 재능을 펼치고 싶고, 내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다. 사랑과 일 두 가지를 모두 다 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나 헤라가 이해가 되면서도 신기했다. 하지만 이 연극을 통해 사랑에 관해 다방면으로 생각해볼 수 있어 뜻깊었다. 그리고 각자의 사랑 방식을 존중한다. 그저 상처 없이 행복하게 사랑하고 사랑받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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