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전히 인생은 아름다우니 - 작은아씨들 [영화]

글 입력 2020.03.1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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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LITTLE WOMEN, 2019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티모시 샬라메를 만났고 <레이디 버드>로 시얼샤 로넌과 마주했다. 두 영화를 보던 날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해가 따뜻한 날,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기 위해 소극장을 찾아갔고 그 친구가 소개해 준 <레이디 버드>를 몇 달이 지나 아무도 없던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시간인 따뜻한 오후 4시에 두 다리를 모으고 앉아 조용히 관람했다.


영화는 한 소년,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담았는데 두 영화 모두 마지막 장면에서 꼭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주인공들과 함께 울적해지곤 했다. 그렇게 좋아하게 된 두 배우가 다시 한번 한 스크린에서 모습을 비춘다 생각하니, 그것도 내가 어렸을 적 읽었던 <작은 아씨들>을 영화화한 작품에서 나와 눈을 마주한다니 영화의 개봉을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렸는지 모른다.



줄거리


그해 겨울, 사랑스러운 자매들을 만났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시얼샤 로넌)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플로렌스 퓨)

이웃집 소년 로리(티모시 샬라메)는 네 자매를 우연히 알게되고

각기 다른 개성의 네 자매들과 인연을 쌓아간다.


7년 후, 어른이 된 그들에겐

각기 다른 숙제가 놓이게 되는데…



영화의 플롯 방식은 다소 새롭게 느껴진다. 7년이라는 세월의 틈을 두고 과거와 현재를 수시로 교차시키는데 이를 단순히 오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과거와 현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유의미하게 연결하면서 행복과 불행 또는 이상과 현실을 효율적으로 대비시킨다.

 

게다가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은 주황색 빛깔로 따뜻한 색감을 연출해나가지만 주인공들이 어른이 되어버린 현재의 시간은 다소 푸른 계열로 차갑고 어두운 느낌을 보여주며 두 시간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런 구성을 바탕으로 감독 그레타 거윅은 한 편의 영화에 페미니즘, 성장기, 그리고 가족주의를 모두 조화시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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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시얼샤 로넌이 연기한 주인공 조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다른 자매들의 개성과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는데 그 덕분에 캐릭터들은 더욱 다채로워졌고 이에 따라 영화의 이야기도 자연스레 더 풍부해진 것은 아닐까 싶다. 그 결과 이 영화는 네 명의 각기 다른 여성상이 모두의 존중과 공감을 받을 수 있는 폭이 넓어졌는데 특히 조와 에이미 캐릭터가 내 눈에 들어왔었다.


조는 주인공인데다가 나와 너무 닮아 애정이 갔는데 그런 조의 글을 태워버린 에이미가 초반에는 욕심 많고 허영기 가득한 인물로만 보였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어쩌면 자매 중에서 가장 고민이 많고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영리한 여성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이는 조도 로리와의 관계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갖는 모습을 보며 다른 자매들과 마찬가지로 불완전한 인간임을 알게 해준 부분이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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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인생은

모두가 한 편의 소설이다



이 작품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유는 이 한 문장에 담겨있지 않을까. 영화는 자매들의 성장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유년시절을 애틋하게 보내고 어느새 현실에 부딪히는 어른으로 성장한 이들의 모습을 대비시키며 인생은 절대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애통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생은 여전히 아름답고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것들과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을 사랑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네 꿈과 내 꿈이 다르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건 아냐."라며 현실보단 낭만을 택한 첫째 ‘메그’


"신이 날 안 만나봐서 그래. 조의 뜻대로 흘러가리라."라며 결혼을 포기하고 작가로서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지만 씁쓸한 현실에 자꾸만 부딪치는 ‘조’


피아노를 좋아하는 것 외에는 소박한 삶을 살다가 조용히 떠나면서도 "썰물처럼 사라지는 거야, 천천히. 그렇지만 멈추지 않고."라며 운명을 받아들이는 ‘베스’


"사랑은 선택하는 거지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게 아니야"라며 현실을 직시하고 적응해나가는 ‘에이미’


네 자매의 삶 중 그 어떤 삶도 옳거나 그릇되었다고 볼 수 없이 모두가 이해되었기에 작품은 우리에게 더 많은 여운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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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they have minds, and they have souls, as well as just hearts.

And they’ve got ambition, and they’ve got talent, as well as just beauty.

I’m so sick of people saying that love is all woman is fit for. 

But... I am so lonely. 

 

여자들도 마음뿐 아니라 생각이 있고, 영혼도 있고,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야망도 있고, 재능도 있어요. 

모든 여자에게 사랑이 전부라고 말하는 게 너무 지겨워요. 

하지만... 너무 외로워요.



주인공이었기에 마음을 더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조는 나와 닮아있어 더 애정이 가곤 했다.

 

조처럼 독신을 강력히 주장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나의 커리어를 쌓으며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보니 많은 책임이 따르는 결혼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평소 무언가에 의존하는 성향이 강하지도 않은 데다 친구들과 사람들과 자유롭게 노는 게 즐거워 지금도 충분히 바쁘게 돌아가는 독립적인 내 생활을 좋아한다. 게다가 모든 미디어에서 사랑을 꽃피우고 연애를 하지 않으면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보는데 하도 그러다 보니 이제는 신물이 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전적으로 청춘이라는 이 시기에 많은 사랑을 나누기를 권유함에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아름답고 진득한 사랑을 지켜보고 있다 보면 독립적인 내가 좋다고 하면서도...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눠보고 싶구나 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조가 위 대사를 엄마에게 토로할 때 꼭 나를 보는 것 같아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한 느낌이었다.

 

또한 나도 조처럼 약간의 다혈질인 성향이 있어 일상 속에서 아차 싶은 순간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조에게 엄마가 자신도 그랬다며 너는 나를 많이 닮았다며 ‘어떤 천성들은 억누르기에는 너무 고결하고, 굽히기엔 너무 드높단다.’라고 하실 때 나 또한 조가 되어 위로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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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은 아씨들>은 2시간 15분이라는 러닝 타임 속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 각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었으며 감각적인 색감과 그 당시의 배경 및 문화를 눈에 담을 수 있게 해주었고 중간중간에는 위로와 깨달음을 건네주었다. 삶이 무료해질 때 조심스레 꺼내들어 보게 한다면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다시 한번 따뜻하게 물들여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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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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