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새콤함 투척하기

글 입력 2020.02.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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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원래 뛰어요.

안 뛰면 죽지!!!

정말 많이 뛰어요.

(자막) 분당 60-100회 정도.

 

- 신서유기3 마피아 게임 中


 

마피아로 몰린 강호동이 멤버의 손을 심장에 갔다 대며 뛰어? 안 뛰지? 라고 말한 뒤 벌어진 상황 속 대화이다. 모르겠다. 그냥 저 장면이 좋았다. 대화가 좋았고, 단어가 좋았다. 심장이란 단어가 애틋했고, 1분에 수십 번씩 뛰는 이 작은 심장 덕분에 내가 살아간다는 게 너무 황홀했다.


심장이 뛰어서 먹을 수 있고, 심장이 뛰어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심장이 뛰어서 어딘가로 향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살고 있던 나를 일깨워준 장면이었다. 설렌다는 감정이라. 설렘은 두근두근 뛰고 있는 심장 리듬의 폭을 크게 만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살아내게, 그리고 순식간에 찌릿하게 만든다.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지게 만든다. 심장이 뛰고 있음을 명확히 느끼게 해주고, 살아있음 그 자체를 느끼게 해주는 것 역시 설렘이라고 생각한다.


 

[꾸미기][크기변환]마인드.jpg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은 마인드맵에 있는 것들이다. 따뜻한 햇살과 포근한 봄 냄새,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날씨가 좋은 날 무한 반복해 듣는 노래와 분위기는 2순위다.


‘최고로 설레는’, ‘No. 1’은 내가 나를 인식하고, 그런 내가 스스로 인정이 될 때이다. 시작은 ‘인식’이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나를 인정하게 되었고,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올 올곧은 지지대가 생겼고, 나를 믿게 되었다. 험난한 세상이지만 털고 일어날 힘을 얻게 해줬고, 나의 미래를 궁금하게끔 만들어 줬다. 내게 어떤 일이, 어떻게 풀릴지 하는 기분 좋은 기대를 하게 되었고, 당당함이란 느낌을 알게 되었다.


생각할수록 번지는 수줍은 미소를 선물했고, 내 자신에 감탄하게 만들었다. 멋지고 섹시하다며 ‘캬하-’ 하고, 이마에 주름을 만들어 콧대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었고, 내 존재의 의미를 그리고 ‘내 존재 그 자체’의 황홀함과 흥분됨을 느끼게 만들었다. 목표가 세워졌고 건설적인 인생을 살리라는 진취성과 자주성을 생각하게 했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의식하고, 그것들의 총체가 결국 나란 사람이구나 알게 될 때의 기분은 비타민 같이 새콤하다. 나는 야금야금 도토리를 줍고 다니는 다람쥐같이 무언가에 열중하는 모습이 귀엽고, 열심인 사람을 좋아한다. 본인의 영역이 있고, 유하고 무해한, 소소함을 좋아한다. 나는 겸손하며 표현하는 삶을 살리라는 의지가 있다.


이러한 나의 취향, 목표, 의지, 이상향이 곧 나의 모습임을 인식할 때, 나와 친밀해지는 바로 그때를 설레한다. 쳇바퀴 돌 듯 멍한 삶은 자칫하면 ‘인식’이란 것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가버렸구나.’ 하는 후회를 낳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따금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인정하고 표현하는 설렘은 무감각한 의식에 새콤함을 투척해주는 느낌을 선물한다.


달콤한, 시큼, 상큼도 아닌 새콤함이 딱 정확하다. 날 깨우고, 찌릿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설렘은, 나라는 잔잔한 우물에 퐁당 돌멩이가 찾아와 동그랗고 작은 물결을 만들어 놓는 깨우침과 변화이다. 그래서 나는, 나를 알게 되었을 때 가장 새콤함을 느끼며, 가장 설렌다.

 

*

 

마인드맵에는 이런 것도 쓰여 있다. “내가 쓴 문장이 감탄스러울 때.”


글을 기고하면서 정말 가끔, 빙의된 듯한 느낌이 찾아온다. 흐음…. 하고 시간을 들여 가열한 후에, 후루룩 쓴다. 딱, 단 한 문장이다. 워후. 그 뒤엔 감탄이 따라온다. 이 문장 너무 괜찮다. 단 한 문장인데 막 소름이 돋는다. 누가 뭐라던 다 모르겠고, 일단 이 문장을 썼다는 그 자체가 대견스럽다. 글을 쓰다가 몇 번은 소리 지른 적도 많다. 다른 분들도 그런 경험이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내가 너무 좋아지는 그런 느낌만 가득하다. 욕도 나온다. 미X. 너 뭐냐 이러면서 두 손을 입에다 가져다 댄다.



마치 내 인생이라는 대본 안의 상황을 레디, 액션. 컷! 하고 찍어낸 일인 것처럼.

 

- 필자가 기고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리뷰 중 한 문장 中



이 문장은 쓰고 나서 그냥 마음이 편안해진 문구이다. 특히 레디, 액션. 컷! 부분이 그렇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기고한 모든 글을 쭉 읽어보니 나는 ‘살아있음’에 대해 말한 것들에서 유독 괜찮다 느껴지는 문장을 많이 적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문장에서는 느껴지지는 못할지언정 글을 쓰던 나는 삶의 무게(?) 따위와 같은 짐에 몇 번 억눌렸었다.


한마디로 생각이 많다. 하지만 “내 인생은 죽음이라는 결론을 향해 가는 영화, 드라마를 찍어내는 중인 것이다.”라는 순간, 가벼이 생각하고 쿨 해질 수 있었다. 조금은 완벽주의에서 벗어나, 큰 무게감 없이, 가끔은 제 3자의 입장에서 이 드라마를, 영화를 즐기고, 너무 심취해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새콤함을 또 한 번 투척한다.


내가 쓴 문장이고, 나를 위하는 문장이어서 좋았다. 내 인생은 한 편의 영화다, 우리네 화려한 인생은 1막의 쇼와 같다. 내가 주인공이고 주연들이 날 화나게, 기쁘게 하지만, 이 모든 건 하나의 컷을 위한 배우들이 만든 장면이다. 그런 거다. 난 멋진 배우다. 훌륭하게 연기 중인. 인생에 골머리 앓는 내게 필요한, 가장 마음에 드는 문구인 것이다. 나와 같은 이들에게도 슬쩍 건네주고 싶은 문장이다. 우리, 복잡한 세상이니까, 그러니까 편하게 생각하며 살아요~

 

 

 

노란 포스트잇 한 장



 

글을 기고하면서 심장이 뛴다는 걸, 설렌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막 살아있는 거 같았어요. 진심으로요.

 

저를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 것도, 자신을 위한 좋은 문장을 탄생시키게 된 것도 바로 이곳 덕분입니다. 제 인생에 새콤함을 만나게 해 준 귀한 인연, 아트인사이트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숨 쉬는 건 멋진 일이에요.

우리 모두,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도, 나도.

 




[서휘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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