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이런 작품이 존재하는걸까? [도서]

이상한 현대미술에 대하여 - 이문정, <혐오와 매혹 사이>
글 입력 2020.02.2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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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로 만초니, 예술가의 똥

 

 

여기, 피에로 만초니가 자신의 똥을 밀봉된 캔에 넣어 판매한 <예술가의 똥>이라는 작품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만 들어도 도대체 '왜 이것이 예술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것이다. 마크 퀸의 <자아>라는 작품은 자신의 두상을 본 딴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이 자신의 피 10 파인트를 응고시켜 만든, 피로 이루어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나 인상을 찌푸리게 될 것이다. 하나 더 소개하자면, 부패해가는 실제 소의 머리와 이 시체를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해가는 파리들을 네모난 유리박스 안에 설치한 데미안 허스트의 <천년>이라는 작품을 들고 싶다. 바닥에 흐르는 소의 피, 그리고 그 위로 우글거리는 파리와 구더기들은 그 자체만으로 관람자에게 거부감과 공포감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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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허스트, 천년

 

 

혐오스럽거나 잔인한 미술, 관람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미술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이러한 미술은 우리의 표정을 구기게 만들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해 시선을 붙잡아둔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미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끔찍한 미술에 (자신도 이유를 모른 채) 끌리는 독자는 이러한 끌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고, 도통 이해할 수 없고 거부감을 크게 느끼는 독자는 어째서 이렇게 끔찍한 것들이 예술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폭력, 죽음, 질병, 피, 배설물, 섹스, 괴물의 총 7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져있다. 미술로 표상되는 죽음과 질병의 이미지, 우리에게 가장 큰 거부감을 일으키는 피와 배설물을 이용한 미술, 포르노그래피와 예술 사이의 섹슈얼리티 등의 주제들은 모두 분명히 우리를 거북하게 만들면서도 솔깃하다.

 

다시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들 중 몇 가지를 들여다보자. 마네킹으로 임신한 노파를 보여주는 신디 셔먼의 작품은 보자마자 큰 충격을 준다. 늙은 여성이 새 생명을 잉태하고 있으며, 심지어 자신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관객을 보며 비웃듯이 작은 미소를 짓고 있다. 채프먼 형제의 <죽은 자에게 가해진 위대한 행위>는 팔다리, 성기가 잘린 채 나무에 걸려있는 마네킹으로, 시체를 토막 내어 걸어놓은 듯한 모습이 보는 이를 두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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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프먼 형제, 죽은 자에게 가해진 위대한 행위

 

 

채프먼 형제는 이 책에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비하면 충격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 이 말을 들으니 정말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름답지 않은 미술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우리는 인간이 불완전하며 이 세상도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이상한 미술'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끔찍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의 미술은 불편한 현실에 주목해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하는 것이다.

 

다시 의문을 가졌던 작품들을 돌아보자. 자본주의 하의 미술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며 똥을 캔에 넣어 판매했던 피에로 만초니를, 누구에게나 닥쳐오며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전달한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을, 부정적인 모습으로 대표되는 노쇠한 여성상을 공격적으로 제시한 신디 셔먼을 말이다.

 

다양한 작품이 컬러 도판으로 채워져 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익숙한 작품이나, 이게 미술이냐고 되물을 정도로 낯선 작품들을 어렵지 않은 설명과 함께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이제 책을 읽은 독자, 그리고 관람객은 혐오와 동시에 매혹되게 된다. 물론, 이 책이 미술 해석의 완벽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렵고 이상하게 다가왔던 현대미술에 대해 혐오와 매혹, 그 사이의 감정을 가지고 있던 관람객들에게 더 넓은 이해의 길을 선물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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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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