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응원봉'이(가) 사용자의 휴대폰과(와) 연결하고자 합니다. [공연예술]

아이돌 공식 응원봉도 IoT 시대
글 입력 2020.02.21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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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끝으로 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보지 못했다. 티켓팅도 어려웠고, 타이밍도 안 맞았으며, 기회도 안 생겼다. 그리고 2019년, 나는 우연한 기회로 가수 '엑소' 콘서트의 '서라운드 뷰잉(Surround Viewing)'을 보게 되었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꾸 객석의 야광봉 색깔이 변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공연장 조명이 반사되어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색이 무지갯빛으로 변했기에, 혹시 영상 작업을 한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응원봉은 더는 내가 알던 응원봉이 아니었다. '블루투스 야광봉'의 시대가 열렸다.


사물인터넷과 응원봉의 만남은 나에게 정말 충격적이었다. 팬덤 문화를 접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팬덤 내에서 "응원봉"은 정말 소중한 존재이다. 응원봉은 팬덤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타 팬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정체성이 되어주며, 그 팬덤의 화력을 나타내는 아이템이다. 팬덤별 응원봉의 명칭도 따로 있다. 그런 응원봉이 콘서트 현장에서 음악에 맞춰 색이 변하고 반짝이다니, 아이돌 계의 혁신이 아닐 수 없다.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하나"라는 느낌을 주던 응원봉, 그런 응원봉이 기술과 만나 정말 우리를 "하나"로 만들어 주고 있다.
 

 
 

한계를 넘어서는 콘서트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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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를 이용한 원격제어 기능이 '엑소'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 '세븐틴', '트와이스' 등의 가수들의 응원봉에 도입되었다. 앱을 활용해 자신의 좌석 번호를 입력하면, 공연장 관계자에 의한 중앙제어를 통해 응원봉 색깔이 자동으로 변하는 시스템이다. 곡의 리듬에 따라 빛이 반짝이고, 감성적인 곡에는 밝기가 낮아지는 등의 효과를 구현하고, 이는 공연장 내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공연장 내에서 모두가 원격제어를 통해 하나의 공연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서라운드 뷰잉'을 감상하며, 영상의 미화를 위해 후작업을 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공연장 내부는 예뻤다. 구역별로, 좌석별로 은은하게 바뀌는 응원봉 색깔은, 공연 이외의 감상 포인트가 될 정도로 시선을 끌었다. 가수가 잘 안 보이는 구역에서도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돌 콘서트는 공간 특성상 무대가 안 보이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른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데, 응원봉 연출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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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에 맞춰 빛나는 것뿐 아니라, 오프닝이나 가수의 재등장 파트에서, 조명과 함께 변화하는 응원봉은 더욱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냈다. 3층의 응원봉부터 밝혀져 무대 조명까지 이어지는 연출, 폭탄과 함께 반짝이는 응원봉, 좌우로 퍼져나가는 불빛 등은, 중앙제어가 불가능했던 전에는 느낄 수 없던 새로운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켰다. 정말 장관이었다. 또한, 응원봉을 사용하는 콘서트장에서는 쉽지 않은 암전 효과까지도 이제는 가능해져, 더욱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엑소'의 경우, "초능력을 보여주겠다"며 응원봉을 이용해 이벤트 코너를 진행하기도 했다. 멤버별로 물, 불, 번개 등의 초능력(?)을, 응원봉 효과를 이용해 보여주었고, 무대 조명과 사운드만 이용했을 때보다 훨씬 큰 재미와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불' 초능력을 가진 멤버가 손가락을 튕기자 객석 전체가 빨간색으로 물들었고, 팬들은 환호했다. 중앙제어 응원봉을 이용한 색다른 이벤트였다.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눈앞에서 정말로 '엑소'의 초능력을 보게 될 줄!

 
 
팬과 가수가 함께 완성하는 공연


응원을 넘어, "참여"로 응원봉의 역할을 확장하기 위해 도입된 블루투스 야광봉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관객은 응원봉을 연결하기만 하면, 전부 콘서트 연출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가수 역시 공연을 하며 응원봉의 빛을 즐기고, 관객과 가수는 하나가 되어 공연을 만들어간다. 누구 하나라도, 어느 한 구역이라도 없으면 완성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콘서트가 탄생한 것이다. 좌석별로 다르게 빛나는 응원봉은 전체가 모여 하나를 이루고, 이에 따라 관객은 공연의 일부가 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응원봉을 통해 팬과 가수가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콘서트는 가수의 공연을 보는 것뿐 아니라, 팬들이 가수에게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도 가는데, '떼창', '응원법', '슬로건 이벤트'가 주 이벤트이다. 요즘, 응원봉을 이용한 새로운 이벤트가 생겨났다. 응원봉의 색깔 변화가 불가능했던 과거에는, 직접 색지를 좌석별로 나눠 가져 글자를 만드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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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에 맞춰, 미리 설정된 문자가 응원봉으로 만들어져 공연장을 가득 메운다. 색지를 들어 문자를 만들던 전과는 조금 다른 감성이지만, 중앙제어 시스템은 이벤트를 더욱더 쉽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불빛들을 이용하면 훨씬 섬세하고, 화려한 문구 연출도 가능해진다. 꼭 가수에게 응원 문구를 전달하기 위할 때만이 아니라, 공연 도중에도 3층 구역에서 'EXO'와 같은 간단한 문구가 반짝이고, 리듬에 맞춰 흔들린다. 관객석이 '♡♥'로 가득 채워지기도 하며, 여러 형태를 만들어 무대를 채운다.

응원봉을 든 모두는 하나의 무대 장치라고도 볼 수 있다. 공연장 내에서, 가수도 관객도 전부 무대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전에도 당연히 관객의 역할이나 응원봉의 기능은 중요했지만, 블루투스 응원봉의 등장은 관객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공연의 연출에 참여할 기회를 열었다. 가령, 객석에서 'EXO'라고 빛나야 할 응원봉이, 몇몇 관객이 없다면 'E/O'가 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중앙제어를 통해 수동적이기는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더욱 톡톡히 해내는 콘서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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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불루투스 응원봉이 지니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응원봉을 구입하지 않아도 가격이 비싼 아이돌 콘서트에, 블루투스 기능이 추가된 응원봉까지 구입하게 되면 관객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중앙제어 시스템이 너무 수동적이고, 기획사 중심적인 느낌을 줄 수 있으며, 몇몇 관객의 페어링 오류나 이탈에도 공연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중앙제어 응원봉은, "모든 관객이 공식 응원봉을 구입, 페어링에 성공"이라는 전제하에 완벽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사물인터넷과 응원봉의 만남을 통해, 분명 새로운 공연 연출이 가능해졌고, 소통 쉬워졌으며, 또 다른 매력 포인트를 만들어냈다. 모든 아이돌이 콘서트에서 도입하기는 부담도 되고, 그만큼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 IoT 기능을 이용해 더 다양하고, 즐거운 콘서트 구성이 생겨나길 바란다. 아이돌 콘서트가 지니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장점인 유대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더는 공식 색깔로 팬덤을 구분하기 어려워졌기에, 다양한 불빛이 나오는 응원봉은 팬덤 문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아이돌 팬덤 문화는 해외 곳곳에 소개되고, 심지어 수출될 정도로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팬덤의 응원봉은, 그 팬덤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우 중요한 도구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기술과 응원봉의 만남은, 앞으로 아이돌 콘서트 문화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을 나타낸다. 중앙제어 시스템뿐 아니라, 다양한 혁신의 거듭을 통해서, 팬덤 내의 결속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공연 문화가 더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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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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