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추상과 움직임, '알렉산더 칼더 展' [전시]

움직임을 추상하다
글 입력 2020.02.13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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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림이 움직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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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림이 움직인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는 그림이 움직이는 것을 보자마자 놀랄 것이다. 그림은 원래 움직이지 않는 것이며, 그림이 움직이는 것은 상식에 벗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그림은 상상의 영역에 존재한다. 눈이 움직이는 초상화라던가, 영화 '해리포터'에서 등장한 움직이는 그림은 이야기로만 전해진다. '해리포터'에서 초상화가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말을 거는 장면, 신문 지면에서 죄수 시리우스 블랙의 사진이 움직이는 장면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해리포터'에서 사진과 그림이 움직이는 장면을 보고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실제로 움직이는 그림과 사진을 영화관에서 보고 있는 도중에도 말이다. 그림이 움직인 애니메이션과 사진이 움직인 영화가 등장한 시대에도 우리는 움직이는 그림을 보고 신기해했다.


우리가 놀란 이유는 사진과 영화의 근본적인 차이 때문이다. 사진과 영화의 근본적인 차이는 움직임이다. 움직임은 시간의 흐름으로 발생한다. 사진은 시간의 흐름이 없어 정지된 상태이며, 영화는 장면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기록해 움직일 수 있는 상태다.


거꾸로 말하면, 그림과 사진을 움직일 유일한 방법은 시간을 추가하는 방법뿐이다. 그림의 역동적인 표현, 속도감 있는 표현으로 움직이고 있는 '순간'을 포착할 수는 있지만, 표현 이상의 무언가로 움직임을 전달할 방법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표현 이상의 추상으로 움직임을 표현하려 시도한 예술가가 있었다. 움직임에 매료되어 움직이는 회화인 모빌을 만든 화가, 바로 '알렉산더 칼더'다. 올겨울, K 현대미술관에서 현대 미술의 대표 작가인 알렉산더 칼더의 회고전, <칼더 온 페이퍼> 展이 열렸다.

 



2. 칼더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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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 온 페이퍼> 展은 알렉산더 칼더의 회화 작품들을 모아놓은 전시다. 판화가 아닌 원작 150점을 들여왔고, K현대미술관이 재해석한 조형물과 공간까지 전시되어있다. 전시에서는 칼더의 움직임에 대한 고찰과 추상미술의 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칼더에게 움직임은 그의 예술세계였다. 칼더는 공대를 다니다 미대로 진학한 예술가로, 기계공학과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예술가였다. 그는 예술세계를 넓히는 과정에서 추상미술의 영향을 받으면서 동시에 움직임이라는 과학적 관심을 이어나갔다.


칼더의 그림에는 당시 추상미술에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색감이나 선을 사용하는 방법은 추상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동시대의 작품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칼더가 당시의 현대미술 화가들과 활발한 교류로 서로의 예술세계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고 전시는 설명했다.


전시에서는 칼더가 몬드리안의 작업실에 방문한 일화를 공간으로 표현했다. 전시 벽면에는 1930년 칼더가 몬드리안의 파리 작업실을 방문한 이후에 쓴 글을 써놓았는데, '하얀 벽의 검은 선의 칸막이', '원색의 사각형도 몇 개', '그 위로는 빛들이 서로 교차하며 지나갔다'라고 말하면서 몬드리안의 작업실에 대한 인상을 기록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칼더가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보고 '움직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이다. 이 순간의 경험은 칼더가 움직이는 회화인 모빌(Mobile)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된다. 전시는 몬드리안의 작업실을 표현한 공간을 통해  칼더의 경험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했다. 몬드리안의 작업실에 들어선 칼더의 기분이 어땠을지, 그 감상을 관객들에게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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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은 화가의 기본기이자 원초적인 시선을 나타낸다. 칼더의 드로잉 또한 다른 작품의 기초가 되는 시선이 있었는데, 그 시선은 움직임을 향해 있었다. 전시에서는 첫 구간에는 칼더가 그린 드로잉이 전시되어 서커스를 보고 그린 드로잉, '오줌 누는 개'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었다.


칼더는 움직이는 물체를 관찰하는 것을 즐겨 주로 서커스의 동물들을 그렸다고 했다. 드로잉에 나타난 서커스의 동물들은 정지해있었지만, 동물이 가진 생동감과 역동성이 있었다. '오줌 누는 개' 시리즈 또한 마찬가지였다. 특히 곡선으로 표현한 오줌 줄기를 강조했는데, 오줌이 그리는 포물선과 강아지의 활발함은 드로잉을 역동성으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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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의 조각 작품인 서커스 시리즈를 소개하는 구간도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공연 영상이 옆 스크린에 재생되고 있어 칼더의 서커스를 감상할 수 있었다. 칼더의 공학자적 면모는 서커스 시리즈에서 잘 드러났는데, 칼더의 서커스에는 칼더의 움직임을 향한 관심이 치밀하게 보였다. 마치 '실제로 서커스를 하면 이런 식으로 움직이겠구나'라고 떠오를 법한 인형의 움직임은 인상 깊었다.


서커스는 그의 아기자기한 인형과 장치들을 가지고 노는 공연이었다. 탄성이 강한 철사로 만든 인형을 튕기거나, 인형에 담배를 물려 연결된 호스를 통해 담배를 피우고 풍선을 부는 등 여러 가지 기믹을 활용한 작품이었다. 손바닥만 한 인형을 움직이는 공연이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람할 수는 없었는데, 칼더의 서커스가 얼마나 인기가 많았던지 파리 공연 때에는 100명 이상의 관객들이 몰렸다고 했다.


 


3. 칼더의 추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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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 온 페이퍼>에 소개된 150점의 작품들은 칼더의 추상미술이 주를 이루었다. 다섯 번째 섹션에는 그의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 미술을 전시했다. 그는 당시 미술가들인 몬드리안, 호안 미로, 뒤샹과 같은 사람들과 교류했고, 그들과 비슷한 화풍을 사용했다.


칼더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추상주의적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시각적인 대상을 버리고, 추상적 도형을 간결하게 응축시킨 형태로 배치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이러한 방식으로 주로 우주와 행성계를 표현했다. 작품들은 주로 원색의 타원형의 형태를 한 행성들이 배치되어있는데, 가끔은 행성들에 사람의 이목구비를 그려 넣기도 했다.


인상 깊었던 작품은 칼더의 '수에즈 운하'였다. 각각의 도형을 분리해놓고 보면 그저 추상적인 도형에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추상적으로 표현된 이집트 수에즈 운하의 모습은 뜨거운 태양, 삼각의 거대한 피라미드, 땅을 매우는 사막까지의 광경이 구현되었다. 이처럼 칼더의 추상은 대상의 형태를 갖추면서 실체를 해체했다.

 

*


칼더의 예술세계는 추상주의 회화 이후 모빌로 확장된다. <칼더 온 페이퍼>는 모빌 이전의 칼더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모빌 외의 칼더의 예술세계의 일부를 보여준다. 전시는 대중들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요소들을 배치해놓았다. 하지만 전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칼더의 작품들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추상미술이라는 장르의 어려움이었는지, 아니면 칼더의 회화만으로는 그를 이해하기 어려웠는지는 몰라도 칼더에 대한 궁금증과 아쉬움이 조금은 남았던 전시다. 칼더의 마니아라면 매력적이지만, 칼더를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조금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상미술과 현대미술의 사조를 직접 체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곧 이해를 시도하려 한 것이다. <칼더 온 페이퍼>는 추상미술과 칼더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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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 展

- Calder on Paper -



일자 : 2019.12.13 ~ 2020.04.12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 15,000원

청소년 : 12,000원

초등학생 : 10,000원

미취학아동 : 8,000원


주최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만 3세 이상





[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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