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War and Peace: 김대진 피아노 독주회

글 입력 2020.02.0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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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진 피아노 독주회 포스터.jpg

 

 

2020년도 벌써 첫 달이 지나고 두번째 달을 맞이했다. 올해 역시 풍성한 클래식 공연들이 연초부터 여럿 예정되어 있다. 물론 최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성행하면서 보스턴 심포니의 첫 내한 공연이 취소되는 등 공연계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되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은 여전히 기대되는 공연들로 예술의 전당이 가득할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2월 말에 예정된 김대진 피아노 독주회는 제목을 보자마자 유독 시선을 끌었다. 김대진이라는 이름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편을 잡은지 오래된 그는 한예종의 교수이자 음악원장이다. 동시에 그는 지휘자로서 수많은 무대에 서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관현악 작품들을 들려주었던 바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김대진은 피아니스트다. 그는 작년과 재작년에도 리사이틀을 열어 국내 관객들을 찾은 적이 있다. 작년에는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소나타로 무대를 꾸몄고, 그 전해에는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3곡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2020년에도 그는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던 지휘자 김대진으로서가 아니라, 피아니스트 김대진으로서 2월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그것도 라벨과 프로코피에프, 슈베르트라는 아주 인상적인 조합으로 말이다.

 

 


 

Program

 

Maurice Ravel (1875-1937) Le tombeau de Couperin
Prélude
Fugue
Forlane
Rigaudon
Menuet
Toccata
 
Sergei Prokofiev (1891-1953) Piano Sonata No.6 in A Major, Op.82
Allegro moderato
Allegretto
Tempo di valzer, lentissimo
Vivace
 
INTERMISSION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Four Impromptus, D.899
No 1 in c minor
No 2 in E♭ Major
No 3 in G♭ Major
No 4 in A♭ Major

 


 

 

이번 김대진 피아노 독주회에는 부제가 있다. 바로 War and Peace다. 전쟁과 평화라는 부제가 붙은 이유는, 바로 2020년인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무릅쓰고 자신을 희생해가며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선열들을 특별히 더욱, 기억해야 하는 한 해인 것이다. 특히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1962년 태생이므로 전후에 냉전이 극심했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전쟁의 의미와 아픔에 크게 통감하고, 평화를 염원하며 살았던 작곡가인 라벨과 프로코피에프 등의 작품들을 연주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선곡된 첫 곡이 바로 라벨의 쿠프랭의 무덤이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즈음 시작되어서, 라벨 본인이 자원입대를 한 탓에 전쟁이 다 끝난 후에야 비로소 완성되었던 작품이다. 라벨의 마지막 피아노 솔로작품이기도 했던 쿠프랭의 무덤은 굉장이 아이러니한 작품이다. 제목이 쿠프랭의 '무덤'이고, 이 작품을 완성할 시기에 본인의 어머니가 작고하셨고 전쟁에서 많은 친구들을 떠나보내야 했기에 작품에 추도하는 문구를 넣을 정도로 추모하는 의도가 강하게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 배경을 모르고 들으면 그런 음악이리라고는 생각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크게 프렐류드, 푸가, 포를랑, 리고동, 미뉴엣 그리고 토카타까지 6개의 무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는 활기찬 리듬감과 행복감 그리고 우아한 춤이 연상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을 생각하며 들으면 그 안에서 묘한 우수가 느껴지는 듯하다. 부드러우면서도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불협화음은 이 작품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동시에 라벨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현장에서 김대진이 이 작품을 어떻게 그려낼 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

 

이어서 선곡된 작품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소나타 6번 A장조다. 프로코피에프의 전쟁 소나타로 불리는 작품 중 첫 곡이다. 아주 강렬한 불협화음으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이 작품은 명백하게 전투적인 기색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 세계를 만든 이가 호전적이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으로 외부에서 조성된 세계로 인해 전쟁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을 관객들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긴장감과 공포 그리고 비통함은 작곡가인 프로코피에프 본인이 원했던 바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독소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이었던 1939~1940년이 얼마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소나타 6번은 사색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조성을 보여준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1, 2악장과는 다르게 애절함이 극대화되는 3악장 역시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악장은 비바체답게 활기차고 빠르게 음들을 풀어내 언뜻 들으면 굉장히 밝은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이 과연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가 맞는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끝없이 이어지던 긴장감이 오히려 날카롭게 터져나오는 듯한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인트로의 주제가 재현되지만 오히려 더욱 불안감이 고조된다. 어쩌면 전후세대로서 경직된 냉전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피아니스트 김대진에게는 이 소용돌이 같은 곡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풀어져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마지막 곡은 아주 유명한 슈베르트의 즉흥곡이다. 그가 작곡했던 총 8개의 즉흥곡 중에서 먼저 묶인 4곡의 즉흥곡 Op.90 D.899가 이번 무대에 오른다. 슈베르트의 즉흥곡은 슈베르트의 노래하듯 아름다운 서정성과 자유로운 감정의 표현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앞선 선곡들에서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고뇌,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에 대한 애도를 담았으니 마지막 작품에서는 전쟁 없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미래를 그리고 싶은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바람이 녹아있는 선곡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즉흥곡 중 1번은 강렬한 도입부에 뒤이어 조용하고 서정적인 주제가 서서히 전개된다. 리듬감이 살아있어 마치 조용한 행진곡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어지는 즉흥곡 2번은 정말 유명하다. 마치 에튀드처럼 빠르게 유영하는 리듬의 움직임은 마치 소생하는 봄을 목도하는 것처럼 놀랍게도 아름답다. 2번 못지 않게 유명한 3번은 서정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마치 흐드러지는 노을을 보며 마음 속에 충만함을 느끼는 것처럼, 3번의 선율은 심금을 울리는 힘이 있다. 그 뒤에 맞이하는 4번 역시 아주 유명한 작품이다. 부드럽게 하강하는 아르페지오와 읊조리는 듯한 화음 구간이 매력적이다.

 

이 아름답고도 충만한 작품으로 무대를 마무리하는 건, 지금보다 더 평화로운 미래를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과도 같을 것이다. 현장에서 들으면 그 마지막의 순간이 더욱 벅찰 것 같아 기대된다.

 

 

piano.jpg

 

 

김대진은 11세였던 1973년에 국립교향악단과 협연했고, 그 다음해 10월에 데뷔 독주회를 가질 정도로 얼리 때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예원콩쿠르(1974), 이화경향콩쿠르(1975), 중앙음악콩쿠르와 동아음악콩쿠르(1979)에서 차례로 1위를 기록하며 입지를 다졌던 그는 도미하여 줄리어드 음대에서 수학했다.

 

김대진은 어느 작품을 연구하거나 연주하든, 다양한 접근 방식을 모색하여 연주자 자신의 의식이 작품 속에 투영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음악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가 준비했던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 기념 독주회, 쇼팽 서거 150주년 기념 협주곡 전곡 연주회 등은 자신만의 철학을 녹여낸 무대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지휘자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교육자로서 교편활동을, 그리고 피아니스트로서도 꾸준하게 무대활동을 하며 대한민국 음악계의 거장이 되었다.

 

지금도 한예종 음악원장이자 창원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김대진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 음악계의 살아있는 거장인 그가 이토록 활발하게 무대를 준비하는 것만 봐도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부던히 갈고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도전이 된다. 그런 김대진이 전해 줄, 평화를 염원한 메시지를 만날 2월 25일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0년 2월 25일 (화)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김대진 피아노 독주회

 

R석 5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스튜디오칸투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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