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국 미술 단숨에 읽기 : 광장과 조계지는 미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시각예술]

베이징과 상하이, 중국 동시대 미술의 탄생
글 입력 2020.01.0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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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 '현대미술' = ?


 

‘중국’ ‘미술’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마오쩌둥이 그려진 선전화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동상 그리고 조각들. 또는 송나라, 명나라, 청나라 시기에 그려진 오래된 그림들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중국’과 ‘현대미술’이라는 두 단어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중국은 많은 현대미술 작가들이 있는 곳이다. 세계 미술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미국과 영국 사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9년 중국 미술품 거래 시장의 규모는 20조 원에 달한다. 아트 바젤과 UBS가 낸 보고서인 '아트마켓 2019'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세계에서 열린 미술 경매시장 낙찰총액 비중은 미국(44%), 영국(21%), 중국(19%) 순으로 많았다. 또한 2019년 기준 중국 세계 미술품 경매 점유율은 34%로, 미국 점유율인 27%를 앞서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많이 성장했다. 올림픽 개최 전, 세계 미술품 경매 점유율 5%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면, 중국이 얼마나 단기간에 많은 성장을 일구어냈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인구 인프라가 풍부하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인구가 많은 만큼 작업을 하는 작가의 수, 그리고 그에 따른 작업량도 상당하다.

 

하지만 중국 미술 성장의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그들의 작업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미술 시장에서 작품이 팔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품이 좋아야 한다. 중국 작가들의 작업이 경매 낙찰액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외국 딜러들이 중국 현대 미술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거품이라고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중국 현대미술이 계속해서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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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은 국제적 흐름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국제 시장에서 해외 변수는 미술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번 홍콩의 정치적 변화로 인해 아트 센트럴 개최가 취소된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설명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이어오고 있는 관세 싸움 또한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 물건에 관세를 38%나 붙이고 있는데, 이는 미술 시장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것에도 영향을 준다. 정치적인 결정으로 인해 미술 시장도 위축된다. 이처럼 국가 간의 문화 예술 교류는 정치적, 역사적 맥락과 함께 움직인다.

 

중국의 동시대 미술을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로 단연 베이징과 상하이가 회자된다. 두 도시는 비행기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데, 물리적 거리만큼 두 도시의 예술 동향 또한 차이를 보인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인 만큼 전통에 대한 깊은 자부심이 있다. 중국의 예술은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800년 동안 수도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베이징 한가운데 위치한 천안문 광장에서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 함께 중국 미술이 태동했다. 현재 중국의 대표적 현대미술 작가로 불리는 장샤오강, 웨민진, 팡리준, 정판즈, 이들 역시 천안문 광장을 기반으로 일어난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건 등 굵직한 근현대사를 그들의 미술 언어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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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탄생한 미술


 

중국은 과거 서양이 몇 년에 걸쳐 구축해온 자본주의를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따라잡았다. 특히나 중국은 문화대혁명 등의 사건으로 문화 예술 분야가 많이 위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중국 예술을 빼놓고는 세계 동시대 예술 흐름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으로 10년 동안 마오쩌둥 프로파간다가 중국의 주요 미술이었다. 문화대혁명은 자본주의를 타파하고 사회주의를 실천하자는 운동으로, 학교를 폐쇄하고 모든 전통적인 가치와 부르주아적인 것을 공격하였다. 이로 인해 중국의 유교문화가 붕괴되었으며, 곳곳에 마오쩌둥과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모뉴먼트 동상이 들어섰다. 중국 문화 예술이 위축되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받으나,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 전까지 조각가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으며, 지인들의 얼굴을 조각으로 제작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당시 마오쩌둥이 동상을 의뢰하면서 조각가들의 입지가 넓어졌다는 평이 있다.

 

마오쩌둥 체제 말기에는 천안문 사건이 있었다.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 학생,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사살했다. 천안문 사건 이후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하고 무능한 세대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미술 경향이 생겨났다. 그를 ‘냉소적 사실주의’라고 부른다. ‘시니컬 리얼리즘’이라고도 불리는 이 미술 사조는 중국이 겪은 변화와 아픔의 시간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마오쩌둥의 프로파간다가 많았던 문화대혁명 시기를 지나 신조 미술 운동이 일어났고,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중국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따산즈 지역에 예술 기금을 투자하였고, 폐공장이었던 따산즈는 지금의 798 예술지구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주변으로 예술지구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며 중국 미술계의 흐름과 발전을 더욱 견고히 이뤄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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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모든 공간이 미술관, 상하이


 

상하이는 베이징과 성향이 다르다. 작가들은 중국 전체의 맥락을 담는다기 보다 개인적인 맥락을 담는 경우가 많다. 조계지가 많아 서양 모더니즘 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전위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래서 베이징과 상하이는 ‘경파’와 ‘해파’라는 용어로 불리며 서로 엎치락뒤치락 한다.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비엔날레 등 국제 행사들을 앞다투어 개최하며 묘한 경쟁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지만, 두 도시는 각자 다른 매력으로 서로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조계지는 제국주의의 산물이다. 타국에 조계지를 두어, 자국민들이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곳이다. 아편전쟁 이후 1845년에, 불평등조약 체결의 결과로 영국이 상하이에 조계지를 두었다. 청일전쟁 이후에는 그 수가 증가하여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8개국의 조계가 무려 28개나 되었다고 한다. 아픈 역사의 흔적들이지만, 그 당시의 건축물들은 이제 미술관, 갤러리 등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다시금 거듭나고 있다.

 

상하이에도 베이징의 따산즈 798 예술구에 버금가는 예술지구가 있다. 모간산루 M50이 그것이다. 중국의 10개 성, 그리고 우리나라와 다국적 예술가들이 합심해 만든 예술지구로, 몇 십개의 갤러리와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는 도시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예술지구들이 해체되고 더 큰 예술지구로 통합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6개월마다 갤러리 지도를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가난한 예술가들의 안락한 보금자리였던 곳이 도시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사라지고 있는 것은 한국의 상황과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 또한 도시개발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다. 도시 미관을 아름답게 한다는 명목하에 많은 상인들과 메이커들 그리고 예술가들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홍대의 예술가들은 거대 자본과 대형 미술 학원들이 들어서면서 점점 연남동으로 밀려났고, 현재는 합정과 상수동, 연희동까지 밀려났다. 요즘에는 더 밀려나 관악구에서 활동을 하는 청년 예술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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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중국은 사유지 소유가 금지되어 있다. 모든 땅이 국가 소유이며, 토지사용권으로 잠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의 결정에 따라 개인은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예술지구에는 수많은 외국 갤러리들이 들어서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갤러리와 작업실이 모여 있는 중국의 예술지구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든든한 둥지가 되어 준다. 한국과 중국이 비슷한 구조 속에서 서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과 중국은 가까운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동시대 미술에 대한 교류가 극히 적다. 서양의 유명 작가들은 한국에서 1년에 몇 번씩 개인전이나 그룹전을 열기도 하지만, 비교적 가까이에 위치한 일본과 중국의 작가들의 개인전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서로를 조금만 들여다본다면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른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그들 또한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조금이라도 중국에 관심이 생겼다면, 그들의 동시대 미술을 한 번쯤 들여다 보기를 추천한다. 그 속에서 또 다른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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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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