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러 숨이 숨결 되어 – 다큐멘터리 ‘숨’ [TV]

글 입력 2020.01.01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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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숨결


 

 

“이 분들의 입모양 밖에 보이지 않더라. 그 거친 숨소리가 계속 기억에 남았다. 그때 ‘돌아가신 분의 억울한 마지막 숨이 전달자인 목격자나 가족에게 숨결로 이어지는 것 같다”

 

다큐멘터리 <숨> 제작자 인터뷰 中

 


모든 생물은 호흡을 한다. 살기 위해서는 모든 생물은 반드시 호흡을 해야 한다. 호흡을 통해 생명의 지속시간을 늘리는 고귀한 행위이다. 하지만, 권력, 이념, 이익 등을 명분으로 앞세워 타인의 호흡을 멈춘다. 이는 잔혹하며 비인간적인 행위지만, 가해자는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다.


다큐멘터리 <숨>은 6.25 전쟁에 이루어진 영동지역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다룬다. 영동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이념 갈등이 불가피했고, 따라서 학살이 자행되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숨>은 잔혹한 학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를 대신해서 전달하며 한국 전쟁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도록 기록하는 역할을 했다.


 

 

지역 방송사의 역할과 콘텐츠


 

강원 영동 MBC라는 지역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숨>을 그 중에서도 ‘영동지역’의 폐쇠성과 보수성으로 사건이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주목했다는 점, ‘영동 MBC’ 라는 지역 방송사라는 특징을 이용해 지역성을 더해 알맞은 콘텐츠를 발굴해냈다는 점 또한 주목할만하다. 강원 영동 MBC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는 방송사다. 유튜브 플랫폼의 발달로 시청자들은 TV를 떠나 유튜브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영동 MBC는 TV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 참신하고 지역성을 담고 있는 콘텐츠를 제작한다.

 

뉴미디어에 맞게 딱딱하고 지루한 방송 프로그램보다는 ‘B급 콘텐츠’, ‘짧은 영상’ 등을 소재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예를들어, 강원 영동 MBC 에는 오랜 기간 제작된 이라는 프로그램이 오랜 기간동안 제작되었다. 오랜 기간 방송을 제작하면서 축적된 노하우를 이용해 새로운 채널 <하우투>를 개설한다. 이를 통해서 강원 영동 MBC는 지역방송사 라는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었다. 또한, 지역성을 띠는 콘텐츠도 제작을 하고 있는데, 강릉 지역의 여행, 상품을 홍보하는 <7번 국도>, 강릉 지역의 사투리를 소개하는 콘텐츠 <여~는 강릉이래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영동 지역에 관련된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주목할 만하다.

 

다큐멘터리 <숨>은 지역성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드론을 이용해 촬영된 다큐멘터리라는 실험적인 제작물이기도 하다. 방송사에선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촬영 장비를 이용해 제작을 하지만, 다큐멘터리 <숨>은 다르게 스마트폰과 드론을 이용해 제작한 것은 방송사에서는 실험적인 시도로, 그런데도 영상의 퀄리티는 떨어지지 않는다.


이는 다큐멘터리의 근본적인 의미를 파고든다. 전문적인 촬영 장비가 없더라도, ‘좋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다큐멘터리의 소재와 스토리텔링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건 촬영이전에-물론 촬영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도, 탐구 과정과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동시에 다큐멘터리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도록 만드는 영상이다.


 

 

다큐멘터리 장르의 이해


 

“다큐멘터리는 사회 구성원들의 분열된 기억을 통합하고 과거의 사건과 상황에 대해 합의를 창출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제작자의 선택, 배치, 서사 구조에 따라 의미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큐멘터리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큐멘터리에 숨겨진 제작자의 의도, 서사 구조를 분석해야 하며 또한, 무엇보다도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큐멘터리는 ‘기록할 만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단순히 기록으로서의 자료가 아닌 기록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것을 뜻하며, “내적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사실’에 창조적으로 접근해 실체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토대로 한다. 사실을 토대로 근거를 갖고 새로운 진실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밝혀진 새로운 진실을 통해 세상에 변화를 가져다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큐멘터리 <숨>은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6·25 전쟁 당시 가려졌던 ‘영동지역 학살 사건’에 대해 조명한다.

 

우리는 6·25전쟁 이라고 한다면 인민군과 국군과 연합군의 전쟁, 그로 인한 국군의 희생에 대해서는 그들의 희생을 슬펴하며 기리고 있다. 또한, 미디어에서도 그들의 희생을 고귀하고 숭고하게 보여주며 감동을 준다. 대표적으로 MBC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연합군의 나라에서 온 외국인 여행객들은 그들의 숭고한 희생에 묵념하고, 존경의 의미를 나타내며 감사를 전한다. 이처럼, 한국 전쟁 국군, 연합군은 미디어에서 집중적으로 조명을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에 대해서 특히, 학살된 민간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한국 전쟁의 이면,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데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무튼, ‘영동지역 민간인 학살 사건이라는 ‘사실’을 재구성해 새로운 ‘진실’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큐 <숨>은 가치있는 다큐멘터리다.

 

게다가 다큐멘터리 방송으로 인해서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다큐멘터리는 새로운 진실을 제시하고 세상에 개입해 변화를 일으키는 장르이다. 방송 후 최초로 영동 지역 학살 피해자들을 주목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방송 후에는 삼척시의회가 조례 제정에 착수했고, 강원도의회에서도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한 조례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과 학살 사건 조사, 피해자 지원등의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서사구조 분석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반으로 제작되지만, 제작자의 선택에 따라서 의미가 변하는 장르다. 즉, 제작자의 선택을 통해서 현실을 재현하며 의미를 만들어낸다. 여기서 ‘재현’이라는 단어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보다 적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다큐멘터리에서 사물(사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지를 알기 위해서는 서사구조 분석이 필요하다.

 

다큐멘터리 '숨'은 ‘추적’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증언으로 사건의 가해자를 파헤친다. 초반에는 6.25에 대한 설명 없이 ‘학살’ 증언 영상이 이어진다. 먼저 “1960년 봄”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하면서 6.25에 대한 증언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뒤이어 “6.25” 라는 키워드를 제시함으로 6.25에 일어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증언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한다.영상 처음에는 가해자를 명확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서 잔혹한 학살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들고, 영상이 진행될수록 서서히 가해자가 인민군, 연합군, 국군 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가해자는 한 세력이 아닌 여러 세력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나중에는 이념의 정치성, 권력에 의해서 아무런 명분 없이 민간인을 학살한 것이 드러난다. 영상의 마지막에서는 제작자의 의도가 드러난다. 제작자의 의도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서 전달된다. ‘한국과 북한 정부는 민간인과 포로를 함부로 죽이지 말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학살 사건을 감추는 것’ 이라고 말하며, 당시의 기준에서 위배된 것을 현재에도 죄를 물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단호하게 학살은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며 경고함과 동시에 영동지역 민간인 학살 피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영상의 끝에는 영동지역 학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열함으로 가치있는 기록으로의 역할을 끝으로 영상을 마무리한다. 언술적 표현인 자막, 인터뷰 등은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피해자의 증언을 기록하고,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서 영상이 궁극적으로 주장하고자 함을 명확히 밝힌다.

 

또한, 영상적 표현의 특징은 스마트폰을 이용했다는 점, 피해자 유족과와 동등한 시선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다큐멘터리 <숨> 제작자는 ‘이번 다큐멘터리의 주제가 무겁기 때문에 촬영용 카메라가 증언자들에게 중압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휴대성이 용이하고, 화질도 나쁘지 않은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고 밝혔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피해자의 일상공간에서 인터뷰를 시도했으며, 카메라의 시선이 피해자의 시선과 일치해 시청자와 피해자가 서로 눈을 마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청자와 피해자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좋은’ 다큐멘터리 <숨>


 

다큐멘터리 <숨>은 지역방송사의 한계를 넘기 위해 스마트폰과 드론을 사용해 제작을 했다는 점에서 실험적이고 적극적인 시도를 했다는 점도 주목받을 만하고, 동시에 다큐멘터리적인 즉, 현대사에 새로운 진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가치있는 기록물이다. 게다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것, 피해자를 기록에 남겼다는 점으로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관통한 영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다큐멘터리에 대한 실험적인 시도와 적극적인 방법의 모색이 지역방송국 뿐만 아니라 유튜브 전성시대에 방송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가치있는 영상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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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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