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전시 툴루즈 로트렉 展

글 입력 2019.12.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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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이 끝나고 2020년이 시작되기도 이제 며칠이 남지 않았다. 새해를 목전에 둔 이 연말에, 흥미로운 전시 소식을 듣게 되었다. 바로 2020년 1월 14일부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툴루즈 로트렉 전"이었다. 이번 전시가 툴루즈 로트렉의 한국 최초 단독전인 동시에 전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자리라고 하니 더더욱 전시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사실 이 전시가 눈에 들어왔던 것은,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의 이름이 내게 와 닿았던 것은, 로트렉이 바로 수잔 발라동에게 미술가로서의 생명을 불어넣어 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수잔의 재능을 알아보고, 드가에게 소개시켜 주어 재능을 꽃피울 수 있게 해줬던 사람. 그러나 정작 수잔이 결혼을 원했을 때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그렇게 사이가 끝나버렸던 두 사람의 관계를, 수잔 발라동의 삶과 작품을 살펴볼 때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툴루즈 로트렉 전을 통해 반대로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시 소개


후기인상주의 화가이자 현대 그래픽 아트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전시회가 2020년 1월 14일부터 5월 3일까지(96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은 국내에서 선보이는 로트렉의 첫번째 단독전으로,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클레이든 미술관(Herakleidon Museum)이 소장하고 있는 1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전시작품 모두가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툴루즈 로트렉은 19세기 후반,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와 밤 문화의 상징 물랭 루즈 등을 무대로 파리 보헤미안의 라이프 스타일을 날카롭게 그려낸 프랑스 화가이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포스터, 석판화, 드로잉, 스케치, 일러스트 및 수채화들과 로트렉의 사진 및 영상, 이 시대의 생활용품 등은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을 19세기말 생동감 넘치는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과 물랭 루즈로 안내해 줄 것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 중, <제인 아브렐 Jane Avril, 1893>, <아리스티드 브뤼앙 Aristide Bruant in his Cabaret, 1893> 등 포스터 작품들과 <배에서 만난 여인 The Passenger from Cabin 54, 1895> 등 석판화 작품들, 연필과 펜으로 그린 스케치 작품들, <르 리르(Le Rire)>, <라 레뷰 블랑슈(La Revue Blanche in 1895)> 등 잡지에 게재된 그래픽과 풍자 일러스트 등은 화가 툴루즈 로트렉을 대표하는 이미지이자 19세기 말 파리 벨 에포크의 상징들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로트렉의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로트렉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소개하는 영상과 미디어 아트, 당시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그의 일러스트 등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으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회이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은 백작위를 가진 집안에서 난 귀족이지만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근친혼의 영향으로 인한 장애였다. 거기다 한창 자랄 10대 성장기에 두 차례 크게 넘어지며 양 허벅지 뼈가 부러져 그 이후로는 키가 거의 자라지 않았다. 137cm의 키에 특히 하반신이 과도하게 짧은 모습이었다는 그는 평생 지팡이에 의지한 채 살아야만 했다. 자연스레 승마나 사냥과 같은 귀족적인 스포츠를 즐길 수 없었던 로트렉은 그림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평생에 걸쳐 로트렉이 집중했던 피사체는 인물이었다. 특히 그는 카바레의 댄서, 가수, 매춘부, 서커스 단원과 같은 밤 문화를 꾸미는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했다. 그들의 화려한 모습을 담아내기도 했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지친 모습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는 특히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주로 그려냈는데, 각자의 개성을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명쾌하고 독특하면서도 독창적인 면이 있다고 한다.

 

대중적인 인기뿐만이 아니라 다른 예술가와 비평가들에게서도 인정을 받았던 그는, 불규칙한 생활과 과음, 매춘부들과의 무분별한 교제로 건강히 심하게 악화되고 정신착란 증세까지 보였다.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던 로트렉은 퇴원 후에도 작업을 지속하기는 했으나, 37세의 젊은 나이에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토록 짧았던 삶의 끝에, 로트렉은 캔버스 유화 737점, 수채화 275점, 판화와 포스터 369점, 드로잉 4,784점을 남기고 떠났다.

 

*

 

이처럼 부와 명예를 가진 집안에서 났지만 짧은 생을 살고 떠난 로트렉의 이번 단독전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기대가 된다. 먼저 첫 번째로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물랭 루즈로의 타임 슬립을 관람객들이 체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파리의 벨 에포크, 그 중에서도 예술가들이 특별히 사랑했던 물랭 루즈의 가장 중심부에 있었던 사람 중 하나인 로트렉이 그려내는 그 당시의 모습들을 이번 전시에서 감각적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대부인 로트렉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에서는 그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31점의 포스터들이 전시된다. 그의 기발하고 재치있는 포스터들에 숨겨진 다양한 관전 포인트들은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상세하게 안내될 예정이라고 한다.

 

세 번째로는 천재적인 예술가였던 로트렉의 흔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로트렉은 유화나 수채화 같은 고전적인 작품활동 외에도 인쇄물에 기고를 하는 활동들도 병행하며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벽을 허물어버린 최초의 작가였다. 그의 작품이 게재된 실제 인쇄물의 아카이빙 전시 역시 이번 전시회에 기획되어 있어, 그 당시 대중들이 받았을 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의 삶과 작품,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물랭 루즈에 대한 특별 제작 영상 역시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의 흥미로운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전시 구성


Section 1, 연필 드로잉

로트렉은 늘 연필을 지니고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 장소, 상황에 따라 떠오르는 영감을 끊임없이 드로잉했다. 드로잉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얼굴, 포즈, 실루엣, 캐리커처 등의 스케치이다. 이 섹션에서는 놀랍도록 현대적이고 절묘한 로트렉의 연필과 펜 드로잉을 만날 수 있다. 그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연필을 놀려 사물을 묘사했다는 사실이 이 섹션에서 드러나는데, 이는 자신의 인생에서 연필 드로잉이 자신의 삶을 지지하는 원동력이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Section 2, 뮤즈

'몽마르트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은 파리의 밤 문화를 화려하게 꽃 피워낸 몽마르트의 여인들을 즐겨 그렸다. 그가 화폭에 그들을 희극적으로 또는 비극적으로 묘사한 것은 그들을 비웃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위선과 가식으로 똘똘 뭉친 상류사회를 조롱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그는 뮤즈들을 통해 화려했던 한 시대와 그 시대를 대표하는 파토스(pathos, 애수)를 정직하고도 진실한 이미지로 세상에 남겼다.

 

Section 3, 몽마르트 카페

로트렉이 카페나 극장의 장면을 그린 작품들을 살펴보면, 그는 일본의 목판화나 풍자 화가인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영향으로 빛과 그림자의 역동적인 대조 및 효과적인 움직임, 과감한 생략이나 단순화를 통해 드라마나 코미디의 강렬함을 표현한다. 또한 로트렉은 인물의 특징을 날카롭게 포착해서 표현하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이번 섹션에 소개되는 작품들에는 1893년 '르 카페 콩세르' 컬렉션을 위해 제작된 웃음을 자아내는 석판화들도 포함되어 있다.

 

Section 4, 여자

1892년에서 1895년까지 3년 동안, 로트렉은 몽마르트의 유곽에서 일주일 내내 보냈다. 여기서 그는 몇 시간이고 여자들이 쉬고 있거나, 카드놀이를 하거나, 손님을 기다리거나,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그녀들과 함께 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이 여성들의 자유분방한 일상생활이 로트렉의 눈에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19세기 후반, 판화의 최대 걸작으로 손꼽히는 로트렉의 <엘르(Elles), 1896> 석판화 연작은 이런 환경을 바탕으로 탄생했고, 또한 이런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한 작품들이다.

 

Section 5, 잡지와 출판

19세기 말 프랑스는 각종 잡지가 쏟아져 나온 매거진 저널리즘의 황금기였다. 당시 파리 미술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로트렉은 여러 잡지로부터 원고청탁이 쇄도했다. 로트렉이 잡지를 위해 제작한 일러스트나 판화, 그래픽 디자인 등은 로트렉 예술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이다.

 

Section 6, 말과 승마

로트렉의 친구이자 저널리스트인 타데 나탕송(Thadee Natanson)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앙리는 남성보다는 동물을, 동물보다는 여성을 좋아했다. 그는 미칠 정도로 말을 좋아했지만 말을 타지는 못했다." 귀족들 틈에서 자란 로트렉은 말에 대한 열정이 컸다. 로트렉의 아버지 알퐁스 백작은 숙련된 기수였으며, 야외 활동을 좋아해 말을 타고 독수리를 데리고 오랜 시간 사냥을 다니곤 했다. 이 섹션의 그림 중 일부는 로트렉의 청소년기 작품들이며, 로트렉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다.

 

Section 7, 현대 포스터의 선구자 툴루즈 로트렉

프랑스의 19세기는 예술가들의 역할이 급진적으로 변혁을 가져온 시기이다. 그 때까지 예술가들은 귀족이나 부유층 고객만을 위해 예술품을 만들었다면, 이후부터는 그 동안의 진부한 작업 방식을 버리고 자신만의 스튜디오에서 자신만의 예술작품을 창작해서 프리마켓에다 팔기 시작했다. 또한, 1890년대 들어 컬러 인쇄의 기술적인 진보와 포스터의 거리 부착을 제한하는 법률의 완화로 인해 파리 시내 곳곳에는 광고 포스터가 넘쳐났다.


툴루즈 로트렉은 보다 창의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포스터를 대량으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회문화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작품의 소재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댄스홀, 카페, 극장 등 번창하는 파리 벨 에포크의 활기찬 매력을 포스터에 담아냈다. 일본 우키요에에서 영향을 받은 로트렉은 대각선 구도, 과감한 자르기, 배경 생략,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 굵고 진한 선, 사선 문양 등을 활용하여 당시 화가들의 고전적인 회화 기법을 훨씬 뛰어넘는 솔직함과 담백함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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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앞두고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짧은 인생을 한 번 훑어보고 나니 솔직히 의아했다. 신체적인 부분에서 다소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아야 했던 그라면 좀 더 인생을 안정적으로 혹은 건강하게 살아내려고 노력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보통의 삶을 사는 다수의 사람보다 제약되는 것이 많았을 텐데도 불구하고, 로트렉이 너무나 순식간에 타올랐다 사라져 버리고 마는 불꽃 같은 삶을 선택했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가 화려하지만 동시에 고뇌가 많은 삶을 살았던 물랭 루즈의 여자들을 화폭에 담아낸 것은 분명 그 삶에 어떤 연민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연민을 느끼는 것이 꼭 이성교제로 이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닌데, 그는 그 여성들을 그리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교제했다. 그것도 한 사람에게 충실한 형태의 정상적인 교제가 아니라 그냥 이끌리는 대로 말이다. 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동을 만나 남들 앞에서는 수잔 친구 관계인 척 했지만 사실은 뜨거운 관계였으면서도 끝내 그를 모멸차게 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불나방 같은 삶을 살았던 그가 이해되지 않았다. 왜 굳이 삶의 방식을 그렇게 선택했단 말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아도 이미 세상을 떠난 로트렉은 절대 내게 말로 대답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가 남긴 자신의 발자취들로 나에게 대답할 뿐. 그래서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이 더욱 궁금해지기도 한다. 과연 이번 전시를 보고 나면, 조금이나마 로트렉의 삶의 방식이 이해가 될까. 아니면 그가 바라보았던 세상이 어땠는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될까. 그의 삶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물랭 루즈를 느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툴루즈 로트렉 전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짧고 굵은 인생을 살다 간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천재적이고 감각적이지만 동시에 무모할 정도로 인생을 살다 떠난 그의 발자취를 직접 목도하게 될 2020년 1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툴루즈 로트렉 展

물랭 루즈의 작은 거인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기간: 2020년 1월 14일(화)부터 5월 3일(일)까지 (96일 간) /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요일에 따라 연장 가능)


입장료: 일반 15,000원 / 중고생 12,000원 / 어린이 10,000원


예매: 네이버 예약, 인터파크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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