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안녕, 나의 달빛천사 - Returned Fullmoon 이용신 콘서트 [공연예술]

15년만에 지킨 약속, Returned Fullmoon
글 입력 2019.12.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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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24-25일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Returned Fullmoon 이용신 단독 콘서트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노래는 외로운 아이들의 가슴 속을 적셨고 슬픔의 기억들에 기쁨을 채워주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9년 어느 겨울, 오랜 시간 잠들었던 그들의 달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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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투니버스에서 종영된 일본만화 원작 애니메이션 <달빛천사>. 주인공 '루나'는 노래를 사랑하는 시한부 소녀이다. 그러던 어느 날 '멜로니', '타토' 두 사신이 등장해 루나를 그토록 꿈꾸던 가수 '풀문'으로 만들어 준다.

 

달빛천사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세대에게 인기였다. 특히 OST가 돋보였는데, '나의 마음을 담아'부터 'New Future', 'My Self', 'Eternal Snow', 'Love Chronicle', 'Smile'까지 풀문을 맡은 성우 이용신이 노래했다. 이 노래들은 꾸준히 사랑받아, 곡을 모은 영상의 조회수는 400만 회에 근접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묻힌 달빛천사는 이용신 성우가 모 여대 축제에 초대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이를 계기로 달빛천사를 사랑하던 일명 '달천'이가 하나둘 나타났고 이용신 성우의 용기 아래 정식 앨범 제작을 위한 펀딩이 열렸다. 이것은 목표 금액인 3천3백만 원을 훌쩍 넘어 26억 원과 후원자 72,513명을 달성하며 마감했다.


숫자가 커질수록 각종 논란에 휩싸여 바람 잘 일 없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국내 정식 OST 발매가 이루어졌고 이용신 성우의 단독 콘서트가 열렸다. 음원 사이트에서 좋은 음질로 주제가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꿈만 같은 달천이들에게 더 큰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


콘서트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빈 집에 들어서는 영상으로 시작한다. 다 식은 김밥 한 줄을 먹으며 텔레비전을 켠 소녀는 <달빛천사>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주인공 풀문은 은퇴를 발표하고 소녀는 금세 시무룩해졌다. 시간이 흘러 2019년이 되었고, 책가방을 메고 하교하던 소녀는 구두를 신고 콘서트장으로 향하는 어른이 되었다.


그야말로 눈물바다였다. 영상이 끝나고 흐르는 풀문의 목소리와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의 울음 소리가 콘서트장을 채웠다. 그 공간에선 모두가 그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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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끝으로 여러분 곁을 떠납니다. 하지만 약속할게요. 전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다시 여러분들을 만나기 위해서.. 꼭."


 

첫 곡은 'Love Chronicle'.

 

'New Future' 혹은 '나의 마음을 담아'가 오프닝 곡일 거란 예상을 깨고 달빛천사 노래 중 가장 슬프고 아련한 곡이 시작을 알렸다. 마지막회에서 은퇴를 발표한 풀문이 마지막으로 들려준 곡인 만큼 풀문이 돌아왔다고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꼭 돌아오겠다던 15년 전 약속은 이렇게 지켜졌다.


 

이제 나에겐 추억만 남아있겠죠

사진 속에 그대 미소도 

약속했던 나를 지켰던 소중한 우리의 다짐도

서랍 속 사진에 혼자 울고 있겠죠


괜찮아요 다 이해할게요

이별의 시간에 나도 많이 자랐죠

얼어붙었던 마음속 아픔도 조금씩 녹아지며 멀어지겠죠 언젠가


내리는 비가 무거워 고개를 숙인 내 마음 한 구석에

영원토록 그대가 남아있겠죠

그대의 마음 알아요 하지만 서둘지 말아요

애써 그대 모습을 잊고 싶지 않아요 아직

 

- Love Chronicle 

 


많은 달천이의 심금을 울렸던 가사에,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와 흐느낌이 들렸다. 내 눈에서도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맞벌이였던 부모님 밑에서 만화영화가 유일한 친구였던 초등학생 시절. 그때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기분이었다. 뜨끈한 바닥에 엎드려 이불을 목 끝까지 올리고 귤을 까먹으며 풀문의 노래를 흥얼대던 그 나이로. 대출, 집값, 직장 따위는 신경 쓸 일 없던, 세상의 씁쓸함을 모르던 어린아이가 되어 펑펑 울었다.

 

콘서트를 달빛천사 OST만으로 어떻게 채울까 싶던 걱정은 기우였다. 곡이 끝날 때마다 풀문의 목소리가 흘러 나오는가 하면, 이 콘서트만을 기다린 달천이들의 메시지가 VCR로 전해졌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이러려고 돈을 벌었나 봐요." 등 메시지마다 진심이 듬뿍 담겨 있었다.

 

이용신 성우가 불렀던 굵직한 애니 주제가들에 맞춰 떼창을 했고 게스트로 성우 툴라(TULA)가 등장해 쾌걸근육맨 OST '질풍가도'와 디지몬 어드벤처 OST '파워 업'을 불렀다. 토크 타임에는 달빛천사 '타토'의 성우 김장이 나와 분위기를 달궜다. 이용신 성우가 후배들과 함께한 무대는 특히 빛났다. '노래하는 성우'로서 길을 잘 닦아 따라오는 후배가 헤매지 않게 하겠다는 목표를 실현한 무대였기 때문이다.

 

콘서트가 막바지로 달려갈 땐 이용신 성우가 진심 어린 말을 전했다. 실패도 해보고 좌절도 해보되,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메시지였다. 마음을 한자씩 꾹꾹 눌러 담은 애틋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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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지 않고 더빙만 했다면 이렇게 큰 사랑을 받지는 못했을 거라는 이용신 성우의 말처럼 음악이 주는 힘은 무척 크다. 콘서트장에 모인 우리는 강산이 변하고 생활도 제각각 바뀌었지만, 익숙한 멜로디에 하나가 되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 어떤 기억이라도 나눈 양 눈빛을 주고 받고 눈물을 나눴다.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느낀 동질감이었다. 서로 멀리 있어도 함께한 것처럼.

 

그날 저녁 우리는 타임머신을 탔다. 행복했던 그 시절을 항해하며 얼마나 순수했는지를 곱씹었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 건 아마도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멋 모르던 소녀로, 그때의 청량함으로 되돌아갈 수 없기에 그렇게도 울었던 게 아닌가 싶다.

 

달빛천사를 좋아해서, 노래가 좋아서 펀딩을 하고 콘서트에 간 것도 있지만, 그보다 나의 어린 시절이 그리웠다. 너무도 그립고 아련해서 이렇게라도 추억하고자 동참했다. 과거는 미화되고 추억은 바랠수록 아련할 뿐이다. 돌아갈 수 없다면 간직하기라도 해야지.

 

단 몇 푼으로 추억을 소장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손에 닿지 않는 아득한 어린 날을 이렇게라도 되새길 수 있어 진정 행복했다. 추억을 소환해준 풀문, 이용신 성우에게 다시 돌아와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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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가지 간직하고 있는 건

지금껏 그려왔던 작은 꿈

지금의 내 모습 어떻게 보일까

나 어릴 적 함께한 너에게

 

저 하늘을 봐

서로 멀리 있어도 함께할 수 있어

나 너에게 언제나 빛나는 둥근 달처럼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너무 늦지 않게 내게 와줘

 

- New Future

 

 

언제나 빛나는 둥근 달처럼 기다리고 있겠다는 가삿말은 서로에게로 통한다. 어린 소녀가 자라 성인이 되었듯 15년이란 세월이 흘러 풀문도 어른이 되었다. 저 하늘 달처럼 간직했던 날들이 헛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의 약속대로 너무 늦지 않게 와주었다.

 

안녕, 나의 달빛천사.

안녕, 나의 어린 날.

 




[장재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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