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창문을 넘어 사람들 속으로,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글 입력 2019.12.1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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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한 양로원의 노인의 100세 생일날 아침, 노인은 문을 두고 창문을 넘어 양로원 밖으로, 세상 밖으로 도망친다. 도대체 노인은 어째서 창문을 넘어 도망친 것일까? 어떤 상황에서도 재치와 여유를 잃지 않는 노인 알란의 지난 100년의 삶은 어떠하였을까?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양로원 밖으로 도망친 알란의 새로운 모험과 지난 100년의 파란만장의 일생을 그린다.

 

 

5. 스페인으로 간 알란. 전통춤으로 나라를 알린다.jpg

 


스웨덴에서 시작해 러시아, 이란, 미국, 그리고 북한까지 술 한잔과 함께하는 춤, 그리고 무대 위에 떠오르는 글자로 무대 위의 공간은 세계 곳곳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확장은 무대 위의 세상 만에 한정되지 않는다. 극이 처음 시작할 때, 무대 위의 다섯 배우들은 자신들이 이 연극의 변화하는 인물임을, 그리고 곧 이 연극이 시작할 것을 알린다.

 

그들은 ‘이름표’를 붙임으로서 수십명의 인물들을 오가며 연기하고, 그들 역시 그러한 규칙을 인지하고 있음을 유쾌하게 내보인다. 무대 안에서 뿐 아니라 무대 밖으로까지 끝없이 확장되는 이러한 구조는 특별한 매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경계도 한계도 없는 파란만장한 알란의 삶을 닮았다.

 

이야기의 전개는 속도감 있게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알란이 들고 간 돈가방을 뒤쫓는 갱단 ‘네버 에버’ 무리와 알란과 친구가 된 불운한 좀도둑 ‘율리우스’, 수 많은 분야의 ‘거의’ 전문가인 핫도그 장수 ‘베니’ 그리고 ‘구닐라’와 그의 코끼리 ‘소냐’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현재 시점의 이야기는두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20세기의 한 가운데에서 세계 곳곳을 오가며 이런 저런 사건들에 관여하는 폭탄 전문가 알란의 100년간의 이야기와 번갈아 제시된다.

 

 

8. 이란 정보안전국 본부에 수감된 알란, 처칠 암살 작전을 물거품으로 만들다.jpg

 


격동의 20세기, 알란이 오가는 나라들의 수많은 위인들은 그들이 지지하는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서로를 반목하고 갈등한다. 그 사이를 오가는 폭탄 전문가 알란은 그 갈등의 중심들에 서 있으면서도, 그 갈등을 넘어 사람들은 그 자체로 바라보며 위하는 인물이다.


젊은 날 스페인 정부군이었던 알란은 다리를 폭파하는 임무를 맡으면서도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고 프랑코 장군의 목숨을 구하며, 트루먼의 부탁으로 중국을 향하면서도 마오쩌둥의 아내를 구출하기도 한다.

 

알란의 첫 번째 친구 유리 역시 러시아를 위해 일하면서도 알란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와 진정 친구가 되어 주었던 인물이었고, 이후 평화를 위해 미국과 소련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려 노력한다. 이렇듯 20세기의 알란은 갈등 속에서도 그 안의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소중히 여기던 사람이었다.

 

 

10. 돈 가방을 찾아온 갱단의 2인자. 양동이와 마주하다.jpg

 

 

100년간의 알란의 과거에서는 그의 삶과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면, 창문을 넘어 새로운 시작을 내딛은 현재의 알란에게서는 유쾌한 임기응변과 기나긴 삶을 살아온 노인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언뜻 위기에 처한 듯해 보이기도 하는 그들의 상황은 언제나 재치있게 웃음을 자아내는 유쾌한 상황으로 변모한다.


그러나 무슨 상황에서도 의연할 수 있을 법한 알란에게도 견딜 수 없는 일은 있기 마련이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며 젊은 날 친했던 이들을 하나 둘 떠나보내면서도 안녕, 담담히 보내던 알란에게 찾아온 어린 고양이 몰로토프가 죽자 큰 복수심과 절망, 슬픔에 빠지게 된다. 결국 그는 자제력을 잃고 자신의 집을 포함한 주변의 것들을 폭탄으로 날려버린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살며 숱한 이별을 경험했다 하여도, 어떻게 모든 이별에 똑같이 담담할 수는 없었다. 그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그렇게 알란은 자신과 이어졌던 친구들의 죽음과 사라진 오두막집을 뒤로하고 홀로 남는다.

 

 

12. 고양이를 잃고 충격에 빠지다.jpg

 

 

그러나 그것으로 100세 노인 알란의 삶이 끝났을까? 자신의 작은 오두막을 모두 ‘날려 버림’으로, 알란의 지난 세월은 끝을 맞이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길을 잃은 옛 친구의 전보가 도착한 것이다. "그게 정말 가능했어."


100세 노인이 실종된 날. 그의 100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준비된 거대한 케잌 위 100개의 촛불은 단 하나만 켜진 채 남겨져 있었다. 그렇게 알란은 새로운 삶의 첫 번째 일 년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다시 그 첫 번째 일 년은 관계 맺기로부터 시작된다.

 

 

13. 다시 삶의 불꽃에 불을 붙이다.jpg

 

 

유쾌한 웃음과 감동까지 함께하는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우리에게 변화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들 뒤에 놓인 조건이나 수식어를 떼어놓고 사람간의 진실한 관계를 맺었온 알란의 일생과, 시간이 흘러 그 모든 것들이 변화하고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다 하여도, 언제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일이나 어제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100살 먹은 노인 알란이 우리에게 전하고, 또 함께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그러니 우리는 창문틀에 걸쳐 앉은 100세 노인에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알란, 그 창문을 넘어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_메인포스터A2.jpg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백세 노인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웃음! -


일자 : 2019.11.26 ~ 2020.02.02

시간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요일 및 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
12월 매주 수요일 4시, 8시 공연
12월 25일(수) 2시, 6시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0,000원
  
주최/기획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1세 이상

공연시간
140분 (인터미션 : 15분)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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