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생각] 삶에 지친 사람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글 입력 2019.12.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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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졸업 이후로 처음 보는 친구를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났다.

 

반갑기도 하고 이렇게 우연히 만난 게 신기해서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별거 아닌 말에도 웃음이 나고 예전 추억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누던 이야기의 흐름은 예전 학교에서 나와 친구가 연락이 끊겼던 시절로 흘러갔다.


뭐하고 지냈냐는 나의 질문에 친구의 표정이 확 식었다. 순간 내가 실수했나 싶었지만 친구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그동안 몸도 아프고 정신적으로도 아파서 병원을 지겹도록 다녔다고. 정확한 병명은 잘 모르지만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병이고, 그로 인한 마음의 병까지 생겼다고 했다. 너무 충격적이고 슬픈 소식이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얼버무렸는데 그제서야 친구의 체념한 듯한 표정이 보였다.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저 오랜만이라서 조금 달라진 줄 알았던 친구가 내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누구보다도 밝고 명랑했던 지난 모습이 아닌 어딘가 씁쓸한 표정과 예전처럼 환한 밝은 미소를 띠지 않는 모습. 내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달라져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집에 왔는데 그 친구의 표정이 자꾸만 생각나서 그려보았다. 이목구비는 다르게 그렸지만 정말 그 표정이다. 뭔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밝은 모습을 그릴지 고민도 되었지만 그냥 그 때, 내가 느낀 친구의 이미지를 그려보고 싶었다.


지금 이 친구와 연락되는 사람이 없다. 답답하고 걱정되지만 그냥 잠시 연락을 피하는 것이길 바라고 있다. 사실 그간 많이 힘들었다는 친구에게 그동안 이렇게 잘 버티고 살아온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나는 왜 이 말을 전하지 못했을까.

 


[이송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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