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9.1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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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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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 누군가가 ‘겨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연이 뭐냐고 묻는다면, 바로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이하 "솜")”라고 대답할 수 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내게 겨울은 "솜"이 있는 겨울과 없는 겨울로 나뉜다.

 

 

 

"솜"에 얽힌 특별한 추억


 

"솜"에 얽힌 나만의 특별한 추억이 있다. 고등학생 때 연극·뮤지컬에 ‘입덕’해버린 나는 수능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직접 공연장에 가서 볼 수는 없었지만, 각종 프레스콜과 커튼콜 영상을 찾아보며 힘든 수험생활을 버텼다. 수능을 끝내고 수시 면접까지 마친 후에야 공연 티켓을 예매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극은 "솜"이었는데, 원하는 캐스팅과 괜찮은 자리를 모두 만족하는 날은 하루뿐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수시 합격 발표가 나오는 날이었다. 집중이 잘 되려나 걱정됐지만 "솜"을 놓칠 수 없었기에 덜컥 예매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솜"을 처음 보는 날이자 합격 발표일인 12월 9일이 왔다. 내가 정확히 무엇 때문에 떨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심장이 뛰었다. 집중이 안 되기는커녕, 극장이 암전되자마자 앨빈과 톰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유튜브로만 접했던 넘버와 장면들을 실제로 보니 눈물이 막 나왔다. 이불 속에서 작은 화면으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동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눈물을 닦으며 나온 나는 그제야 핸드폰을 켜서 합격 소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연을 보며 흘린 눈물과 기쁨의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학원 선생님은 내 핸드폰이 꺼져 있길래 떨어진 줄 알고 정시 지원 계획을 세우고 계셨다고 했다.

 

 

 

"솜"을 사랑하게 되다


 

유튜브에서 한 배우가 "나비"라는 넘버를 부르는 영상을 보고 처음으로 "솜"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배우도 아니었고, 그냥 우연히 보게 된 영상인데 넘버가 너무 좋아서 며칠 동안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네 날갯짓에 이 세상이 변해”라는 가사에 정말 큰 위로를 받았다. 찾아 보니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라는 긴 제목의 뮤지컬 속 넘버였고,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던 "솜"이 바로 이 뮤지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죽으면 좋은 얘기만 해주네”

“그게 송덕문이라는 거야.”

“네가 내 거 써줄래? 나도 네 거 써줄게.”

“그게 가능해?”

“그러면 남은 사람이 하기, 약속!”

 

 

"솜"은 내가 정말 사랑하는 뮤지컬이다. 따뜻한 넘버와 이야기로 마음을 움직인다. 어느 날은 미치도록 슬프게 만들었다가, 또 어느 날은 잔잔히 미소 짓게 만든다. "솜"은 앨빈과 토마스의 이야기면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 역시 누군가에겐 앨빈 같은 존재이자 또 누군가에겐 톰 같은 존재일 것이다.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과 친구, 그리고 인생을 돌아보게 된다.

 

글 쓰는 걸 좋아하고, 글 쓰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톰에게 감정이입이 될 때가 있었다. “네 머릿속에 이야기만 몇 천 개야!”라며 그중 하나 골라 쓰라는 앨빈의 말이 톰에게는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말이 쉽지! 그래도 들떠있는 앨빈에게 매정히 “오지 마!”라고 얘기하는 모습과 그 말을 들은 앨빈의 표정을 보면 도저히 톰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

 

하지만 마지막 넘버 "눈 속의 천사들"에서는 그 모든 게 눈 녹듯이 사라진다. 톰의 마지막 대사, “앨빈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라는 말엔 완전히 무너져버려 톰을 미워할 수 없게 된다.

 

 

 

'넘버 덕후'라면 더 빠져들 수밖에 없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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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은 ‘최애 넘버’를 고르기 어려운 뮤지컬이다. ‘넘버 덕후’인 나는 넘버를 굉장히 중시하는데, 보통 뮤지컬을 보다 보면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정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솜"은 예외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넘버 세 개까진 겨우 추릴 수 있다. “나비”와 “눈 속의 천사들” 그리고 “This is it”이다.


“나비”는 가사가 참 좋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톰의 목소리와, “너는 강한 나비야, 나의 힘이야”라는 따뜻한 가사가 잘 어우러진 넘버다. “눈 속의 천사들”은 "솜"의 모든 장면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 넘버를 들으면 종이를 날리며 마주 보고 웃는 톰과 앨빈의 모습이 떠오른다. “This is it”은 우울할 때 듣는 넘버다. “이게 다야, 이게 전부야”라며 톰을 위로하는 앨빈의 목소리가 나를 토닥여주는 것 같아서 괜히 마음이 차분해진다.

 

 

 

"솜"과 함께라면 올겨울도 행복해


 

올겨울은 "솜"과 함께하는 겨울이다.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가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왔다. 개인적으로 백암아트홀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솜"을 보러 백암아트홀로 향하는 그 길을 좋아한다. 또 "솜"의 여운을 안고 백암아트홀을 나설 때, 그 차갑지만 시리지 않은 겨울의 공기도 좋아한다. 겨울의 시작부터 끝자락까지 계속되는 "솜"과 함께라면, 올겨울도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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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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