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결국, 문장이다 - 문장의 일

글 입력 2019.12.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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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일 - 지적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HOW TO WRITE A SENTENCE AND HOW TO READ ONE

저자: 스탠리 피시 | 옮긴이 오수원

펴낸곳: 윌북

발행일: 2019년 11월 1일

정가: 13,800원

 

 

 

문장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 글을 쓰고 있다.

 

서평, 리뷰 등 비문학의 글뿐 아니라 문학의 분류에 들어가는 글을 처음 써보고 있다. 비문학에도 해당이 되겠지만, 문학을 쓰니 문장에 대해서 매우 고심하게 된다. 어떤 단어, 문장을 써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써야 하는지, 어떤 스토리로 이어져야 하는지, 어떤 장치를 숨겨놓아야 하는지 등. 복잡하고 어려운 고민을 하면서 문장을 쓰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비문학을 쓸 때는 잘 알지 못했던 점을 느꼈다.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글의 단위는 문장이라는 것이다. 문장보다 더 작은 단위인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글을 쓰면서 단어보다는 문장을 단위로 끊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을 이루는 기본 요소는 문장이며, 더 나아가 글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단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의 필체를 결정하는 것도 문장이라고, 이건 나만의 생각이지만. 그렇지만 나는 그러기에, 글을 쓰면서 문장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 <문장의 일>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글을 잘 쓰기 위해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집중한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글을 분석하는데 더 중점적인 책이었다. 그렇다고 글 쓰는데 아무런 소용없는 책도 아니니. 활자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문장의, 문장에 의한, 문장을 위한 강의


 

이 책은 제목 <문장의 일>답게, 문장에서 시작해서 문장으로 끝난다. 1장 ‘왜 문장인가’에서 시작해 10장 ‘문장, 자신을 말하다’로 끝나며 모든 내용이 ‘문장’으로 귀결됨을 나타낸다.

 

이 책에서는 문장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돋보인다. 그럴 것이 작가 소개란에서는 “배관공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꽉 막힌 글을 보면 어떻게 시원하게 뚫을 것인지 평생 고민해 왔다”며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즉, 이 책은 문장을 집요하게 분석하고 논리로 쪼개는 작가의 철학이 집약되어 있다.

 

그렇기에 문학 비평에 관심 있는 자도 작가의 문장 분석법을 배울 수 있다. 다만, 외국어-영어-문장을 분석하며 해석하는 내용이기에 내가 보기에는 어려웠던 부분이 많았다. 그런 것을 제외하고도 문장에 대한 설명, 정의 등을 알 수 있기에, 이런 것이 어려운 사람은 유의해서 읽기 바란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첫 문장과 끝 문장’이었다. 8장. 첫 문장. 작가가 책을 쓸 때 가장 고심하는 문장이라고 한다. 좋은 첫 문장이 되기 위한 관문은 높다.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첫 문장의 구성 인자들은 다른 문장들처럼 혼자서는 설 수 없다. 가장 간단한 첫 문장도 물샐 틈 없는 짜임새를 갖추었으며, 독자를 다음 문장으로 초대하고 그다음 문장, 또 그다음 문장으로 인도하며 복잡한 문제와 위기를 비롯한 통찰, 때로는 해결책까지 약속해준다. 첫 문장을 쓰는 공식은 존재할 수 없다. 그 문장이 내놓는 약속은 그것이 소개하는 상상의 세계마다 다르고, 상상의 세계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P.168)

 

 

이렇듯, 좋은 첫 문장이 되기 위해서는 위의 요소를 다 포함해야 한다. 때문에, 책에서 첫 문장만이라도 기억한다면 책에서 가장 좋은 문장을 기억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용에서는 여러 첫 문장을 소개하며 분석한다.

 

그리고 끝 문장은 바로 다음 9장에서 다룬다. 책에서는 끝 문장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문장은 가능성 면에서 제약이 많다. 요약하거나 거부하거나, 화제를 바꾸거나, 독자를 만족시키거나 더 갈망하게 만들거나, 모든 일의 미래를 점치거나 아니면 전망들을 한꺼번에 늘어 놓는다. 마지막 문장에는 이점이 하나 있는데, 앞서 제공한 모든 내용이 발생시킨 흥미를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시동을 걸 필요가 없다. 오히려 시동을 꺼야 한다."

 

(pp.204-205)

 

 

동일하게 여러 문장을 예시로 들면서 분석을 하는데, 분석 글을 읽다 보니 마지막 문장은 감성적이었고, 사색적이었다. 독자를 끝 문장에 가두기도 하고, 끝 문장에서 독자들의 생각(사색)이 시작될 거라는 짐작을 했다. 독자는 끝 문장에 이어서 자신만의 문장을 이어붙여 또 다른 글을 완성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결국, 문장이다


 

마지막 장의 제목은 <문장, 자신을 말하다>이다. 1장에서 왜 문장인가에서 시작해, 4장에서는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가를 알아봤고, 뒤에서는 풍자, 병렬 구조, 첫 문장, 끝 문장 등 여러 문장을 분석하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결국, 문장이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나도 이 생각에 동의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문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 문장의 중요성을 알기만 했더라도 책 읽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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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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