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중간한 스물셋 휴학생의 이야기 [사람]

글 입력 2019.11.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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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두루뭉술하다. 딱 지금의 나와 어울리는 말이다.

 

 


20대 초반도, 중반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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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는 스물셋. 스물셋은 참 어중간한 나이다. 어떤 사람들은 '스물셋', '스물넷'처럼 시옷 받침이 들어가면 20대 중반이라 하고, 어떤 사람들은 스물다섯은 돼야 중반이라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또 초반과 중반을 나누는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 하지만 스물셋은 풋풋하고 어리던 20대 초반과는 많이 달라지는 나이다. 그렇다고 어른스럽거나 성숙한 건 아닌, 어중간한 나이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아무것도 모르고 대학에 들어왔던 스무 살의 나는, 내가 스물셋 정도 되면 뭔가를 많이 정하고 이룬 상태일 줄 알았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마치고 진로를 확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 멋진 스물셋을 상상했다.

 

하지만 4년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고, 금세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되어버렸다. 스무 살 때보다는 뭔가를 많이 알긴 하지만, 불확실한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런 스물셋. 어릴 때 내가 상상했던 스물셋과는 많이 다르다.

 

 

 

학생도, 직장인도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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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 신청을 했다. 뚜렷한 이유는 없지만, 여러 자잘한 이유가 있다. '막학기'가 두려워서, 조금 더 쉬고 싶어서, 진로를 더 고민해보려고, 또 다들 한 번씩은 하길래. 매일 늦게까지 자다가 일어나는 여유로운 삶이 좋았다.

 

하지만 점점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될까? 나는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취준생'인데. 불안한 마음에 다들 기본으로 한다는 영어 공부도 시작했고 인턴도 이곳저곳 알아봤다.


좋은 기회가 생겨 3주 전부터 한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었다. 인턴도 정식 계약을 하고 근무하는 '직장인'이지만 완전한 직장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내가 맡은 일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인턴이 할 수 있는 업무와 결정에는 한계가 있다.

 

팀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내게 친절하지만, 3개월 뒤에 그만둘 인턴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건 서로에게 꽤나 어려운 일이다. 매일 출퇴근길 '지옥철'에 몸을 싣지만, 왠지 내가 직장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참, 어중간하다.

 

 

 

글을 잘 쓰지도, 못 쓰지도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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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밥 먹듯이 하는 말이 있는데, 바로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물론 재능이 곧 성공은 아니란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재능 있는 사람이 부럽다. 난 재능이 없다. 좋게 말하면 모든 걸 웬만큼 한다는 뜻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딱히 잘하는 게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그나마 잘한다고 생각하는 건 '글쓰기'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고, 잘 쓴다고 칭찬도 많이 받았다. 대학에 와서도 글 쓰는 과제나 수업에선 항상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공모전에서 매번 탈락하고 다른 수상작들을 읽으며 느낀 건,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글로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글을 잘 쓰나? 대답은 '글쎄'다. 글을 못 쓰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뛰어나게 잘 쓰는 것도 아니니까.

 

 

 

'어중간함'에 대하여


 

사실 어중간한 게 꼭 나쁜 건 아니다. 중간쯤에 속한다, 중간 정도는 한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어중간한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것만큼 걱정되는 게 없다. 빨리 어딘가에 확실히 속하고 싶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지금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어중간한 시기가 지나면 내게도 뭔가 뚜렷해지는 날이 올까? 아니면 평생 이렇게 어중간함에 대해 고민하며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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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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