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서와 기록과 음식: 독서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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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글을 쓰기 전의 나는, 음식에 관한 책이 세상에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 p.97
나도 몰랐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음식과 관련된 책이 많을 줄은. 세상에 존재하는 요리책의 대부분은 요리잡지 또는 레시피책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책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함께할 것이라 생각했던 처음 예상과는 달리 책을 읽을 수록 음식과 관련된 도서들을 영업(?)하기 위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함께하지만 총 39개의 이야기, 즉 39개의 요리책이 함께하는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더 많은 책을 읽고 싶게 한다.
36년 만에 다시 만난 그의 친구에게 글을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고 그는 책 읽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읽기만 하는 일이 1년 정도 이어졌고, 새벽 근무로 피곤한 상태에도 계속 책을 읽었다. 가끔은 그가 읽기에 버겁기도, 어렵기도한 두꺼운 책들도 있었지만 그는 침대에서, 통근길 지하철에서, 집 식탁에서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선 신세계가 열렸다. 요리와 음식 식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다양하고 깊은 생각에 이룰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그는 책을 읽으며 자신이 변하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일상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소한 것들이 다시 보였다고 한다. 그렇게 그의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1년 동안 책을 읽고 신세계가 열린 후에도 그는 새로운 생각에 빠지게 된다. '자신은 정말 좋은 요리사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여 던진다. 그리고 그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도서는 독서에 대한 그의 생각에 곳곳에 묻어있었고, 요리보다는 독서와 관련되었다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30여 년 동안 웨스틴조선호텔서울에서 근무하며 있었던 일들, 요리와 관련된 에피소드들, 그의 사색이 담겨있지만 그 끝에는 항상 책이 있다. 그러니 책을 읽으면서도 그가 소개하는 다른 책들이 읽고 싶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글쓴이 스스로 책으로부터 얻은 깨달음이 커서인지, 독서에 대한 그의 애정이 자연스럽게 내게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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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계속하여 든 생각은 '기록'의 중요성이다. 최근 우연찮게 tvN에서 방영 중인 '수미네반찬' 프로그램을 시청하였다. 당시 회차는 350년 전 여중군자 장계향 선생님이 후손들을 위해 쓴 동아시아 최초의 한글 조리서 '음식디미방'의 조리법이 공개되었다. 대대손손 내려오는 조선 시대 양반가 음식이 공개되며 출연진들은 '음식디미방'에 적힌 조리법을 따라 요리를 진행하였다.
350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 읽는 것 조차 쉽지 않을 뿐더러 이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완성된 음식은 과거의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음식이라고는 하나 태어나 처음보는 음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됐다. 장계향 선생님이 쓴 한 권의 책이 우리를 과거와 연결해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고작 책 한 권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 책 한 권이 우리가 모르는 역사를 보여주고, 과거를 고증해주는 등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다.
책에서도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부분이 나온다. 2017년 글쓴이는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대한제국 선포 120주년 기념 '대학민국 황실 서양식 연회 음식 재현 행사'의 헤드 셰프로 참여한다. 이 행사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는데 기록이 너무도 적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겨우겨우 과거 영국에서 쓰여진 한 책을 구해 서양식 연회 음식을 재현해냈고, '대한제국 그 비운의 역사와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궁중 식문화의 명맥을 잇는다'는 취지를 훌륭하게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경험을 통해 글쓴이는 책이 가진 힘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이 파트를 읽을 때 내 머릿 속은 장계향 선생님의 책 '음식디미방'이 떠올랐다. 고작 책 한 권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 책 한 권이 우리가 모르는 역사를 보여주고, 과거를 고증해주는 등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나는 이 말을 싫어한다. 나 하나 살자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인간이 먹고사는 일, 바로 그 속에는 뭔가 중요한 것이 있다. 먹고사는 일 안에서의 조화와 균형이야말로 인생의 가치를 만든다고 나는 믿는다.
- p.151
요즘도 TV를 켜면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차고 넘친다. 탐식을 강요하는 연예인 먹방, 미식은 커녕 포식을 강요하는 미디어 매체들. '푸드 포르노'라는 기막힌 작명을 십분 이해한다. 사람들에게 부디 TV보단 책으로 먼저 음식을 드셔보시길 권하고 싶다. 현혹 하지 않고, 삶을 깊게 만드는 음식은 아직은 책의 식탁 위에 더욱 풍성하니 말이다.
- p.172
그는 TV보단 책으로 먼저 음식을 먹어보길 권한다. 현혹하지 않고, 삶을 깊게 만드는 음식은 아직은 책의 식탁 위에 더욱 풍성하다고 말이다. 책에는 음식과 요리에 대한 그의 철학과 사색, 그리고 경험이 함께한다. 평소에는 알지 못할 주방 속의 이야기, 음식 이야기, 커다란 음식 프로젝트의 이야기 등.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함께다. 동시에 책을 읽으면서도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다양한 음식 도서들에 대한 이야기와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이 함께한다.
어찌보면 신기한 책이기도 하다. 무엇인가에 대한 애정이 가득 차면 애정을 담고 있는 그릇이 흘러 넘치나보다. 이 책이 그렇다. 요리와 독서에 대한 그의 애정이 흘러넘쳐 독자들에게 스며든다.
[김태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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