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가치 있는 도망을 위해 - 하이드어웨이 VOL.2 [도서]

<하이드어웨이 매거진 vol.2 The Runaway> 리뷰
글 입력 2019.10.2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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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도망자들을 위한 은신처’

 

도망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도망의 동기와 양상, 결과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모두 다르니까요. 하이드어웨이 매거진 2호에는 도망이라는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기존의 고루한 이미지들을 걷어내고자 하는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도망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더 나아가 도망 앞에서 느끼는 익숙하지만 낯선 감정들을 여러 형식과 내용의 콘텐츠로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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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망을 왜 가?”

 

<하이드어웨이 2호>를 읽고 난 후, ‘도망’이라는 행위에 관해 떠올려볼 때 문득 생각난 드라마 속 대사 한 구절이다. 최근 가장 핫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여주인공의 대사로, 그 어떤 위험이 닥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말이다.

 

이렇듯 미디어에서 표현되는 도망이란 대부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 도망을 간다면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 ‘비겁한’ 행위가 되고, 정신적인 도망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철없는’ 행위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렇다, 우리에겐 가장 중요한 건 현실이다. 이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 한순간이라도 짧은 일탈, 즉 ‘도망’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아니, 오히려 매일 매 순간 생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대인의, 우리의 ‘도망’은 결코 가볍지도, 우습지도 않다. 오히려 때로는 권장해야만 한다. 도망의 시간은 덧없지 않다. 그 속에서 현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발견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

 

매거진 하이드어웨이의 2호는 ‘The Runaway’, 즉 ‘도망자’를 주제로 삼았다. 조금 더 특별하게 말하자면 ‘도망자들을 위한’ 특집인 셈이다. 빳빳한 질감의 내지를 한 장씩 천천히 넘기다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유형의 ‘도망’과 그를 행하는 ‘도망자’들을 다양한 형태로 만날 수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글과 인터뷰를 넘어 그들만의 도망을 담은 사진과 그림까지.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세상에 도망자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구나. 그렇다면 나는? 나의 도망은 어땠을까? 아니, 어땠을까가 아닌 어떨까라고 물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엄밀히 말하면 세상의 틀 속에서 나는 아직 ‘도망 중’이기 때문이다. 돌아갈 날짜가 정해져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도망이 아닐 수도 있지만, 뭐 어쩔 수 없다. 우리의 도망이란 게 다 그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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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나의 도망을 짧게 고찰한 기록이다.

 

•누가: 나의 기록이므로, 주어는 ‘나’이다.

 

•언제: 도망의 시작은 올해부터였지만 계획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다만 결심이 섰던 것은 작년이다. 하루하루 모래알처럼 바스라지는 멘탈에 하루빨리 도망가고 싶었다.

 

•어디서: 글쎄, 난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걸까. 쏟아지는 과제와 시험이 있는 학교? 그 모든 것을 다 해내야 한다는 시간 강박과 부담? 혹은 막연하기만 한 미래?

 

•무엇을(무엇으로부터): 위의 질문과 똑같은 것 같지만, 결국 난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모든 도망자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의 결핍을 해소하거나, 또는 외면하기 위해 우리는 도망을 간다.

 

•어떻게: 학생인 나로서는 그 방법이 휴학이었다. 단순히 ‘학교를 쉰다’, 혹은 ‘학업을 쉰다’라는 의미를 지닐 뿐이지만 한 치의 어긋남 없는 삶을 유지해온 나에게는 크나큰 일탈, 즉 도망이었다.

 

•왜: 그러게, 이 질문의 대한 답은 아마 도망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현실이 힘들어서, 지루해서 라는 쉬운 대답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무언가, 그 ‘무언가’ 때문이다. 이는 아마 도망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 혹은 진정한 도망을 해본 사람만이 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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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망이란 게 거창하지만은 않다. 지나치게 피곤하지만 이상하게 잠이 들지 않는 밤, 그럼에도 억지로 잠을 잔다거나, 슬프고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일부러 좋아하는 영화나 예능 프로를 보는 것 또한 사소한 도망이 될 수 있다. 다만 너무 사소해서, 일상적이어서 굳이 도망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일 뿐이다. 우리에게 도망이란, 이미 너무 획일화되어서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진지 오래이니까.

 

도망에서 돌아오는 경우는 두 가지이다. 억지로 잡혀서 끌려오거나, 스스로의 의지로 걸어오거나. 우리를 짓눌러 도망을 염원하게 만드는 현실 속, 도망을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현실이라면 기왕이면 즐겁게 돌아오고 싶다. 도망 속에서 도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그 ‘무언가’를 해결했다면 그 도망, 충분히 가치 있었다.

 

나의 도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실은 내년에 복학을 한다고 해서 완전히 끝날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도망지점의 2/3 정도 달려온 지금, 도망에 후회는 없다. 나를 포함한 모든 도망자들이 hideaway(은신처)를 발견할 그날까지, 묵묵히 응원의 손길을 건네고 싶다.

 

 

hideaway magazine

하이드어웨이 매거진

- vol.2 The Runaway -

출간: 하이드어웨이 클럽
분야: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규격: 가로 160mm X 세로 220mm

쪽수: 144p

발행일: 2019년 09월 26일
정가: 14,000원
ISBN: 979-11-9670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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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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