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층간소음, 아랫집은 안녕하지 못합니다. [사람]

Noise Complaint Issues
글 입력 2019.10.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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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을 갈망하고 있다. 층간소음에 졌다고 해야 하나. 본가에서 독립하여 혼자 살 땐 오피스텔에 살았었고, 거긴 어른들 위주여서 그런지 확실히 어린애들이 뛰거나 하는 일은 적었다. 다시 본가로 들어왔고, 그즈음 위층에 어린아이가 이사를 왔다.

 

그전에 살던 위층은 아이가 없는 신혼부부였기에 크게 시끄럽거나 하지 않았는데, 어린아이가 이사 온 뒤 그 두 작은 발로 달음박질을 하고 다니는 게 안 봐도 눈에 훤하다. 온종일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쿵쿵, 쉴 새 없는 쿵쾅거림이 신경을 긁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어린아이가 뛰어다니는 걸 따라다니면서 잡아 놓을 수도 없는 거고, 이해해야 한다는 주의여서 크게 개의치 말자고 하셨다. 문제는 내방 바로 위가 그들의 생활 중심이었는지 유독 더 시끄러웠다. 낮엔 그렇다 치겠는데, 열두 시가 넘은 한밤중에도 그런 식이다 보니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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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마개로도 안됐을 때, 나는 그 늦은 새벽 한 시 반 그들에게로 향했다. 또 그 와중에 배려랍시고 벨을 누르지 않고 현관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어찌나 쿵쾅거렸는지 내가 노크하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결국, 벨을 눌렀고, 이미 누구인지 예상하고 있는 듯한 아이 엄마가 미안하고 샐쭉한 표정을 지으며 나왔다. 아이엄마 뒤로 몸을 배배 꼬는 달음박질의 주인공이 고개를 삐쭉 내민다.

  

“아이가 많이 보채나 봐요”

  

라는 나의 말에 주의를 시키는데도 어리다 보니 잘 안된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연거푸 했다.

   

“낮엔 쿵쾅거려도 이해를 하겠는데 늦은 밤엔 좀 더 신경을 써주세요.”

 

“네, 주의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쩌겠는가, 죄송하다는데 소리 지르고 싸울 수도 없는 일이고, 그간의 고단했던 나만의 고행 일화는 잠시 접어두고 저녁 시간만이라도 앞으로 조용해 달라 좋게 얘기하고 내려왔다. 그리고 순간, 놀라웠던 건 평소에 아기를 무척 좋아하는 난데, 그 아이를 보는 순간 귀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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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아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이다. 유아교육과를 나오지 않았음에도 어린아이들을 잘 돌보았고, 조카들은 물론이요, 회사 행사가 있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을 잘 돌보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 궂은일 본의 아니게 마다하고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던 그간의 경험을 생각하면 위층의 그 아이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지 않던 감정이 너무 생소한 감정이었다.

 

역시 환경이 중요하단 생각이 든다. 뉴스에서만 보던 층간소음을 겪어보니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부모님 말씀처럼 어린아인데 시끄럽게 할 때마다 올라가서 뭐라 하는 것도 너무 정 없는 것 같고, 올라가서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SNS 상에서 읽었던 층간소음의 여러 가지 일화가 떠올랐다. 무슨 광폭 스피커를 사용해서 윗집에 집중적으로 소음을 보낸다든가, 허구한 날 싸운다든가 어휴,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냥 좋게 잘 해결하고 싶은데,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빨리 윗집의 전세기간이 끝나서 조용한 가족이 이사 오기를 학수고대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무슨 마법의 약을 먹고 그 조그마한 아이가 얼른 중학생이 될 수도 없는 거고. 방법은 역시나 단독주택밖에 없다. 예전엔 단독주택보단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이 훨씬 살기 편하고 좋다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층간소음을 겪어보니 단독주택만 한 게 없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구해줘, 홈즈]를 보며 적당한 동네를 간접적으로 찾아보게 된다. 빌라가 제일 많이 나오는 것 같던데, 빌라는 이제 패스다. 지금은 층간소음에 질려 단독주택을 혼자서 갈망하는 단계이지만, 곧 부모님을 설득하여 갈망을 현실로 바꾸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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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의 층간소음에 대해 이해가 안 되고 자꾸 감정이 나빠지려 하는 이유는 주의를 주고 나면, 조용하다 싶은 건 사실 그때뿐 이라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또 쿵쿵쿵이다. 쿵쿵 매트를 두껍게 20㎝ 깐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애를 키우는 처지면, 조용히 해야 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5㎝도 안되는 매트만 믿고 그저 애가 뛰어다니게 내버려두는 것 같아, 아래층 사람으로선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애를 키우니 조금만 배려해주세요.”

 

라는 은연중의 이기적인 생각은 제발 고이 접어두었으면 좋겠다. 애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도 똑같이 배려받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내가 가장 편하게 쉬어야 할 장소와 공간이 타인의 배려 없는 소음으로 가득 찼을 때의 그 스트레스를 과연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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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면 저렇게 행동 못 하겠지. 왜 사람들이 소송을 불사하며, 층간소음용 광폭 스피커를 찾는지를 이제는 알 것 같다. 제발 거기까지는 가지 않길 바라며, 위층 아이 엄마와 그의 남편이 적어도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길 바라본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좋은 게 좋은 거일 순 없다. 사람에겐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길.

 

 

[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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