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 전쟁, 기자, 여자 - 전쟁의 목격자 [도서]

글 입력 2019.10.0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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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단순했다. 전쟁이라는 장소와 시간에 기자로 살았던 어떤 사람을 통해서 무언가 배우고 싶었다. 이를테면 고귀한 정신 같은 어떤 것. 죽음이 도사리는 살아 있는 지옥과 같을 현장에 참여했던 사람으로부터 그런 걸 배울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측과 사뭇 달랐다. 마거리트는 전쟁터에 어떻게든 뛰어드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꿈과 야망을 이루기 위해, 때로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전쟁 속의 나이팅게일 같은 존재를 생각했던 얄팍한 예상이 가볍게 부서졌다.

 

 

실망감은 매기의 경쟁적인 성격을 더 강화했고,

지루함은 조금도 가만있지 못하는 성질을 증대시켰으며,

패배는 그의 못돼 먹은 구석을 드러내게 하는 자극이 될 뿐이었다. (48) 

 

 

책에서 그는 매우 매력적으로 그려졌음에도, 나는 마거리트를 묘사한 꽤 많은 부분에서 그는 인격적으로 그리 본받고 싶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다행히 그에게 품었던 기대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일방적인 요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거리트는 그저 그의 삶을 그의 방식대로 살았을 뿐이었다. 내가 어떤 편견이나 의도를 가지고 있었든지 간에 이 전기는 단순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버지의 좌절이 가족에게 끼친 영향을 잘 알았던 그는 어떻게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안정성을 얻겠다는 이유만으로 지루함이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단조로운 생활을 받아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169)

 

 

이 책은 전체적으로 마거리트가 겪은 일화와 그로부터 생각이 특정한 가치관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안내하는데, 그 구조나 방식이 꽤 친절하고 생생하다. 어떤 생각이 철학이 될 때 시작은 한 사람의 구체적인 경험이다. 이처럼 마거리트가 겪은 일화 하나하나가 성격과 가치관을 만들어낸 근거로 설명되니 마거리트를 보통의 한 사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일상에 등장하는 요철은 그가 원하거나 의도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도.

 

 

 

전쟁, 기자


 

 

아이였을 때조차 그녀는 전투의 격동 중에 공유되는 감정이 대체 무엇이기에 한 사람으로 하여금 이처럼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도 당시의 감정적 절정을 실제로 갈망하도록 만드는지 궁금했다. … 그녀는 어차피 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 스스로 전쟁을 경험해 보겠노라고 (110)

 

 

마거리트가 품은 전쟁의 인상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영향이 컸다. 약간 황홀한 낭만의 기운까지 감지되는 이런 묘사는 책 후반부에서 그의 아버지와 기자로 참전하는 그의 상황은 달랐다는 내용으로 조정된다. 그렇긴 해도, 확실히 그가 느낀 전쟁의 인상은 꽤 과감했다.

 

 

죽음은 도처에 널려 있었지만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일이었죠. (157)

 

 

마거리트를 비롯한 다른 종군기자의 경험과 말을 통해 얻은 전쟁에 뛰어드는 기자가 느낄만한 마음가짐에 관한 가장 가까운 정의가 아닐까 생각한 문장이다. 지뢰가 묻힌 땅을 직접 걷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죽지 않는다면 도처에 널린 그것마저 언제나 다른 사람의 일이 되는 것. 총알이 비처럼 쏟아져도 기적적으로 아무도 맞지 않는다면 완벽히 생존을 누리는 것.(214) 안전해서 차가운 느낌마저 들었다.

 

 

고향에 있는 사람들한테 이게 얼마나 쓸데없는 짓인지 말해주는 게 어때요? (228)

이건 전투가 아니에요, 학살이지. (231)

 

 

그는 기자로서 전쟁을 대면하고, 겪고, 이에 관한 증언을 부탁받기도 했다. 기이하면서도 공감되었던 부분은 그런데도, 그렇게 쓸데없고 낭비적인 전쟁터를 온 몸으로 겪고도 그가 본격적으로 죽음을 실감한 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딸의 죽음을 통해서였다는 것이다. (317)

 

 

위생병들이 다소 그 수가 많은 듯한 부상병들을 데리고 오기 시작했다. 기자는 혈장을 주입하는 법을 배웠다.” (251)

 

 

툭 던지듯 쓴 문장이지만, 이 글은 당시의 상황을 극도로 잘 표현한 것이라고 마이켈리스 중령은 증언했다. 그녀가 기자로서 감당했던 일은 헌신 없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구금은 언제나 교육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경찰서에 앉아 민병대나 경찰서의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면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324)

 

 

전쟁은, 그 자체로 무겁지만 아무튼 마거리트의 삶을 중심에 놓고 보면 그가 기자로서 성장하는 계기 중 하나였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에 접어들며 그가 러시아 취재를 위해 러시아학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한 일화는 기자로 살겠다는 어떤 열정 없이는 절대 이뤄낼 수 없는 성취라 생각했다. 그렇게 뛰어든 현장은 녹록치도 않았다. 러시아에서 열여섯 번이나 체포된 상황에서도, 그러나 그가 쟁취한 건 배움이었다. 그는 확실히 경쟁적이고 즉흥적며 우발적인 상황을 견디려 노력하고 견딜 준비가 된 기자였다.

 

 

 

여자



 

(스탠리)의 부재는 그가 품었던 의심을 더욱 강화했다. 자신이 전통적인 결혼의 속박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94)

 

마침내 풀타임으로 결혼 생활을 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한 마거리트는 자신이 그 대가를 치를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06)

 

 

마거리트의 결혼관 변화가 어땠는지 명확히 알 수 있던 부분이 흥미로웠다. 지금은 전보다 더 많은 여성들이 결혼관을 확립하는, 혹은 확립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1950년대의 여성에게 기대하긴 버거운 과제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 곳곳이 증언하는 마거리트는 목표한 바를 분명히 성취하는 사람이자 독자적인 여성이었다.

 

 

오늘날 여성 신문기자는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자 하며 차별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견해다. 우리는 그녀가 자기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237)

 

 

<트리뷴>의 이 성명서는 마거리트에게 여성으로서 한 번의 승리는 안겨주었다. 모든 인생은 각자의 전쟁 중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의 삶에도 다른 전쟁이 있었다면 바로 여성 기자라는 사실 자체였을 것이다. 남자였다면 존경받았을 경쟁심과 결단력 같은 자질 때문에 남자들은 매기를 괘씸하게 여기기도 했다. (254) 이 사건은 그가 여성으로 거둔 성취가 또 다른 남성에게는 영감과 감동이 되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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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꽤 많은 부분에서, 단순히 일을 겪어내는 차원의 인생을 넘어 어떤 일 때문에 얻어진 철학으로 구성되는 인생을 보게 되었다. 후자가 어쩌면 삶을 살게 하는 더 실제적인 질료가 아닐까. 일은 말 그대로 일어나는 것 뿐, 그로부터 삶의 모양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는 아주 적극적으로 인생의 주체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할 일인 것이고 거기까지 가야 삶을 살았다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더 강해졌다. 그래서 읽는 이의 입장에선 사후적일 수밖에 없는 마거리트의 일은 어쩌면 어떤 삶에나 있는 예고편 같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어떤 문장이 말하는 는 마거리트가 아닌, 내가 되는 건 자연스러웠다. 전기를 읽는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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