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진짜 가족이라는 것이 뭘까 [영화]

글 입력 2019.09.15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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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족을 보았다. 평소 좋아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츠 영화이고, 개봉 당시 정말 보고 싶었지만,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지금에서야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제목처럼 어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같이 부대껴 사는 가족. 그런 가족이야기.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한 여자 아이를 주어온 가족의 이야기. 글로서 정리하자면 굉장히 짧고 뭔가 없어 보인다. 이게 과연 이야기가 될까싶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평범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츠 영화의 장점은 굉장한 이야기를 굉장하게 평범하게 말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말을 하기는 비교적 쉽다. 있는 그대로를 말하면 되니까.


이를테면, 마블 시리즈나 (미안하다. 마블이 쉬운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마땅한 예시가 생각이 안 났다) 기타 등등의 블록버스터 들은 그냥 그 소재 자체가 이야기, 그리고 영화이다. 하지만, 어느 가족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한 가정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는 영화. 그리고 줄거리만 보면 엥? 어쩌라고? 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나 이야기가 전해주는 힘은 굉장히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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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 즈음에 나오는 칸 황금 종려상이라는 문구를 봐서 그런 건지, 나도 모르게 보 내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떠오르더라. 둘 다 어찌 보면 밑바닥 인생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평범한 이미지로 굉장한 것을 만들어낸 영화라 생각한다. 보면서 아 칸이 요즈음에 이런 영화에 꽂혔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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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다시 영화로 들어가서,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 제목처럼 한 가족의 이야기는 그냥 어느 일상을 보여준다. 훔치는 삶. 훔쳐서 살아가는 삶. 진실인 것이 하나도 없는 삶인데, 그들의 삶은 어느 삶보다 진실 되어 보인다. 한 아이를 얼떨결에 훔쳐서 (물론 그들의 의도는 좋은 의도였지만) 그걸로 인해 생기는 이야기들을 말한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일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서 이러니저러니 말하기가 싫다. 그냥 보라. 라고만 하고 싶을 뿐, 다만, 아이를 훔침으로서 그 이후에 그들의 이야기가 밝혀지는데, 그 것이 조금은 충격적일 수도 있다는 것. 그 정도로만 말해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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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것이 뭘까.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낳으면 다 엄마인가요. 낳아야지만 엄마가 된다고. 과연 그럴까? 가족이 가족 노릇을 못 한다면, 굳이 가족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일례로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생각이 났다.


무이의 마지막 모습에서 그녀가 과연 엄마와 떨어져서 남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가정에 가서 살면 무이는 행복할까?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남들이 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을 해야만 행복할까? 그냥 살아가면 그게 행복 아닐까? 행복이라는 말을 하기위해서 우리는 어쩌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한 채 겉으로의 행복만 쫓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 속 그들이 마지막 모습에서 모든 것이 밝혀지고 제자리로 돌아갔던 모습이 어쩐지 슬퍼 보인 것은 그 것이 정말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뭐라고 남들의 ‘행복’함을 재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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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나처럼, 나도 남들이 왜 불행하냐고 우울하냐고 물어본다. 남들이 보기에 멀쩡한 가정, 그리고 그닥 어려워 보이지 않는, 어찌 보면 ‘정상’의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다. 그 것을 누가 재단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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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는 유달리 먹는 것과 성에 관련된 것이 자주 등장한다. 특히 먹는 것. 나는 이 것을 보고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도 유달리 ‘먹는’ 것이 많이 나온다. 그들은 늘 먹고 있거나, 아니면 먹는 것을 대하는 두 가정의, 아니 세 가정의 태도에서의 차이가 느껴진다.


어찌 보면 결핍되지 않은 한 가정은 본능에 가까운 먹는 것은 그저, 쾌락의 한 수단이다. 하지만 다른 가정들은 필사적이다. 정말 ‘살기’위해 먹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먹는 것을 보면 주체를 못하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이 영화도 그렇다. 그들이 아이를 훔친 이유 중 하나도, 그 아이가 많이 먹지 못해보여서이다.


가장 본능에 가까운 것이 부족하면 사람은 그 것이 있을 때 굉장히 집착을 하는 것 같다. 일례로 다이어트를 할 때, 자신이 먹지 못하니까 먹는 것이 더 떠오르는 것처럼, 평소 충족되지 못하는 욕구로 있을 때 많이 먹자! 그리고 평소 내내 그 것을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성욕도 그렇다. 다른 욕구들은 뭐가 있는 지도 모른 채, 그저 자신이 충족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가질 수 있을 때, 누릴 수 있을 때, 최대한으로 누리려고 하는 모습. 그런 모습들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핍된 사람들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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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가난한 사람끼리 같이 가난해 지는 것이지. 라는 대사. 그래, 우리는 어쩌면 아등바등 같이 살아가고 있다. 한정된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 남들은 잔인할 정도로 짓밟고 올라가야하는, 취업을 하기위해서 아니면 직장에서 올라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잔인해지는 모습들.


하지만 이미 갖고 있는 자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미 그들은 그 것들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여 더욱 더 착해 보일 수도 있고, 가진 자들은 점점 더 가져만 가고, 가난한 사람끼리 어쩌면 잔인할 정도로 그들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여 별 짓을 다 한다. 영화 안의 친구였던 그들이 일자리를 위해서 그들의 약점을 끄집어내어서 일을 그만두게 할 때, 잔인한 것으로 보였지만, 사실은 잔인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들이 살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안다. 우리의 모습도 어찌 보면 그럴지도 모르니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나도 돈만 많았어봐. 착했다고. 결핍은 모든 것을 뒤바꾸게 할 정도로 잔인한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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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보다 좋았던 점은, 기생충은 양극의 차이라는 것에 집중을 둔 영화같다면, 이 영화는 그냥 가족들의 이야기에 하나씩 녹여냈다는 점이 좋았다. 요즈음에 본 영화 중에 엉엉 울면서 본 영화. 아니, 주르륵 눈물이 났던 영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조합인 키키 키린과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마지막 조합이라는 것도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츠의 영화의 특징인, 배우들이 정말 자신의 삶을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연출, 그리고 아역 배우는 물론이요.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들을 보고 싶다면, 이번 주말 이 영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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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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