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연없는 악당은 없다? 연극 "킬롤로지"

글 입력 2019.09.0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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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롤로지 공연사진5.jpg



연극 <킬롤로지>에는 세 등장인물이 등장한다. 세계적으로 흥행한 온라인 게임 ‘Killology’에서 사용된 방법으로 살해된 소년 ‘데이비’,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를 결심한 ‘알란’,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살인을 위한 게임 ‘Killology’를 개발하여 거대한 부를 축적한 게임 개발자 ‘폴’이 그 주인공들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으면서 먼저 든 생각을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그래, 이 시국에?'"였다. 게임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는 오늘날, <킬롤로지>는 사회에서 의미있는 질문을 던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바로 필자가 킬롤로지에 기대하고 어쩌면 걱정하는 점이다. '폭력'이라는 주제를 사회적 이슈로 풀어내는 것은 섬세하고 또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메시지가 강하게 들어나는 작품을 보다보면, 예술이 성찰의 장이 아닌 호소의 장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경우, 만악의 근원은 하나로 통한다.


하지만 세 등장인물의 배경 이야기가 다른 것처럼, 세상의 많은 일들은 대부분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들은 한가지 이유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가해자', 혹은 '피해자'라는 명패는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바뀐다. 필자가 흥미롭게 읽은 책 중에서, 이런 제목이 있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이 책은 차별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20대에 대해 쓰고 있다.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킬롤로지 공연사진3.jpg



이렇게 서술하고 있지만, 사실 필자는 아직도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나간 끔찍한 폭력 사건의 범죄자를 잊지 못한다. 너무 끔찍하게 살해된 피해자들을 생각할 때면,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 주고 싶다.


박찬욱의 복수 시리즈와 영화 <킬빌>의 주인공들이 복수의 고리 끝에서 언젠가 마주할 공허함을 이해하면서도, 그 영화들에게서 카타르시스트를 느낀다. 폭력의 당사자는 덜할까, 이런 현실에서 <킬롤로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이런 필자의 걱정 반, 기대 반을 뒤로하고, 어쨌든 연극 <킬롤로지> 우리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잔혹한 범죄와 미디어의 상관관계, 그리고 그것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이야기하려 한다. 또 폭력의 근본적인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며 가깝게는 가정, 교육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시스템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이며, 적극적으로 뒤섞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대신 독백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킬롤로지 공연사진4.jpg



아들을 잃고 복수하려는 아버지, 끔찍한 온라인 게임의 영향을 받아 잔혹하게 살해당한 아들, 그 게임의 개발자. 관람객들은 연극의 이름에 맞게 어떤 스릴있는 복수극을 기대할 수 있지만, <킬롤로지>는 결코 끔찍한 장면을 그대로 노출시키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이, 연극의 대사는 독백으로 처리되며, 무대의 세팅은 단순하다. 연극은 등장인물들이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전개방식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연극의 이런 형식은 영국 웨일스 출신의 극작가 게리 웨건의 한 방식으로 보인다. 게리 웨건은 공연 창작 환경이 취약한 웨일스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립극장(NT)에 진출한 작가다. <The shadow of a boy>로 신진작가에게 수여되는 Meyer-Whitworth Award를 수상하여 주목받고, <Violence and Son>로 영국 최고의 '로열코트'와 작업을 시작했다.


여성 1인극 <스플롯의 이피게니아>에 이어 <킬롤로지>까지, 그의 작품은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개인의 삶에 비추어 거대한 사회 시스템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왜 개개인의 독백과 이야기로 연극을 구성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 부정하고 싶지만 맞는 말이다. 사연없는 악당은 없을지도 모른다. 연극 <킬롤로지>는 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로 접하는 현대인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연극열전] 킬롤로지 티저 포스터.jpg

 


킬롤로지
- Killology -


일자 : 2019.08.31 ~ 2019.11.17

시간
평일 8시
주말 및 공휴일 3시, 6시 30분
월 공연 없음

*
8/31(토), 9/1(일) 6시 30분 공연만 있음
9/12(목) 3시, 6시 30분
9/13(금) 4시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티켓가격
R석 55,000원
S석 40,000원

제작
(주)연극열전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공연시간
125분 (인터미션 :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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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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