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직업은 안녕하신가요? [문화 전반]

이제는 직업의 재정의가 필요한 때
글 입력 2019.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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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할 때마다 대답하기 망설여지는 질문이 있다. 나에게는 바로 이 질문이 그렇다.



"무슨 일 하세요?"



누군가에게는 직종, 직장, 직급을 나타내는 단어로 똑떨어질 질문이지만 내 경우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해하다. 결국 “이것도 하고요, 저것도 합니다.”라고 일련의 설명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직업이 뭐냐고요? 글쎄요. 굳이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프리랜서입니다.




1. 프리랜서가 뭐지?



최근 들어 프리랜서에 대한 관심도가 늘어나고 있다. 그에 맞추어 단행본, 잡지, 팟캐스트, 각종 SNS 채널에서는 프리랜서의 삶을 점점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란 도대체 뭘까?



프리랜서 :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 계약으로 일하는 사람. ‘비전속’, ‘비전속인’, ‘자유 계약자’, ‘자유 기고가’, ‘자유 활동가’로 순화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여기에는 프리랜서의 가장 핵심 특징이 드러난다. 바로 '일정한 소속이 없다.'는 말이다. 프리랜서는 특정 직종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라 일의 형태를 나타내는 말에 더 가깝다. 특정 직장에 소속되지 않고, 그때그때 계약을 맺어 일을 하고 있다면 누구든지 프리랜서라고 할 수 있다.


프리랜서가 필요한 분야는 다양하다. IT, 출판, 디자인, 교육, 문화예술 등을 비롯하여 유연한 형태의 작업이 필요하다면 어디서든 프리랜서를 고용할 수 있다. 또한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은 딱 한 가지 일만 하는 경우는 드물다.


생계를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대다수가 여러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고 있다. 따라서 직업을 물었을 때 명쾌하게 한 단어로 대답할 수 있는 프리랜서가 드문 것이다.




2. 저는 프리랜서입니다만...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나에게는 생계를 위한 일과 창작자로서 하는 개인 작업이 있다. 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후자이지만 이것은 나를 먹여살리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직업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잠시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고민 끝에 대답을 하더라도 똑떨어지는 답이 아니니 듣는 이의 얼굴에서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프리랜서의 고민은 이어진다. 일과 생활의 모호함은 그중 하나이다. 프리랜서의 일터는 개인에 따라 다르다. 어떤 이는 카페에서, 어떤 이는 작업실에서 일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프리랜서도 있다. 또한 프리랜서는 출근 시간, 퇴근 시간이 명확하지 않다.


이는 내 시간과 공간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마감이 코앞으로 닥쳤다면? 당신이 있는 모든 곳이 일터이다.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이라는 말은 프리랜서의 삶을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일과 생활의 구분은 프리랜서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두 번째는 역시 돈 문제이다. 일을 받기까지도 문제이지만 일을 받고 난 뒤에도 문제이다. 일을 하기 전에는 내가 받은 일이 적절한 단가인지 살펴봐야 한다. 다행히 적정 단가라고 판단하면 일을 시작한다. 무사히 일을 마쳤다면 이제 노동의 대가, 돈을 받을 차례이다.


그러나 여타 직장인과 달리 프리랜서에게는 정해진 월급일이 없어 통장에 돈이 들어올 때까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또한 다음 달 수입을 예상할 수 없는 불안정성, 세금, 금융권에서의 애매한 위치도 프리랜서의 재정 문제에 한몫을 한다.


만약 프리랜서로 사는 고충을 함께 나눌 동료들이 있다면 이 고민을 좀 덜 수 있을까? 프리랜서는 특정 소속이 없기 때문에 동료, 선후배 관계가 애매하다. 따라서 일하면서 생기는 여러 고충을 털어놓을 곳이 명쾌하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프리랜서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그중 다양한 프리랜서의 삶을 보여주는 책은 단단하면서도 소중한 정보의 장이다. 여기, 프리랜서의 삶을 소개하는 잡지 한 권이 있다.




3. 프리랜서도 프리랜서가 궁금하다 - <Free, not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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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프리(free)'라는 단어는 매혹적이다. 자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일 같은 직장으로 출근했다가 퇴근하는 삶을 반복할 때면 프리랜서의 '프리(free)'는 더욱더 마음을 끈다. 그러나 "프리랜서가 과연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 실제 프리랜서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아마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자유롭긴 한데 자유롭지 않다."라고.


작년 말 창간된 비정기 매거진 <Free, not free>는 프리랜서의 삶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현직 프리랜서와의 인터뷰부터 클라이언트가 생각하는 프리랜서, 무기력을 이겨내고 건강 관리할 수 있는 팁, 프리랜서의 노동 실태, 프리랜서를 위한 정책의 현황까지. 한곳에 모아서 만나기 힘들었던 프리랜서에 관한 정보가 가득하다.


그중 2018년 서울시 생활임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프리랜서의 수입 현황이나 입금 체불 경험 등을 마주할 때면 씁쓸함이 가득 묻어난다. 프리랜서 역시 여타 노동자처럼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지만, 프리랜서를 위한 정책의 필요성은 최근 1~2년 사이에야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갈 길은 멀고도 멀다.


그래서 "프리랜서는 과연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은 "일의 형태는 자유롭지만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다."라고 답한다. 당장 다음 달, 그다음 달 들어올 수입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이 들어오는 대로 받기 쉽고, 그 일을 끝내기 위해서는 출근과 퇴근의 경계도 모호해진 채 계속해서 일하는 것이다.


결국 프리랜서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자유롭고, 어떤 면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말 그대로 '프리 낫 프리'다.




4. 프리랜서에게도 동료가 필요해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프리랜서가 된다. 언제까지 프리랜서로 일할지 그 누구도 명확히 알 수 없지만, 고용 불안정성과 맞물려 프리랜서 시장은 앞으로도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반면 프리랜서를 위한 사회 안전망은 시장의 크기에 비해 한참 뒤처진다.


결국 현재 프리랜서의 권리는 각자가 챙겨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개인의 목소리와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개인과 개인의 목소리가 모일 때, 우리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프리랜서에게도 동료가, 연대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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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프리랜서'라는 일의 형태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는 빠르게 변한다. 변화에 발맞추어 일의 형태는 점점 더 다양해진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현실적으로 희미해지고 있다. 부모 세대에서는 가능했던 일들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같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직업들이 부각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일의 형태는 앞으로도 계속 변화할 것이며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라는 직장의 형태도 영원하진 않다는 사실이다. 평생 하나의 직장, 하나의 직종에서만 근무할 사람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 따라서 이제는 ‘직업’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정의해보아야 한다. '프리랜서'는 어쩌면 다가올 미래의 일부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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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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