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곳에 가면 - 부족함 없는 부산에 가면 [문화 공간]

부산 광안리에서 날아온 친구의 초대장.
글 입력 2019.08.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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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소개해 달라는 너의 말에 내가 벌써 부산을 소개해줄 짬밥이 된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게 됐어! 내가 사는 이곳, 부산 소개를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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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남산타워가 있다면, 부산에는 용두산 공원의 부산타워가 있어.


그곳에는 케이블카도 없고, 연인들의 사랑의 자물쇠도 없지만, 남포동 시내에서 쭉 연결되어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있고, 부산 명물들의 다양한 무료공연을 즐길 수 있어. 부산의 대표적인 시내인 남포동 빈티지 상점과 먹거리, 영화배우들의 핸드페인팅 된 거리를 둘러보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용두산 공원에 올라가 경치도 보고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도 할 수 있는 공간이야.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어? 하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해. 부산토박이인 나의 사촌은 용두산 공원은 언제든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라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해.


부산은 서울과 다르게 어디든 바다가 가까이 있고 서울보단 복잡하지 않아. 서울만큼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여유롭고 편안해. (난 부산이 더 복잡한 것 같은데?)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을 택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 살기에는 딱 좋은 동네랄까? 너무 삭막하지도 복잡하지도 않고, 문화생활을 간간이 즐기며 코앞에 바다를 보고 여유도 부릴 수 있거든.


특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 부산에 살면서도 가끔 가는 바다는 늘 새로워. 그리고 마음이 뻥 뚫리고 편안해져. 이제는 바다의 비린 냄새도 잘 모르겠어. 부산이 너무 익숙하고 편안해 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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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다와 산 나무, 큰 절벽으로 둘러싸인 태종대도 가 볼 만해. 언제든 태풍 같은 바람을 맞을 수 있는 엄청나게 큰 공원이라고 생각하면 돼. 관람차를 타고 공원 전체를 둘러볼 수도 있고 잘못 내리면 계속 뺑뺑 돌 수 있으니까 내리고자 하는 지점을 잘 확인하도록!


또 하나의 자랑거리, 태종대 유람선을 꼭 타봐야 해. 유람선을 타기 전 새우깡도 하나 사주는 센스! 유람선을 타고 바다를 한 바퀴 돌면 오륙도, 더 맑은 날엔 일본 대마도도 볼 수 있어. 바위를 내딛고 아래로 내려가다 보면 갓 잡아올린 싱싱한 횟감과 각종 해산물을 즉석에서 먹을 수도 있어. 부산은 바다와 해산물이 풍부해서 어디서든 회를 먹고 바다에 놀러 가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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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하나 부산사람들만 알고 있는 명소가 있어. 바로 황령산이야.


그곳은 산이지만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야경을 보러 데이트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황령산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정말 멋있어. 누구든 "와~" 하고 탄성을 지를 만큼 멋져. 부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캄캄한 밤사이에 반짝이는 불빛들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와.


광안대교, 이 동네 저 동네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해. 부산의 많은 명소들이 있지만, 부산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아마 황령산까진 가보기 힘들 거야. 정말로 부산사람들만 아는 보물 같은 곳이랄까? 연인이 있다면 꼭 한번 같이 가보면 좋은 곳이야. 커피 하나 사 들고 차를 타고 드라이브 겸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가다 보면 별천지가 나타나. 갑자기 없던 사랑의 마음도 생길 것만 같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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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 광안리에서 2년 정도 살기까지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 바로 코앞에 바다와 그 바닷가의 수많은 커피숍이 있지만, 그것을 함께 즐길 사람이 없다는 게 제일 슬펐어. 소소하고 사소한 일상을 도란도란 얘기해줄 사람 말이야.


그땐 바다를 보며 식상하다 생각했고, 우울해지기까지 했어. 물론 지금은 나를 소중히 생각해주는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그런데 그 외롭던시기에도 어느 순간 바다가 너무 보고 싶더라고.


이제는 부산을 떠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어. 나의 제2의 고향이자 내 삶의 터전. 그래도 만약, 내가 부산을 떠나서 살 게 된다면 나는 광안리 바다가 너무나 그리 울 거 같아. 해운대만큼 북적이지도 요란하지도 않은 자갈밭 모래의 광안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 큰 위안이야.


더불어 광안대교와 바닷가 앞에 길게 쭉 늘어선 커피숍에서 언제든 내가 먹고 싶고 즐기고 싶은 대로 골라 먹는 재미도 너무 좋다. 여유롭고 행복한 일상을 선사해 주는 이곳의 평안함이 앞으로도 계속되었으면 해. 그저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니까.


쉼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놀러 와. 이제는 KTX로 편하게 올 수 있잖아. 짐도 필요 없고 가볍게 몸만 와. 부산의 소소한 구석구석을 더 많이 보여줄게.






그렇게 서울로 오라던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던 친구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운전할 때도 그렇고, 오히려 나는 부산이 더 복잡한 느낌이었는데 그건 각자의 처지에서 이방인이 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 같기도 하다. 부산을 갈 때면 자신만이 아는 돼지국밥집을 데리고 가고, 관광객은 모른다며 데리고 가던 밀면집이 떠오른다.


귓가에 입김을 부는 듯한 이 더운 여름날 냉면과도 비슷하지만, 더 쫄깃한 식감의 밀면이 너무 먹고 싶다. 내가 사는 이곳을 좋아하듯 친구도 어느덧 십 년 넘게 살아온 부산을 이제는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너희가 있는 그곳으로 갈까? 통화하며 울던 귀여운 스무 살의 모습은 없지만 이젠 제법 어른스러운 친구의 모습에 철없던 고등학생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사소하지만 감미로운 일상을 선사해준다는 그곳, 보고 싶은 친구 보러 부산으로 곧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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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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