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물의 미학: 정성을 담다 [사람]

‘손수’ 준비한 것에서 감동을 느끼다
글 입력 2019.08.06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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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물은 Give and Take?


 

어느 일요일이었다. 기나긴 하루의 시작점, 여느 때처럼 토익 공부와 대외활동 중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주 뜬금없이 평소 취미인 홈베이킹을 하기로 했다. 다음날, 평소 존경하던 교수님과 저녁 식사 약속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문득 선물을 주고 싶다고 생각한 게 그 계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이었다.


한때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삶의 큰 행복이었다. 친구들의 생일엔 예쁜 편지지를 골라 진한 볼펜으로 마음을 썼고, 해마다 찾아오는 기념일엔 평소 좋아하는 이들에게 초콜릿이나 빼빼로를 만들어 선물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손편지보다는 간단한 대화 메신저로, 직접 준비한 선물보다 버튼 하나면 충분한 ‘기프티콘’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처럼 간편한 선물을 전한다고 해서, 그에 담긴 마음이 덜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저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편하게 마음을 표하는 것이, 상대에게도 부담이 덜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상대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는 늘 옳은 일이라 여겼다. 하지만 선물이란 게 늘 고마운 마음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어떤 이에게 선물이란 ‘언젠가 자신도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이었다.


또한 선물은 누군가에게, ‘내가 준 만큼 받아야 한다’는 일종의 보상심리로 작용했다. 이를 깨닫고 난 후부터는 ‘선물’이 그 어떤 행동보다 조심스러워졌다. 이에 ‘마음을 담긴 담았지만, 정성이 과해 보이진 않게’라는 나만의 기준으로 선물을 택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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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에는 진정성이 담겨있다


 

이러한 가치관에 물음을 던졌던 건 ‘하와이언 레시피’라는 영화였다. ‘하와이언 레시피’에서 주인공 ‘비아’는 처음 본 식료품 배달부 ‘레오’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매일 요리를 대접한다.


처음에는 비아라는 인물을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레오는 매일 먹는 요리들을 감사함이 아닌 당연함으로 치부하지 않았는가. 상대방에게서 고마운 마음을 엿볼 수 없는데도, 왜 매일 요리를 차려주는 것일까.


사실 비아는 레오에게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았다. 밥을 먹으러 오라는 제안에 의문을 표하는 레오에게, 그녀는 ‘그저 몸만 오면 된다’고 말한다. 레오에게, 비아와의 식사 시간은 지루한 일상 중 새로운 즐거움이었고,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비아 또한 마찬가지였다. 레오를 위해 어떤 요리를 준비할지 고민하는 시간엔 자연스럽게 콧노래를 불렀다. 즉 비아에게 ‘선물’이란 순수한 마음 표현의 매개체였다. 그렇다. 애초에 선물은 마음을 눈에 보이게 표현하는 행위이다. 그러니 내가 담고 싶은 마음을 선물에 한껏 담기만 하면 그만인데, 나는 이제껏 무엇을 바라고 이리저리 재기만 했을까.


교수님에게 줄 쿠키를 만들고, 이를 포장한 후 손편지를 쓰는 건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평소였으면 유튜브를 보거나 토익 교재를 펼치는 데 사용했을 시간이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흘려보냈을 시간을 누군가를 위해 할애하는 것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감동을 주는 게 24시간 중 불과 두 시간 만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선물’이 가진 가장 위대한 가치인 것 같다. 그 가치 있는 일을 굳이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내일은 평소 감사했던 교수님에게 직접 자두 청을 만들어 선물해야겠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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