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혐오는 돈이 된다? [기타]

글 입력 2019.08.0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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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간이 날 때면 유튜브에 들어가 짧은 영상들을 본다. 여러 영상을 보다 보니 추천 동영상에도 여러 가지 영상들이 뜬다. 그런데 가끔, 눈을 의심하게 되는 콘텐츠들을 추천 동영상 탭에서 보게 될 때가 있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타인을 심각하게 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영상들이 그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성인이 만든 콘텐츠에서 사용된 혐오 표현을 어린이가 만든 영상에서 듣게 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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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시청자의 유입이 유튜버의 수입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청자들의 유입이 필수적이고, 그러려면 영상 자체가, 그리고 영상의 첫 인상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 썸네일이나 제목만 보았을 때 다른 영상이 아닌 바로 그 영상을 클릭하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 더 많은 시청자 확보를 위해 유튜버들은 더 노골적인 혐오 표현을 사용한 콘텐츠를 업로드한다. 자극적인 것에는 더 쉽고 빠르게 반응하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주로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가장 먼저 노출되는 부분인 썸네일과 콘텐츠 제목에 혐오 표현을 사용한다. 시청자들이 자극적인 콘텐츠에 경악하며 영상을 클릭하는지, 아니면 정말 그 콘텐츠에 동조하며 영상을 시청하는지 여부는 관계없다. 혐오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유튜브에서 사용되는 여러 표현들은 이미 단순한 욕설의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자신과 다른 누군가, 혹은 자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주류’에 있지 않은 사람들을 향한 날 것 그대로의 혐오 표현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등은 혐오 표현의 단골 타겟이다.


이러한 표현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규제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표현의 자유’ 라는 이름 아래에서 더욱 거침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 표현들은 점점 더 많은 분야의 콘텐츠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해당 표현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의견에는 자신의 의견을 공고히 하기 위해 더욱 심각하게 타인을 비하하는 혐오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어린 아이들이 이러한 콘텐츠에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와 다른 누군가’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갖기도 전에 자극적인 유튜브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의 현실이며, 이는 당연히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명확한 성의식이 생기기 전 음란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왜곡된 성의식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얼마 전 유튜브에 초등학생이 여성 혐오 표현을 마구잡이로 사용한 영상을 업로드한 이유도 이와 관련 있다. 유튜브가 혐오 표현의 유통, 학습, 사용의 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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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혐오 표현의 사용은 유튜브에서 수익을 얻기 위한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개인도, 영상 플랫폼 자체도 수익을 얻고 있으니 자정 작용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유튜브의 경우 해외 기업이기에 혐오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더욱 어렵다. 거기다 유튜브의 유해 콘텐츠 차단 시스템과 성인 인증 시스템이 느슨하게 운영되는 탓에, 혐오 콘텐츠는 더욱 자유롭게 업로드 된다.

사실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 플랫폼이 확대되기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런 콘텐츠를 엄격히 제재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번번히 실패했다. 그런 틈에 혐오 표현을 이용한 영상 콘텐츠는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미 아이들에게까지 손을 뻗친 상태가 됐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런 콘텐츠는 그들의 성인식을 해치는 음란물과 다를 바 없지만, 통제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여러 번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한국 유튜브 영상 콘텐츠가 기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전, 수많은 영상 플랫폼에서 이러한 문제들이 반복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혐오 콘텐츠는 더 늘어났다.


이제는 영상 플랫폼과 영상 제작자, 둘 중 어느 한 쪽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혐오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처벌을 받은 이후에도 혐오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처벌로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영상 콘텐츠를 통한 혐오 표현의 유통 및 소비를 끊어 놓기 위해서는 결국, 혐오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 자체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영상 플랫폼, 영상 제작자, 영상 시청자, 그리고 정부까지, 제작, 유통, 소비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책임 및 경계 하에서만 가능하다.


기형적으로 발전하는 듯 퇴보하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들과, 혐오 표현에 물든 이들의 행보가 우려된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의 상황들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기 전에 핵심적인 조치가 취해져야만 한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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