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대 그리스인들 상상력과 삶을 바라보다. - 그리스 보물전

글 입력 2019.07.2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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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를 주제로 한 '그리스 보물전 -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 대왕까지' 전시는 한국 관람객들에게 친숙한 '그리스'에 관해 전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눈길을 끄는 이 전시는 그리스 역사를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구성이다.

성인에게는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그리스 역사, 문화에 관한 되짚는 시간을,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는 직접 볼 수 있는 현장학습의 장이다. 전시품은 모두 이 시간들을 가능하게 하는 360점의 그리스 문명을 보여주는 보물들로, 그리스 전국의 박물관 24곳에서 한국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전시의 전체 구성은 그리스 문명의 시작인 에게해에서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순차적 구성을 한 이 전시는 에게해 문명에서 시작해 그리스 신화의 등장과 고대 아테네인들의 문화 소개와 마지막으로 알렉산드로 대왕의 등장으로 서구 문명의 기초인 고대 그리스 문명이 동양권에 미친 영향을 언급하며 마무리된다. 고대 그리스 역사에서 중요한 지점들을 구분하였고, 그 역사를 나타내는 대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들은 당시 고대 그리스인들이 만든 것으로, 그들이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어떠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기원전 시기의 사람들이 만들어낸 문명의 발자취는 '그리스 보물전' 전시에서 만난 현대의 우리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그 이야기들 중에서 서양문학의 시초인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서사시의 창작 배경과 고대 그리스 신화인 올림포스의 12신, 고대 아테네인들의 삶에 관해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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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3부는 '호메로스, 신화와 역사'다. 서양문학의 시초가 된 서사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저술한 호메로스의 두상 조각과 두 문학작품의 창작 배경인 트로이전쟁과 관련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트로이전쟁이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로, 그중, '일리아스', '오디세이아'의 저술인 호메로스에 관해서는 음유시인이거나 시각장애인이라는 여러 전설들만 남겨져 있다. 양대 서사시를 기록한 업적으로 평가받는 호메로스는 두 서사시를 저술할 때, 신에 관한 자세한 묘사보다는 인간의 내면적 감정을 자세히 묘사하는데 집중했다.

트로이전쟁 후반부의 이야기를 담은 '일리아스'나 트로이전쟁 후의 이야기를 담은 '오디세이아' 모두 신에 관한 부분을 당시 문화적 배경에서 언급할 수밖에 없었지만, 인간을 중심으로 둔 것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풍습이나 생활상을 묘사하는데도 용이했다. 인간을 우선으로 할 때, 고대 그리스 문명의 신이라는 존재가 유의미하다는 사고다.

또한, 도자기 위에 트로이전쟁의 모습을 새겨 그린 작품들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과 관계를 맺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관심을 갖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생활도구로 상징되는 도자기 위에 트로이전쟁이라는 역사적 기록을 새겨넣음으로써 신들 사이에 벌어진 사건에 인간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삶에서 인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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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전쟁과 관련한 내용 다음으로는 올림포스의 12신에 관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올림포스 12신 신화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문학과 예술의 영감의 원천이다. 각 신들의 특징과 신들 사이의 관계, 벌어지는 사건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의식 집약의 결과물이다. 12신들은 모두 인간의 삶과 관련한 특징들을 갖고 있다. 가정, 지혜, 연극, 상업, 사냥, 사랑, 바다 등으로 상징되는 12신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삶의 각 부분이 가지고 있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각 영역들이 밀접한 관계성을 갖고 있음을 인지한 고대 그리스인들은 12신들의 신화를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신화'라는 문학 장르는 건국이라는 중요 사건과 관련돼 있음을 감안할 때, 고대 그리스인들은 나라를 특징지을 요소로 '인간적인, 관계성'을 강조했다. 그들에게 신화 속 창조한 신들의 모습이 다분히 인간적 면모를 지닌 것도 같은 이치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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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7부는 '아테네인들'이다. 그리스 세계가 아테네를 중심으로 바뀌는 시기에 아테네 도시에 생긴 민주 정치의 발생에 관해 다룬다. 신화를 바탕으로 사고해왔던 것에서 벗어나 균형과 이상이라는 민주정 체제를 구축할 공동체와 시민의 역할에 논점이 이동했다. 즉, 도시가 발전하면서 생기는 부의 격차에서 시민의 권리와 책임을 강조했다. 부를 나누기 위한 시민들이 모이는 장소로 '아고라'가 형성됐으며, 서로 간의 교류에서 고대 그리스는 점차 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추었다.

역사적으로 민주 국가 수립에는 큰 투쟁이 수반되어야 했지만, 고대 시기 그리스에서는 앞서 그 형성이 이뤄졌다. 민주 국가의 초기 형태를 보여주는 아테네 시기는 고대 그리스 문화권에 있었기에 가능한 흐름이었다. 인간을 우선으로 한 고대 그리스 문명은 문학과 신화에서도 인간의 감정과 삶을 녹여냈다. 그 영역을 실제 인간 사이의 관계가 이뤄지는 현장인 도시에 도입하여 상호보완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도시구조를 설계했다. 아테네인들의 삶 자체가 고대 그리스 문명의 주요 가치관인 인간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 문명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었다. 인간의 감정, 생각, 상상력, 가치관을 긴 시간 동안 예술이나 정치, 그 외의 여러 분야에 다양한 형태로 녹여냈다. 전시의 후반부에는 이러한 사상이 반영된 고대 그리스인들의 다양한 생활양식을 볼 수 있다. 인간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과 고뇌가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문명이었다. 그들의 문명을 바라볼 때, 모든 이들이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순차적 구성으로 이뤄진 전시의 전체를 관람하고 나면, 각 주제별로 전반적인 내용 전달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주제별 대표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간단한 약술 형태의 설명문이 내용 구분 역할을 한다. 이처럼 '그리스 보물전' 전시는 그리스 문명에 관한 깊은 고찰을 하는 장소는 아니다. 그리스 문명에 대한 시선의 환기와 이 문명을 탄생시킨 그리스인들의 사고와 가치관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장소다.

다른 시대에 살아간 그리스인들의 사고를 전부 이해할 수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 보물전' 전시를 고대 그리스인들의 사고의 핵심을 간추린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문명을 탄생시킨 역사적 배경과 그 동기를 '그리스 보물전' 전시에서 읽어내어 현재에도 적용할 가치가 무엇인지 읽어내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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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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