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사건 뒤의 사람들, 연극 "레라미 프로젝트" [공연]

글 입력 2019.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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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기능



공연예술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연극이 발달한 프랑스에서는 일찍이 계몽주의 시기부터 연극의 교화적인 기능이나 윤리적 가치에 관한 주장들이 존재했다. 영화가 있기 이전에,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삶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예술이었던 연극은 교화의 수단으로 적합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선전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연극의 특성에 기초하여 연극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공공사업으로 지원하는 정책이 전통적으로 발달해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공인 예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지방 곳곳에 드라마센터를 지어 연극의 지방분권화를 시도한다. 이는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의 정책 기조인 ‘문화 민주화’의 일부였다.

그러나 이 정책은 대중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연극의 계몽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여기에서 공공성을 추론해내다 보니 교육받지 않은 대중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작품들이 많이 상연되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 해도 대중들이 찾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었다. 68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문화 민주주의’라는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관객이 원하는 연극’을 상연한다. 그리고 꼭 윤리적이고 계몽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이 아니더라도, 연극이라는 사실만으로 공공성을 지닌다고 인정한다.

대중 대부분에게 연극은 아직은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연극의 출발과 활성화에는 이렇듯 교육과 계몽이라는 가치가 있었다. 처음으로 관람하는 무거운 주제의 연극 <레라미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점을 기대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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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한 예술작품

연극 <레라미 프로젝트>는 2009년 미국의 혐오범죄 보호법인 "매튜 셰퍼드 혐오방지 법령"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된 매튜 셰퍼드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1998년 10월 6일, 매튜 셰퍼드는 미국 와이오밍 주의 레라미의 술집에서 애론 맥키니와 러셀 헨더슨에게 납치당해, 어느 교외 지역에서 금품을 빼앗기고, 권총으로 맞은 후 울타리에 묶인 채 버려진다.

조사 과정에서 범인들이 매튜를 꼬여내기 위해 동성애자인 척 연기했으며, 동성애 혐오가 매튜를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모두 종신형을 선고받는다. 당시 와이오밍 주에는 증오범죄와 관련된 법이 없었고, 연방법과 주법 모두에서 동성애 혐오에 의한 범죄를 증오범죄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10여 년의 노력 끝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증오범죄예방법이 개정된다.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관람한 적이 있지만, 연극은 처음이다. <캐치 미 이프 유 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타이타닉>(공교롭게도 모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들이다)처럼 해외의 유명한 인물, 사건을 기반으로 각색한 영화들이나, <화려한 휴가>, <변호인>, <택시 운전사>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을 다룬 영화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도 특히 <암수살인>, <살인의 추억>, <추격자> 등 범죄와 관련된 것이 많다. 자극적이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소재이기도 하고, 실제 판결의 아쉬움을 가상의 이야기로 보상받으려는 심리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예술작품에서 실화를 다룰 때는 완전히 허구인 이야기를 다룰 때보다 훨씬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그들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과 피해자는 그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모두 알려질 것이며, 그 작품 속 인물과 동일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형사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자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작품을 제작하며 이 부분을 간과한 경우는 적지 않다. 영화 <레라미 프로젝트>가 관객 로튼 토마토 지수 80%로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약 7천 여명 참여), 연극이 이런 점을 섬세하게 고려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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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이면, 여기에 사람 있어요

얼마 전 이다혜 작가의 <아무튼, 스릴러>라는 책을 읽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스릴러를 즐길 수 있는 이유로 여러 가지를 꼽았는데, 그중 하나는자신이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나는 스릴러 영화를 찾아서 볼 정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배우나 감독의 영화를 볼 뿐이지만, 사람들이 스릴러를 즐기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극 중 인물이 아무리 칼에 찔리고 쫓기더라도 우리는 그런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있으므로, 그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 반대로 지난 몇 년간 일어난 약자 대상의 혐오 범죄가 뉴스에 나오는 것을 마음 편히 볼 수 없었던 것은 내가 그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범죄가 보도되고, 더군다나 그 때문에 법이 만들어질 정도라면 우리가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 반대다. 미디어가 보도하는 자극적인 사실들에 집중하다 보면, 우리는 거기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놓치고 만다.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주변에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있다. 연극 <레라미 프로젝트>는 이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범죄 피해자 못지않게 피해자 주변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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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라미 프로젝트
- The Laramie Project -


일자 : 2019.07.13 ~ 07.28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티켓가격
전석 35,000원

제작
극단 실한

기획
두산아트센터, 극단 실한

관람연령
14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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