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귀가 즐거운 공연, ASMR 소리극 - 춘향전쟁

글 입력 2019.06.1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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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jpg
 

<성춘향> vs <춘향전>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끌어갈지 궁금했었다. 시놉시스를 보며 여러 상상을 해봤지만, 극은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영화 자체보다 '소리'가 이 대결에 결정적인 요소였던 것이다.

<성춘향>의 감독 신상옥과 폴리아티스트는 더 좋은 음향효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때 '음향'은 실제 소리를 흉내내는 수준을 넘어, 영화의 완성도를 한 차원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예술이다. '소리극'을 표방하고 있기에 어쩌면 당연한 전개인데도, 폴리아티스트라는 존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적이 없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같다.

폴리아티스트 세형은 음향에 대한 소신과 자부심이 있는 인물이다. 개봉 전날, 음향 작업을 위해 필름을 가지고 잠적해버린 이유다. 그는 음향을 통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야 <춘향전>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반면 신상옥 감독은 통행금지 이전에 필름을 극장으로 옮겨야 한다며, '그까짓 음향'이 뭐가 대수냐며 폄하 발언을 쏟아낸다.

하지만 세형의 작업으로 영화가 한눈에 달라지는 걸 본 그는 이내 음향의 중요성을 깨닫고, 세형과 힘을 합쳐 고군분투한다.



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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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감독이 음향에 눈을 뜨는 과정은 관객이 눈을 뜨는 과정이기도 하다. 무대 뒤로 흐르는 영상 위에 세형이 음향을 입힐 때, 신 감독도 관객도 모두 음향의 세계로 빠져든다.

음향 하나로 밋밋하던 영상에 생동감이 넘쳐 흐르고, 영화의 톤이 한순간에 바뀌는 마법이 일어난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소품을 기발하게 사용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라이브로 펼쳐져 재미를 더한 것은 물론이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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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 음향효과뿐만 아니다. 시원시원한 판소리와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의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판소리는 맛깔나는 양념처럼 적재적소에서 흥을 돋웠고, 그림(The林)는 관, 현, 타악기가 리드미컬하게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음악을 연출했다. 전통음악임을 한번도 의식하지 않았을 만큼 다채로웠지만 전통 악기의 매력을 십분 활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판소리 등 다른 음악과도 잘 어울려서 공연 내내 귀가 즐거웠다.

*

다만 아쉬운 점은 초반에 신 감독과 세형의 갈등이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기승전결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만 '왜 저러지' 싶을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졌다. 짜증내고 윽박지르는 톤이 계속되어 불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후반부로 갈수록 설득력을 회복하고, 감동적인 결말에 이르게 되어서 내심 안도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성춘향>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게 되는 신 감독의 모습은 뭉클하기까지 했다. '소리'를 따라 예상치 못할 다이내믹을 따라가는 신선한 공연이었다.





춘향전쟁
- 2019 정동극장 창작ing -


일자 : 2019.06.05 ~ 06.23

시간
화-토 8시
일 3시
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주관
(재)정동극장
그림(The林)

관람연령
8세 이상

공연시간
80분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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