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탄소년단과 아이유, 두 페르소나 [음악]

글 입력 2019.05.0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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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같은 이름으로 신작을 발표한 이들이 있다. 음원 사이트가 마비되었을 정도로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Map of the soul : Persona>와, 드라마에 이어 영화로까지 연기 영역을 넓힌 아이유, 혹은 배우 이지은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단편영화 <페르소나>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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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


-아이유 ‘스물셋’



페르소나는 ‘가면’을 뜻한다. 이것이 의미가 확장되어 남들에게 보이는 사회적 자아를 뜻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상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용례는 ‘감독의 페르소나’일 것이다. 여기에서 페르소나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잘 보여주는, 다시 말해 감독의 가면을 쓰는 배우를 가리키는 것이다. 아이유의 <페르소나>는 이 의미에 더 가깝다. 현재 한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감독 네 사람이 각자가 아이유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아이유에 관한 이야기를 기획한 것이기 때문이다.


네 작품은 모두 20분 내외의 짧은 단편 영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이유 혹은 모르는 아이유에 대해 다룬다.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에서는 아빠를 뺏으려는 선생님을 질투하는 딸,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서는 발칙한 다자 연애 주의자로, 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에서는 정의감 넘치는 고등학생으로,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에서는 슬픈 사연이 있는 여성으로 분했는데, 아이유는 각각의 역할을 모두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소화해낸다.


가장 기대하기도 했고, 재밌게 보기도 한 작품은 아이유의 ‘잼잼’이라는 노래를 모티브로 만든 <썩지 않게 아주 오래>이다. 다른 영화들은 배우 이지은의 면모에 주목했지만, 이 영화는 훌륭한 이야기꾼이기도 한 가수 아이유를 비추고 있다고 느꼈다. 이 곡은 앨범 <Palette>의 수록곡인데, 몽환적이고 도발적인 가사와 멜로디가 독보적이다. 진심을 내보이든 입에 발린 말을 하든 상처를 주며 끝나는 것은 똑같으니, 차라리 잼처럼 달콤한 말로 기분을 좋게 해달라는 내용의 가사는 아이유와 선우정아가 함께 썼다. 그녀 자신이 쓴 이 의미심장한 가사가 영화화되기 때문에 그 어느 캐릭터보다 잘 표현될 것으로 생각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내가 알고 있는 아이유,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아이유, 그녀 자신이 이야기하는 혹은 생각하는 아이유는 과연 누구인가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음원 앱을 켜서 그녀의 모든 음반을 시간순으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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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me 나예요 다를 거 없이’


-아이유 ‘삐삐’



아이유의 데뷔 무대를 본 순간을 기억한다. 명절이라 지방의 외가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TV로 가요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는데, 특이한 이름의 가수가 발라드를 부르는 것이었다. 이름이 너무 독특해서 나중에 검색해 보려 했는데, 알파벳 두 글자로 이루어졌다는 것 말고는 기억이 나지 않아 포기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쉬멜로우’, ‘잔소리’로 국민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로 점차 인기를 얻더니, ‘좋은 날’의 3단 고음으로 가창력이 뛰어난 실력파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이후 드라마 <드림하이>에 출연해 수줍은 여고생도 되었다가, <Last Fantasy>와 <Modern Times>로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소녀가 되기도 한다. 또 국내의 원로 음악가들의 곡을 리메이크하여 성숙한 뮤지션이 된 <꽃갈피> 시리즈, 장난기 넘치고 영리한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CHAT-SHIRE>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면서도 그 모든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대체 불가능한 아티스트로 대중들에게 각인된다.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저런 구설에 오르기도 하고, 앨범 아트와 노래의 소재가 문제가 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심지어 기부했다는 사실도 논란거리가 되는 등, 인기가 많은 만큼 상처를 받을 만한 사건도 많았다. 그러나 아이유는 그 이야기들을 아예 무시하거나 변명하는 대신,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다양한 시선을 음악으로 이야기하고, 자신에 대한 지나친 평가를 당당히 거부한다. 누가 무엇이라 칭해도, 그녀는 그녀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누구도 자신을 바꿀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들을 존중함은 물론이다. 그 결과 이제는 어처구니없는 논란에 직접 뛰어들어 해명하지 않아도, 많은 대중이 그녀의 진심을 알고 대신 변론해주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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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돌이든 예술가이든
뭐가 중요해’


-방탄소년단 ‘Dionysus’



많은 아티스트가 팬을 위한 노래인 ‘팬 송’을 만든다. 보통은 싱글로 나오거나, 한 앨범에 한 곡씩 나온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팬이어서인지, 이번 앨범의 모든 노래가 팬들에게 바치는 노래라고 느껴졌다. ‘니가 내게 준 두 날개로 하늘을 날고 있다’, ‘이제 여긴 너무 높아 난 네 눈에 날 맞추고 싶어’라는 타이틀곡의 가사는 물론, 팬 송인 HOME, 에드 시런의 프로듀싱으로 탄생한 Make it right, Jamais vu까지 각각의 가사들이 모두 팬과 자신들이 주고받는 사랑에 관한 것이라고 느껴졌다.


방탄소년단과 팬클럽 '아미(Army)'와의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시상식에 서더라도, 빌보드 어워즈의 무대에 서더라도 항상 첫 번째로 언급하는 사람들은 팬클럽 '아미'이다. 다른 가수들도 물론 자신이 무대에 서 있게 하는 힘이 되는 존재로 팬에 대한 사랑을 전하기는 하지만, 팬들 자체를 자신의 존재 이유라고 말하는 아티스트는 보기 드물었던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멤버 중 한 명이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 과연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지를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이 바보같은 고민을 했음을 깨닫고, 무대 위의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아미'를 위해 계속해서 무대에 서야겠다는 답을 내렸다고 밝혔다. 처음 그 인터뷰를 보았을 때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존재 이유가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질 않았는데, 이후의 행보들과 인터뷰를 쭉 지켜보고 나서 이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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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고 싶은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


-방탄소년단 ‘Intro : Persona’



아이돌 그룹은 팬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다른 장르의 가수들, 혹은 예술가들과 비교하면 팬들이 가수에게 바라는 모습이 훨씬 구체적이고 엄격한 틀로 존재하고, 이를 깨는 것은 가수와 팬 사이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은 때로는 팬들이 만들어낸 페르소나와 자신의 진정한 모습 사이에 혼란을 느끼고,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과 가수로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


방탄소년단도 성공한 다른 아이돌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I Need You'로 명성을 얻으며 수많은 팬을 확보했고, 칼군무와 힙합 베이스의 음악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아이돌로서의 페르소나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주어진 곡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돌'이라는 편견에 갇히지 않고, 그 이전부터 그러했듯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이어나가고 다양한 창구로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 왔다. 때로는 또래와 다르지 않은 소탈한 모습을, 때로는 상처나 고민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약한 모습까지도 거리낌 없이 팬들과 나누려 했다.


이러한 과정은 'Love Myself'라는, 전 세계의 '아미'들을 감동하게 한 음악적 서사로 열매를 맺는다. 이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람들이 만들어낸 페르소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모두 나의 일부이고, 그 모든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깨닫게 한 소중한 존재가 바로 '아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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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전부 다 나이기에'


-방탄소년단 'IDOL'



음악적 취향에 따라 이들의 음악을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이유와 방탄소년단이 모두 가수로서의 자신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연예계 활동을 하는 성숙한 아티스트임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사실이다. 모든 공인이 이를 잘 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오히려 대중이 부여한 화려한 페르소나를 악용하거나, 그것에 파묻혀 자신을 잃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의 페르소나는 특별하다. 대중이 만들어내는 페르소나를 기꺼이 자신의 일부로 수용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잃지 않고 마음껏 예술로 펼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세상이 바라는 나의 모습인 페르소나와 내가 아는 나의 모습이 있다.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현명한 두 아티스트의 <페르소나>를 추천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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