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환희, 물집, 화상

연극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마리 토끼
글 입력 2019.04.15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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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물집화상-포스터.jpg


공연 소개글의 첫 문장이 이야기하듯, "이제 '페미니즘'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인 나도 현재의 페미니즘 논의가 어떠한가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하기 어렵다. 다양한 흐름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게 포스트모던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뭔가 새롭지 않은 기분이다.

 

2017년에 들었던 페미니즘 강의에서 나는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부터 시작해 에코 페미니즘까지 배웠다. 자유주의, 급진주의, 제3세계와 젠더 이론 등 여러 저술과 강의들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흐름들은 이미 몇 십년 전의 것들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수용되고 있다.


이 논의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꺼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페미니즘 이론들이 점점 묻혀가게 될까봐 걱정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페미니즘은 신선하고 급진적이고 강력해서 좋지만, 때로는 여론에 휩쓸리고 쉽게 근거를 잃기도 한다. '커뮤 페미'라는 이유로 공격받는 상황도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공격에 취약해지지 않으려면 학문의 든든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성학을 배울 곳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낙태죄가 폐지되었지만 제도적 실천 역시 많이 부족하다. 여러 논문이 새로 쓰이고 새로운 주제들을 꺼내고 있지만, 아직도 이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침체기라는 생각도 든다.



환희물집화상_공연사진(c극단8월_김희지)102.jpg 



연극 <환희, 물집, 화상>은 페미니즘이라는 '핫'한 주제를 사용하지만, 학문적이고 교육적인 부분을 자연스럽게 섞은 일종의 렉쳐 퍼포먼스 연극이다. 앞서 말했듯 이론으로서의 페미니즘은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또다른 분야인 '연극'이 이를 시도한다는 점이 꽤나 기대된다. 과연 연극과 페미니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

 

시놉시스에 따르면 페미니즘 학자 '캐서린'과 전업주부 '그웬'은 각각 베티 프리단과 필리스 슐레플리의 입장을 대변하여 토론한다. 프리단은 미국 페미니즘 제2물결의 주요 인물이자 자유주의 페미니스트로, 미디어의 여성 묘사를 비판하고 여성의 역할이 가정에 한정되어 있지 않음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반면 슐레플리는 보수적 입장으로 여성이 아내이자 엄마일 권리를 주장하던 반페미니스트였기에, 둘은 극과 극에 서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위의 입장이 담긴 프리단의 유명한 저서 <여성의 신비>는 1963년의 책이고, 81년도에 출간된 <제2의 단계>는 과도한 여성적 신비나 과도한 페미니스트 신비를 둘 다 탈피할 것을 추구, 93년도에 출간된 <시대의 샘>은 결국 인본주의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이론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이 연극에서도 캐서린과 그웬은 역할 바꾸기를 통해 각자의 신념을 양보하고 서로를, 또 자신의 이면을 이해하게 된다.



환희물집화상_공연사진(c극단8월_김희지)96.jpg
 


나는 이 두 가지 질문을 중점으로 연극을 감상할 계획이다. 이 극은 특정 페미니즘 노선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그렇다면 어떤 방향을 따르게 될까? 그리고 코미디라는 장르와 극의 연출이 연극에 어떤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가져오게 될까? 이에 대한 의견은 이후 리뷰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환희, 물집, 화상>
산울림소극장
4월 17일(수) ~ 5월 5일(일)

평일 8시 / 주말 6시
월요일 공연 없음
*5월 1일 노동자의 날 8시 공연






<시놉시스>


가정주부 그웬, 성공한 교수 캐서린에게
남편을 양도하다?


대학원 룸메이트였던 캐서린과 그웬은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한다. 캐서린은 더 큰 꿈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고, 고향에 남은 그웬은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룬다. 시간이 흘러, 유명 학자가 된 캐서린은 어머니 앨리스의 심장발작 소식을 듣는다. 문득 불안과 외로움을 느낀 캐서린은 안식년을 맞아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길 결심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캐서린은 그곳에서 페미니즘 강의를 시작하지만 강의를 신청한 이는 그웬과 그녀의 베이비시터인 에이버리 둘 뿐, 전업주부로써 현재 자신의 삶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은 그웬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에이버리는 수업마다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들과 함께 토론하던 캐서린은 문득 자신이 정말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진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서로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교감을 느낀 캐서린과 그웬은 결국 위험한 자리 바꾸기 게임을 시작하기로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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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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