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잔나비 정규 2집 [전설] 앨범 리뷰

언젠가 전설이 되어남을 우리의 처절했던 시간들을 위해
글 입력 2019.04.15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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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

잔나비 정규 2집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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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잔나비의 정규 2집 [전설] 앨범이 3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레트로풍의 음악으로 완벽 무장을 하고 돌아온 잔나비는 고전미를 물씬 풍기며, 그들이 잘하는 빈티지 팝을 이번 앨범의 12곡에 가득 담아냈다.

 

잔나비의 이번 정규 2집은 발매되자마자, 단숨에 음원 차트의 1위를 차지하더니 현재까지도 오랜 시간동안 상위권에 머물며, 그동안 쌓아왔던 잔나비의 인기와 실력을 모두 증명해보였다. 잔나비의 음악은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는 호평이 끊이질 않았고, 빈티지 팝은 이들의 확실한 고유 브랜드가 되었다.


1집 [Monkey Hotel]은 다채로운 곡의 짜임과 애니메이션 삽화가 어우러진 스토리텔링 등 음악만큼이나 사랑받은 매력 요소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2집 [전설] 앨범에 대한 더 큰 기대와 관심으로 이어졌다. [전설]은 한 결 더 나른해진 톤과 유려한 음색으로 곡의 서정성을 극대화시키며, 잔나비의 세련된 빈티지는 이번 앨범에서 보다 차분하고 정갈해진 사운드를 보여주었다.

 

2집은 1집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잔잔한 곡들의 분위기가 주를 이어간다. [전설]은 [Monkey Hotel]과 같이 Intro 곡으로 앨범을 시작하지만, 트랙의 후반으로 갈수록 1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이내 씁쓸하고, 헛헛한 마음을 남기고서 12곡의 트랙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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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여준 2집 앨범이 의아하기도 하지만, [전설]은 그래서 더 매력적인 앨범으로 느껴진다. 잔나비는 이번 앨범을 통해 빈티지 팝 안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자유분방해진 음악 요소들을 아끼지 않고 보여주었다. 이들이 자주 선보였던 경쾌한 모던 록이 조금 옅어졌지만, 디스코부터 얼터너티브 록까지 장르의 스펙트럼은 훨씬 더 넓어졌으며, 어린이 합창단과 관악단, 현악단의 연주가 대거 등장하는 등 새로운 하모니들을 만들어냈다.

 

몽키 호텔 속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1집과는 달리, 2집은 오롯이 존의 1인칭 시점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앨범 커버는 얼룩덜룩 페인트칠 된 그림 속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소년이 좀처럼 알 수 없는 표정의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설] 앨범에서 곡의 화자인 존은 마음 깊숙이 숨겨왔던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 털어놓으며, 12곡에 담긴 저마다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 보인다.



▲ 투게더



그렇게 시작된 2집의 이야기는 1번 트랙 ‘나의 기쁨, 나의 노래’로 첫 곡을 시작한다. 이 곡은 시가 노래가 되기까지 함께해온 수많은 밤들을 떠올리며, 초라하지 않았던 마음과 음악을 위해 노래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2번 트랙 ‘투게더’ 이어진다. ‘투게더’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밝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신나는 곡이다. 오래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이 곡은 경쾌한 비트에 녹아든 가사들이 참 아름답다. '나는 너의 음악이고, 그런 마음 한 줄이라니(!)’  한 편의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단어들에 은유와 상징을 참 잘하는 보컬 최정훈의 화법은 언제 들어도 좋다.

 

5번 트랙 ‘우리 애는요’는 개인적으로 ‘투게더’ 다음으로 참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의 귀여운 마음을 듣고 있으면,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무엇보다 사랑스러운 어린 아이의 투정이 마냥 싱겁지 않으며, 편히 써 내린 아기자기한 가사들에서는 묘한 뭉클함도 느껴진다.


 

▲ 우리 애는요

 


6번 트랙 ‘DOLMARO’는 잔나비 멤버들의 고향인 분당의 실제 도로명이라고 한다. 앨범의 중반까지 존은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호기롭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의 마음들을 차분하게 읊조리는 듯하다. 그리고 어느새 어른이 된 존은 다음 곡 ‘전설’ 에서 목 놓아 울어볼 뜨거운 사랑을 말하며, 전설이 되어 남을 우리의 청춘을 이야기한다.

 

7번 트랙 ‘전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와 소프라노의 코러스까지 더해지며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들을 선보였다. 곡을 끌고 가는 드럼의 잔잔한 비트와 중반부에 등장하는 기타의 화려한 리프 등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담아낸 밴드의 풍부한 사운드는 호소력 짙은 최정훈의 보컬과 함께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준다. 곡에서 이토록 갈구하며 애원하다 못해 발악하는 마음은 그야말로 처절하고 치열한 사랑이다. 이들은 평생에 후회남지 않을 가슴 벅찬 사랑을 ‘전설’ 이라 부르며, 언젠가 찬란히 빛날 우리의 거대한 사랑을 곡에 담고자 했다.


  

▲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곡에 담긴 각각의 스토리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번 앨범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만큼 ‘사랑’이란 단어는 앨범에서 꾸준히 등장하며, 잔나비는 노래에 담긴 저마다의 사랑을 강렬한 색과 부드러운 터치 등으로 다채롭게 그려내었다.


[전설] 앨범의 타이틀곡이기도 한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음악팬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곡이다. 그리 변변치 않고, 대단할 것 같지 않은 사랑일지라도 그렇게 청춘은 쉽게 지워내지 못할 사랑을 또 한 번 간절히 꿈꾸고자 한다. 이 곡은 특히 사랑을 이야기하는 섬세한 가사들과 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뮤비가 참 좋다. 따뜻하면서도 뭉근한 소리와 예스러운 분위기가 어우러진 노래는 곡이 끝나고도 긴 여운을 오래도록 남긴다.

  

그렇게 사랑을 열렬히 말하던 곡의 화자는 시선을 조금 다른 곳으로 옮겨, 이제 현재의 삶을 이야기하고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쉽사리 들지 못해 겨우 청한 잠은 안타깝게도 나쁜 꿈으로 이어진다. ‘나쁜 꿈’은 귀에 콕 박히는 인트로부터 아사달과 아사녀까지 소환하는 재치 넘치는 가사가 인상적이며,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비장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 나쁜 꿈



다음 곡 ‘새 어둠과 새 눈’은 어둠의 그림자에 밟히지 않으려는 나쁜 꿈으로부터의 도망이다. 곡의 화자는 초연한 모습으로 암흑이 걷힌 새 희망의 도래를 묵묵히 기다리며, 이제 현실의 삶을 덤덤히 받아들이고자한다. 마지막 트랙 ‘꿈과 책과 힘과 벽 사이’는 그렇게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의 고뇌와 번민이 담겨있다. 버거운 짐을 이고 사는 고단한 현실은 위태로운 날의 연속이지만, 어른 아이는 멈추지 않고 내디뎠던 걸음들을 계속 이어나가며, 제법 의연하고, 단단해진 모습이다.



잔나비 정규 2집 [전설] 앨범 소개


3년 만에 돌아온 잔나비의 2집이네요. 머나먼 시간이었죠.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변했어요. 세상은 더 이상 갈망하지 않고, 치열하게 부딪히며 사랑하던 모든 관계 역시 시대답게 편리해진 듯해요. 그것도 모르고 언제나 더 뜨겁고자 했던 나와 내 친구들은 어디에 몸을 부벼야 할지 몰라 한낱 음악 속에 우리 이야기를 눈치 없이 다 담아버렸네요.


‘전설'이라는 쓸데없이 장엄하고 촌스럽기 그지없는 이름과 함께요. 투 머치 인포메이션. 그래서 빙빙 돌며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할테니 남 이야기 듣듯 무심히 들어주세요. 언젠가는 다 사라져 전설로 남을 청춘의 처절했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라며. 많은 시간 함께 기다려준 우리 팬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우리도 얼마나 많이 기다려왔는지 몰라요.

- 잔나비 최정훈



잔나비의 음악은 과거의 시간들을 추억하며,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들을 끊임없이 늘어놓는다. 12곡을 이끌어 가는 서사는 아련하게 남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며, 옛것에 대한 향수와 애착을 강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과거로의 회귀는 단순히 옛 시절을 고파하는 현재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다. 작고, 순수했던 마음들은 이미 닳아 없어진지 오래, 현실과 타협하며 부딪힐 내일이 오늘과 그리 다르지 않을 거란 슬픈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청춘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낯설음과 불안에 마음 둘 곳 없는 청춘은 정겹고, 아늑했던 시절에 오갈 데 없는 마음을 잠시 기대어 보고자 한다.


잔나비의 음악은 레트로에 대한 무한한 동경에서부터 시작했다. 이들은 추억이 있어 그리움이 남은 과거를 통해 잊혀진 것에서 새로움을 다시 보고자 한다. 잔나비의 빈티지 팝은 시대의 흐름과도 맞물려, 어느덧 뉴 레트로의 선봉에 서게 된 이들의 등장에 대중들은 뜨거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인디 밴드의 새로운 역사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이다. 화려하게 부활한 그룹사운드 잔나비를 언제까지나 늘 응원한다.



ⓒ 1theK

ⓒ JANNABI_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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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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