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활자의 시대에서 영상의 시대로 [문화전반]

그 시대에서 우리의 역할
글 입력 2019.04.0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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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의 시대에서 영상의 시대로

그 시대에서 우리의 역할


Opinion 민현



유튜브 책.png
 

#1 고민


알바를 마치고 어젯밤에 나는 내 책상에 놓여진 책 한 권과 열심히 충전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지 일주일이 되었지만 아직 반밖에 읽지 못한 ‘인간의 굴레에서1’은(2권까지 읽으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릴 것이다) 의무감으로 나를 책망하고 있었지만, 일주일만에 영상을 올린 스트리머의 새로운 유튜브 영상이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맥주 한 잔을 따라 놓고 오늘 밤에 이 두 친구를 모두 만족시켜 줄 수 있으면 했지만, 이들과의 약속을 모두 지킬 수 없기 때문에 밤마다 요즘 큰 고민이다.


의무감이 더 컸던 어제는 책을 집어들었지만 요즘들어 나는 큰 위기감을 느낀다. 나는 활자를 신봉하는 열성적인 교도로서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찍어낸 활자들을 받아들이고 내 나름대로의 활자로 찍어내는 일을 해왔다. 글자들은, 문장들은 나를 괴롭히는 존재이기도 했지만 날 즐겁게 해주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였다. 요즘에 그 활자의 자리를 위협한 건 영상이었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전세계의 수많은 영상이 날마다 업로드되는 이 성지들은 새로운 시대의 독자들의 국립 도서관 역할을 하고 있다.



#2 영상생활


가끔 오전 시간 집앞에 카페에 가면 아이와 함께 앉아있는 부모들을 볼 수 있다. 부모들은 다른 부모들과 혹은 둘만의 조용한 대화 시간을 위해 아이들이 자신들을 방해하지 않길 원한다. 그럴 때면 그들은 아이를 번쩍 들어 안고 흔들어 달래거나, 맛있는 케이크나 푸딩을 시켜주는 것보다도 더 완벽한 해결책을 아이에게 제시하는데, 바로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카페는 와이파이만 제공함으로써 굳이 그 카페를 노키즈존으로 만들어 안그래도 줄어드는 손님들을 막을 필요가 없었다. 정말 방금까지도 동네가 떠나가라 울음을 멈추지 않던 아이는 금새 자신의 두눈을 화면에 집중시킨다. 나는 그럼 기분좋게 보고 있던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다.



파이낸셜.jpg
 


이처럼 우리 생활에서 '영상'은 그 자리를 넓게 차지하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영상’은 TV 없이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영상의 영향력이 커진지는 이미 오래되었지만 영상이 이처럼 일상에 자리 잡은 시대는 바로 지금 개막하고 있다. 놀라운 건 대한민국에서 이 시대를 개막한 이들은 숱한 TV 채널이 아니고, 거대 외국 기업도 아닌 개인방송인들이었다. 개인방송을 필두로 이른바 ‘콘텐츠 전성시대’의 서막이 열렸고 이전에 연예인 및 공인들의 주 활동터였던 방송계는 무섭게 치고들어오는 일반인들과 올드 미디어에서 넘어온 방송인들의 격전지가 되었다.



#3 걱정


위 사진처럼 교육적인 문제는 제쳐두고라도, 이런 시대의 변화에 대해 난 몇 가지 걱정이 있다. 적지 않은 주변인들이 너도 나도 유튜브 세계에 발을 들여 놓는 것을 보고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늘 받고 있다. 우리는 정말 다양한 영상을 인터넷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게임, 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소재부터 시작해 정치, 사회, 그리고 교육 등 정갈하게 차려져 뉴스나 책에 담겨 있었던 내용이 생생한 재료 그대로의 모습으로 영상에 담겨 우리에게 다가온다. 생생함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여러 문제점과 논쟁거리를 낳기도 한다. 뉴스 기사란을 몇번만 검색해봐도 개인방송의 실태, 그리고 도덕성 혹은 책임감을 지적하는 글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SNS의 파급과 마찬가지로 영상 콘텐츠의 생활화 역시 거대한 개인화의 물결에 계속해서 힘을 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사람들이 각자가 좋아하는 컨텐츠를 즐기고 다루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페이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팔로우하고 소식을 받아보는 것이 기분 좋은 것처럼 당연하게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보게 된다. 각각의 사람들은 큰 만족감을 얻을 것이고 계속해서 '맞춤 동영상'을 보겠지만 그럴수록 개인과 개인간, 그리고 집단과 집단간의 소통의 부재라는 대가를 치룰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카페에서 아이들을 조용히 하기 위해 유튜브를 틀어준 부모들처럼.



넷플 유튜브.jpg
 


그리고 조금은 괜한 책에 대한 걱정 하나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지..'하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반해, 영상을 보지 않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의 플랫폼을 타고 들어오는 영상 콘텐츠는 이미 우리 생활 전반을 구성하고 있다. 언어의 획기적인 발전이었던 글자의 발명 이후 구술의 시대에서 활자의 시대로 넘어왔던 지난 시절에 이어, 비로소 21세기에 인간들은 다시 한번 영상의 시대로 전환하고 있다.


이렇게 빠르게 책의 빈자리를 영상이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매일 영상과 책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점점 영상 콘텐츠에 손이 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다 책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한다.



#4 마무리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 글은 조금은 지루한 걱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영상 콘텐츠는 요즘 들어 문화예술에게 가장 친한 동반자이자 계속해서 관계를 이어나갈 친구이다. 그래도 SNS에 다는 '문화는 소통이다'라는 태그는 나의 걱정을 조금 덜어준다. 하지만 우리는 늘 고민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곧 잊혀질지도 모르는 '활자'로 다가가는 방법, 그리고 영상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어젯밤에 책과 유튜브를 놓고 했던 고민은 아마 이 고민에 이어져 있었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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