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원조 어벤져스를 보고 싶다면, 뮤지컬 - 적벽

글 입력 2019.03.3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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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에서도 밝혔듯, 나는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판소리나 전통 악기로 연주한 음악을 대중음악처럼 즐겨 듣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더 ‘현대적’ 계승에 관심을 갖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어떻게 현대의 관객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특히 주목하며 관람했다. 가족, 친구 및 연인과 관람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관람 포인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판소리가 눈 앞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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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를 공연예술이나 시각예술로 형상화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있는 일이다. 관객들은 저마다의 상상이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구현되기를 바라고, ‘어디 한번 잘 했나 보자’하는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판소리 <적벽가>에는 적벽대전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전쟁이 서사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도 이번 공연에서도 이를 기대하고 오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 ‘오페라의 유령’, ‘아이다’, ‘캣츠’ 등 외국의 라이센스 뮤지컬을 주로 관람해왔던 나에게 <적벽>의 무대장치는 적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방식이 판소리를 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소리는 오로지 소리꾼의 소리와 고수의 반주만으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화려한 효과가 가미된다면, 관객이 가진 익숙한 판소리의 이미지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판소리가 가지는 특성 그대로, 관객들이 머릿속에서 채워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판소리의 특성상 한자어, 고어들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극장에서 한글 자막과 영어 자막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무대가 너무 화려했다면 오히려 서사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렇다고 무대가 절대적으로 화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대 장치와 조명의 활용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도 남을 정도다. 집중해야 할 장면에서는 천천히 소리를 따라가게 하고, 속도감 있는 장면에서는 가사가 잘 전달되면서도 신이 나도록 하는 음악과 효과들로 판소리의 바람직한 재해석을 보여준다.




현대와 전통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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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뮤지컬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남길 것은 남기고, 필요한 것은 적절하게 채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인 선율은 생황이 연주하고, 현대적이고 신나는 박자는 드럼이 연주하는 세션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또 판소리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소리의 창법만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판소리의 창법을 사용하는 배우도 있었고, 뮤지컬의 창법을 사용하는 배우도 있었는데, 이러한 다양성이 소리를 풍부하게 했다.

판소리에서 관객들이 기대할 수 있는 해학과 골계미 또한 충분했다. 심각하다가도 중간중간 긴장을 풀어주는 조조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장면이었다.



서민들의 예술, 다시 대중에게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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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가 현대의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을 주게 된 이유는 아마도 무형문화재 제도로 인해 전통 예술이 전반적으로 ‘엘리트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원형 그대로를 보존해야 한다는 정부의 초기 문화재 정책 때문에, 많은 예술이 무대 위의 고정된 형태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장터를 오가는 대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되었던 탈춤이나 판소리가 시류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딱딱한 연구의 대상으로만 비춰지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적벽>은 판소리의 진입 장벽을 낮춰 놓았다는 의의를 가진다. 아무래도 소리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던 판소리를 시각화하여 판소리가 우리가 현재도 즐기는 영웅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또한 다른 뮤지컬에 비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시 대중들에게 예술을 돌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벚꽃이 피는 봄,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를 본 다음 화려한 공연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그 누구와도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적벽>은 5월 12일까지, 수요일부터 토요일 3시와 8시에 정동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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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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