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에서도 밝혔듯, 나는 전통문화의 현대적 계승에 관심이 많다. 그렇다고 판소리나 전통 악기로 연주한 음악을 대중음악처럼 즐겨 듣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더 ‘현대적’ 계승에 관심을 갖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공연이 어떻게 현대의 관객을 사로잡을 것인가에 특히 주목하며 관람했다. 가족, 친구 및 연인과 관람하려 하는 사람들에게 관람 포인트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판소리가 눈 앞에서 펼쳐진다!

판소리는 오로지 소리꾼의 소리와 고수의 반주만으로 이루어지는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화려한 효과가 가미된다면, 관객이 가진 익숙한 판소리의 이미지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 판소리가 가지는 특성 그대로, 관객들이 머릿속에서 채워갈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판소리의 특성상 한자어, 고어들이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극장에서 한글 자막과 영어 자막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무대가 너무 화려했다면 오히려 서사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렇다고 무대가 절대적으로 화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무대 장치와 조명의 활용은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도 남을 정도다. 집중해야 할 장면에서는 천천히 소리를 따라가게 하고, 속도감 있는 장면에서는 가사가 잘 전달되면서도 신이 나도록 하는 음악과 효과들로 판소리의 바람직한 재해석을 보여준다.
현대와 전통의 만남

서민들의 예술, 다시 대중에게로 돌아오다

판소리가 현대의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인상을 주게 된 이유는 아마도 무형문화재 제도로 인해 전통 예술이 전반적으로 ‘엘리트화’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원형 그대로를 보존해야 한다는 정부의 초기 문화재 정책 때문에, 많은 예술이 무대 위의 고정된 형태로 굳어지게 되었다. 그렇기에 장터를 오가는 대중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완성되었던 탈춤이나 판소리가 시류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딱딱한 연구의 대상으로만 비춰지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뮤지컬 <적벽>은 판소리의 진입 장벽을 낮춰 놓았다는 의의를 가진다. 아무래도 소리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던 판소리를 시각화하여 판소리가 우리가 현재도 즐기는 영웅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또한 다른 뮤지컬에 비해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시 대중들에게 예술을 돌려놓았다고 할 수 있다.
벚꽃이 피는 봄,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를 본 다음 화려한 공연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면 그 누구와도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적벽>은 5월 12일까지, 수요일부터 토요일 3시와 8시에 정동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