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정한 위로란 무엇일까 [기타]

글 입력 2019.03.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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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위 사람들의 아픔과 힘겨움을 느낄 때마다, 위로의 말 한마디 건네기가 그렇게도 힘이 들었습니다. 그중에는 고맙게도,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차리는 친구들이 있었음에도 말이죠. 저는 대개 위로에 미숙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게 상대에게는 티가 나지 않았더라도 말입니다.


스스로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위로에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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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알바생으로 등장한 아이유 씨가 이효리 씨에게 건넸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자신은 표현에 서툰 사람이라고. 표현이 정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에 대한 예시를 기억합니다. 친구이자 친한 언니인 유인나 씨가 눈물을 보일 때, 자신은 그저 담담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때문에 아이유 씨는 초반에 유인나 씨에게 많은 서운함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잘 알아 말없이 휴지를 건네주는 행동에도 유인나 씨는 덤덤해 하지만, 이처럼 아이유 씨는 표현에 있어서 무덤덤한 사람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저 또한 앞선 일화와 같이 위로의 표현이 어려운 사람입니다. 때문에 아이유 씨의 솔직한 고백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습니다. 저는 친구의 눈물 앞에 가만히 앉아, 고심 끝에 휴지 한장을 건네주는 성격은 아닙니다. 저는 어쩌면 표현보다 항상 복잡한 생각이 앞섰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이런식 입니다.


"저 친구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저는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이 앞서 친구의 가슴 아픈 고백에 그만 얼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저는 친구의 여린 모습을 바라보자면, 항상 술래 없는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친구의 기분을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의 느낌입니다. 제 소중한 친구의 아픔과 고충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제가 다음에 뱉을 말이 무엇인지 머릿속으로 먼저 따져보는 버릇은, 제가 생각해도 정말로 순수하지 않고, 매력없는 행동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친구의 가슴 아픈 고백에 가슴이 아닌 머리로 먼저 반응하는 것은, 저와 친구 사이를 조금 더 벌려놓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누구도 아닌, 저 스스로가 말이죠.


저는 그것을 누군가에게 들킬까 항상 조마조마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헤매는 기분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친구의 반응을 살피며 제가 틀린 선택지를 뱉지는 않았을까, 표정을 살피고,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도대체 저는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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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민스님 -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저의 오래된 책장 속 눈에 띄는 곳에 자리하며, 항상 저의 맘속 짐을 덜어 주시는 혜민 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단지 버텨주라고. 그것으로 그 사람은 큰 힘을 받을 거라고.


사랑을 글로 배우면 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전에서 마음으로 깨닫는 사랑보다, 미숙함이 번지기 때문에 그 마음이 결실로 이뤄지기 힘들다는 뜻일까요. 저도 그러한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랑의 감정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아끼고 위로해주는 과정에서, 그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버텨주고 싶었을 뿐인데, 왜 계속해서 잡념이 드는 걸까요. 왜 계속해서 초조해지고 친구가 원하는 답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걸까요.


제가 아직 어려 경험이 부족했던 탓일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저는 나이가 든 이미 어엿한 어른입니다.


왜 저는 항상 저의 부족함을 몸소 체감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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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 뜬금)

 


그러던 중 친한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저는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뜻밖에 찾아온 감정이었습니다.


저는 친한 친구들이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습니다. 한 명의 친구는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고, 다른 한명의 친구는 진로에 맞춰 실습을 나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보다 지독한 사회생활의 처음을 겪고 있을 친구들이었지만, 그들은 묵묵히 저의 말을 들어주었죠. 저는 그 점이 무엇보다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죠.


"야, 나도 그런 적 있어.

근데 그런 건 어쩔 수가 없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


그것은 단순하지만,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솔직한 대답이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 나의 고민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건넨 하나의 의견이었죠. 그 이후 이어지는 친구의 말은 나를 다독이거나 나를 응원해주는 말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것에서 왠지 분노가 풀리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단지 제가 화를 냄으로써 감정이 다스려졌기 때문일까요? 아니었습니다. 저는 친구들이 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그것을 공감해주는 자세에서부터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럼으로써 나의 분노의 감정이 생뚱맞은 어린이의 징징거림이 아님을 다시 느낄 수 있었고, 나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예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틀렸다는 표현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 들어가 있지만, 저는 지금 무엇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내뱉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생각했습니다.

 

아, 의미없는 술래잡기는 이제 필요없는 일이구나.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이야기를 이어가면 되는 것이구나.


그들의 분노 또는 눈물 뒤에 이어지는 저의 다음 말은, 정답을 맞추는 선택지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건넬 수 있는, 하나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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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yright ⓒ네이버 웹툰 치즈인더트랩)



평상시 하나의 관례와도 같은, 즐겨 보는 한 웹툰에서는 자신만의 관점을 담아 충고를 이어가는 인물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에서와같이 친구의 강하고 분명한 어조에 주인공은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것은 결코 곤란한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충고에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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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의 저 짧은 머리 당찬 친구가 왜 그리도 현명해 보였는지.


진심을 담은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내지만, 결코 발톱을 내세우지는 않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강요 또한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선택의 여지는 주인공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그 모습에서 저는, 주인공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친구의 진심과, 주인공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는 믿음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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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금은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고민은 당사자의 몫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가 그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나만의 경험과 생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값지다는 사실을.


만약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마음의 짐으로 남길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누군가는 계속해서 자신만의 해결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고, 저는 소중한 누군가를 믿고, 그를 응원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테니까요.


정말 좋은 친구는, 해결방안을 알려주는 친구가 아니라, 계속해서 나를 믿어주고 곁을 지켜주는 친구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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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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