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키스 해링 展>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글 입력 2019.01.2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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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이들이 경험하고 탐구할 수 있는 예술 작품, 주어진 작품에 대해 개인별로 수많은 해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

어떤 작품도 정해진 의미는 없다. 작품의 현실, 의미, 개념을 창조하는 것은 바로 관객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중개자일뿐이다.

-키스 해링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예술, 키스 해링이 바라던 예술의 방향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 방향성과 완벽히 맞아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오후에 미술관을 방문했는데, 내 나이 또래의 관람객이 가장 많긴 했지만, 관람객 중에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방학 숙제를 하는 듯 인증 사진을 열심히 찍어가던 초등학생 남매도 있었고, 이제 말문이 막 트여서 동생에게 작품을 만지면 안 된다고 말해주는 꼬마 형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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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키스 해링의 작품 중에는 어린 아이들이 보기엔 조금 민망할 수도 있는 그림들도 분명 있었다. (위의 사진과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전시회 벽에 적힌 키스 해링의 말을 보고 이는 어쩌면 어른들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어른들이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어린아이들은 알고 있다.

- 키스해링


어른들의 눈으로 보는 작품과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작품은 분명히 다를 것이다. 같이 관람한 친구와도 같은 작품을 보면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아이들은 분명히 다른 생각으로 작품에 대한 다른 의미와 개념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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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게 봤던 작품 중 하나는 바로 '앤디 마우스'였다. 80년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키스 해링이 앤디 워홀과 함께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을 것이다. 앤디 워홀이 조금만 일찍 세상을 떴더라도, 둘의 만남은 이루어지기 어려웠을테니까. (여담이지만 앤디 워홀은 1987년에 타계했다.)

자신의 얼굴을 미키마우스에 합쳐버리는,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운 이 작품을 흔쾌히 허락한 앤디 워홀. 팝아트의 상징적인 앤디 워홀과 키스 해링이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라는 미키 마우스, 그리고 수많은 달러 지폐들. 미국 산업화를 드러내기에 정말 적합한 소재들이 아닐 수없다. 물론 어린 아이들에겐 그저 사람얼굴과 쥐가 합쳐진 재미난 그림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 다시 한 번 '모두를 위한 예술'을 했던 키스 해링의 마음가짐이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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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에이즈의 위험성을 알리는 운동에도 굉장히 열정적이었다. 에이즈에 관련된 작품들도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역시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침묵=죽음'이라는 작품이었다. 얼핏 봤을때는 그냥 키스 해링의 작품들에 항상 존재하는 얼굴없는 사람 캐릭터의 집단인데, 자세히 보면 다들 눈, 귀 혹은 입을 막고 있다. 에이즈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정부를 비판하며 이 침묵은 곧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작품이었다.

키스 해링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중간 중간 키스해링이 했던 이야기를 적어둔 것도 전시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그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전시의 끝자락쯔음에 있었던 글귀로 리뷰를 마무리할까 한다.


예술가는 다른 이들의 삶에 감동을 주고 그들의 삶에 살아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나는 죽어도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있을테니까.

-키스 해링


[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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