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거짓말쟁이는 없었다

책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를 읽고
글 입력 2018.12.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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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중심어디에 있을까? 체크리스트>

□ 대화가 끝난 뒤 종종 '내가 잘못 말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 상대가 날 싫어하거나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사람들은 종종 나를 우습게 보는 것 같다.

□ 관계에서 늘 '을'의 입장을 떠안는다.

□ 상대방의 사소한 말과 행동에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있다.

□ 답장이 늦게 오거나 SNS의 '좋아요'가 적게 눌리면 불안하다.

□ 타인의 기분을 맞춰주다가 스트레스를 받는다.

□ 칭찬받으면 어색하고 불편해진다.


당신은 몇 개나 해당되시나요?






책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오시마 노부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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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이상하게도 난 친구들과 있으면 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내가 하면 뭘 해도 어색하고 뭘 말해도 재미가 없었다. 어젯밤 TV에서 본 예능 프로 얘기를 해도 내가 입을 여는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친구들은 내 말을 집중해 들었지만, 난 늘 중도에 말을 멈췄다. 그 어색하고 숨 막히는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농담은 잘만 하면서도 본격적인 대화를 하려고 하면 늘 망쳤다. 난 분위기를 망가트리는 주범이었고, 그래서 난 늘 친구들과의 진지하고 긴 대화가 불편하고 싫었다. 방과 후 (누구하고든) 단둘이 집에 갈 상황이 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그 자리를 피했다. 단둘이 15여 분 동안 대화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난 늘 대화에 있어서 실패자였다. 하지만 간혹 성공의 경험도 있었다. 나보다 더 말을 못 하는 친구랑 같이 집에 가는 날이라든가, 워낙 말이 많은 친구랑 집에 가는 날에는 대화가 좀 수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전환점을 맞이했다. 대화 노잼 인간에서 위너로 거듭나는 계기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 찾아왔다. 학교에 가기 전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할지 미리 다 구상을 해둔 날이었다. 어떤 식으로 얘기를 해야 좀 더 재밌고 친구들이 몰입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궁리했다. 그리고 실전. 하굣길 놀이터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는 준비한 에피소드를 표정과 제스처까지 곁들여 들려줬다. 난 그저 연습한 대로 했을 뿐인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친구들은 나한테 한 번만 더 그 표정을 보여달라며 조르고, 앙코르를 요청하기도 했다. 반응이 좋자 이상하게도 말은 더 술술 잘 나왔다. 스스로 이야기를 더하고 빼며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웃겨 보이기도 했다. 그 이후로는 뭐든 쉬웠다. 분명 내가 입을 열기만 하면 공기가 어색해졌었는데, 어느새 숨만 쉬어도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저 대화에 조금 자신감이 생겼을 뿐인데, 나는 다른 캐릭터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바라던 대로 '웃긴 애'가 되었다고 해서 내가 행복해지진 않았다. 오히려 나는 조금씩 더 자주 불행을 느껴야만 했다. 마이크는 언제나 내 손에 들려있었고, 그 때문에 나는 늘 친구들을 즐겁게 해줘야만 했다. 마치 그게 내 존재의 이유처럼 느껴졌다. 친구들이 좀처럼 웃지 않는 날, 혹은 다른 애의 이야기가 더 화제가 되는 날에 나는 이전보다 더 큰 좌절을 느꼈다. 점점 내 이야기에는 거짓말이 섞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하려면, 난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더 자극적이고 신선해야만 했다. 난 점점 더 몸짓이 커지고, 익살맞은 표정을 지었으며, 목소리를 키웠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가 웃으면 그제야 안도했다. 하지만 '거짓말쟁이'라는 죄의식은 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다.



무의식적으로 남의 기분을 살피는 사람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착한 사람입니다.



그래서일까? 책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의 첫 장에서 이 문장을 발견했을 때 코끝이 찡했다. 초등학교 시절 거짓말을 해서라도 친구들의 환심을 사고 싶어 했던, 타인의 기분이 나를 지배하던 당시의 내가 안쓰럽고 가여웠다. 그리고 그런 어린 시절의 나를 가리켜 '착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저자 오시마 노부요리에게 괜히 어리광 부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내 마음을 이해해줄 것 같은, 그런 사람을 만난 기분마저 들었다. 오시마 노부요리가 왜 일본에서 심리 상담가로서 유명세를 떨쳤는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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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는 마음의 중심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마음의 중심을 내가 아닌, 타인에게 줘버린 사람들. 그들이 겪는 문제 상황들, 그리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제 절대 그 인간한테 친절을 베풀지 않을 거야!'


굳게 결심을 해도 다음날 다시 만난 그 사람이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이 사람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일지도 몰라'하는 기대를 하며 또다시 다가갑니다. 그러다 상대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내가 뭘 잘못했나?'하는 생각에 다시금 상대의 감정에 중심을 빼앗기고 말죠.



마음의 중심이 타인에게 빼앗긴 사람들은 상대방의 말, 표정, 행동, 기분에 지배당한다. 상대의 감정을 짊어지기 시작하면 둘 사이에 상하 관계가 생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마음의 중심을 빼앗기면 순식간에 '을'이 되어버린다. 상대가 던진 사소한 말, 작은 행동의 변화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자신이 그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한다. 사소한 변화와 신호를 모두 자기 자신과 관련짓고 부정적으로 해석해버리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단순하게 보면 '자의식 과잉'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뇌 네트워크'와 관계된 일이라고 저자 오시마 노부요리는 말한다.



쉽게 분노하는 사람을 만나면 덩달아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긴장한 사람 옆에 있을 때는 같이 긴장하고요. (...) 이는 뇌 속에 있는 거울 뉴런이 작용하여 마치 카멜레온처럼 상대의 뇌를 흉내 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뇌는 특정 상대에게 주목하면 그 상대의 뇌 상태까지 흉내 내는 성질이 있습니다.



나한테만 사람들이 무례한 것 같고, 퉁명스러운 것 같고, 화를 잘 내는 것처럼 느낀다면 그건 어쩌면 '뇌의 감도'가 높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대방이 가진 부정적인 에너지를 쉽게 캐치하고 이에 전염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뇌의 감도가 높은 사람들의 뇌는 상대방이 가진 자신감 부족, 자기 부정의 감정을 자신의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지고 열등감이 생기며, 마음의 중심을 타인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 암시'를 통해 타인과 나 사이의 마음의 벽을 높게 세워야 한다는 것이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가 우리에게 전하는 솔루션이다. 마음의 벽을 높게 세워 '나는 나, 너는 너'를 명확히 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한심하다'라는 감정은 사실 낮은 벽을 타고 흘러들어온 타인의 오물 (부정적인 감정들)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오물은 진짜 내가 아님을 아는 것이 자기 긍정의 시작이다.


책은 여러 개의 자기 암시 기술을 제시하는데 가장 마음에 든 것은 '마음아!'였다. 갑자기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물밀듯 들어와 턱 밑까지 가득 차오를 때, 내 마음을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지금 왜 불안한가. 그 불안은 진짜 나의 것이 맞는가. 타인의 오물이 나에게 흘러들어온 것은 아닌지 명확히 하는 시간을 나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나 자신과 대화하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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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마음의 중심을 온전히 내게로 가져오지 못했다. 이미 잔뜩 빼앗겨버린 내 중심을 되찾아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찾아오고, 또 찾아왔지만 여전히 내 마음속 중요한 것의 일부는 어딘가로 흘러나가 돌아오질 않고 있다. 나는 쉽게 불안해하며, 조급해하고, 걱정한다. 남들과 같지 않음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내 성과를 타인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그들의 반응에 연연해하기도 한다. 친한 친구의 '답장 없음'에 '내가 뭘 잘못했나?' 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아직은 나다.


하지만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어제보다 오늘의 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라 단지 '마음의 중심을 타인에게 빼얏겼던 아이였을뿐'이다. 내가 가졌던 죄책감, 죄의식은 온전히 내 몫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난 내 마음 속 코가 길어진 작은 아이의 머리통을 다정하게 쓰다듬어주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 알려준 자기 암시의 방법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 돌보기'를 상기시켜 주었다. 발코니의 화단을 가꾸듯이 마음도 가꿔주고 돌봐줘야 한다는 것.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켜주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주인인 나의 몫이다. 그렇게 높은 벽을 쌓아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일. 나의 진심을 들여다보고, 타인에게 내어주었던 중심을 되찾아 오는 일. 오늘부터 나의 관심사는 당분간 '내 중심을 지켜내는 일'이 될 것 같다.






저자_오시마 노부요리 大嶋信頼


25년 동안 8만 건 이상의 임상 경험을 쌓아온 심리상담 전문가. 미국 애즈베리대학 심리학과를 졸업했으며 단기 치료 요법의 일종인 FAP(Free from Anxiety Program)를 개발했다. 알코올의존증 전문 병원인 슈아이토시다 클리닉에서 근무하면서 도쿄 정신의학 종합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갔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자신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그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면 많은 이들이 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심리적 외상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주)인사이트 카운슬링을 설립했다. 보통 사람들의 마음과 치유를 주제로 한 저서로 약 30여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으며, 그의 책을 읽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는 독자들의 평가를 행복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옮긴이_황국영


서울예술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했고, 일본 와세다대학원에서 표상 미디어론을 공부했다. 기획자 및 문화 마케터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말과 글을 짓고 옮기는 일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저서 『クイズ化するテレビ- TV, 퀴즈가 되다』를 출간했고, 아이디어 북 『MY BIG DATA』를 기획했다. 웹드라마 <게임회사 여직원들>, <오! 반지하 여신들이여>의 각본을 썼으며 『그렇게 어른이 된다』, 『이대로 괜찮습니다』 등을 옮겼다.


*


오늘도 중심은 나에게 둔다

싫은 사람에게서 나를 지키는 말들


원제: いつも誰かに振り回されるが一瞬で変わる方法

지은이: 오시마 노부요리

옮긴이: 황국영

분야: 문학>에세이>심리에세이

자기계발>인간관계 /

인문사회>교양심리학 /

면수: 176쪽

정가: 10,800원

ISBN: 979-11-5581-191-7 (03180)

발행일: 2018년 11월 20일

펴낸곳: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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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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