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내한공연 < 돈키호테 >

글 입력 2018.11.1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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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에 돈키호테 하나 없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불꽃처럼 스러진다고 해도, 수많은 조롱과 비판을 받는다고 해도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유지할 수 있는 그가 되고픈 순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그를 무모하고 맹목적이며 어리석다고 하고, 혹자는 독특하지만 따뜻하고 포용력있고 용기있다고 한다. 그렇다. 그는 어떨 땐 한심하고 우둔하다. 그러나 그렇게 알맞게 미친 광기를 누군가는 뭔가를 이룰 수 있는, 남다른 열정이라 한다.

생각해보자. 아침에 눈을 떠 하루종일, 매 달, 매 년 듣는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돈키호테가 너무나 부러워질 때가 있다.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는 한다. 주변의 평가와 시선, 염세적이고 우울한 전망이 늘어날 때마다 웃어넘기는 것도,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도 지겹다.

머릿속으론 돈키호테가 되어보지 않은 적이 없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일종의 그런 대리만족을 위해서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내 안의 돈키호테는 늘 머릿속 우물에 있다. 아무도 잘 모른다. 삶이 내게 던져준 미세먼지 뭉치같은 고구마 따위는 던져버리고 맑고 깨끗한 물과 사이다를 세상에 흩뿌리고 싶은 상상은 그 안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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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발레단과 알레세이 레프니코프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가 오랜만에 내한하여 다루는 작품 역시 이 <돈키호테>다.

처음 공연을 들었을 때 세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발레. 가격. 김기민. 한번도 본 적 없지만 들어본 발레. 아마도 몸이 조금 유연했더라면 발레를 어떻게든 배워보겠다고 졸랐겠지만 유연성과는 거리가 멀어서인지 배우는 것도, 공연조차도 잘 찾지 않은 그런 분야. 가격은 후덜덜하다. 러시아 발레단의 내한이라니 가격이 상당하겠다. 보통 뮤지컬보다도 가격대는 있는 편이다. 하지만 대신 다양한 가격대의 좌석이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적절한 가격대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김기민. 주요 출연진 중 김기민이라는 우리나라의 멋진 발레리노가 등장한다는 것. 처음 듣는 이름은 분명 아니지만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나같은 발레 문외한이 느낄 법한 찰나의 생각. 한 가지 생각은 더 있다. 대체로 공연을 마주했을 때 멈칫거리게 되는 가장 처음의 생각. 보면 재밌을 것 같은데 그 후가 걱정되는 일종의 염려증이다. 좋은 리뷰를 쓸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뻔한 글을 쓰기는 싫지만 잘 쓴 글은 쉽게 쓰여지지도 않는다. 무엇이 좋은 리뷰인가. 무엇이 좋은 글인가. 그럴 때 손끝이 허공에 머물게 된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모두가 똑같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나만을 위한 글을 쓰고 싶지만도 않으니까.


Kimin Kim in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jpg
Kimin Kim in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발레와 돈키호테로 시작하는 한바탕 생각이 지나면 공연에서 새로 궁금한 점이 생긴다. 왜 돈키호테와 발레를 함께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왜 최초로 내한하여 이 공연을 선택했을까. 개인적으로는 돈키호테라는 소재가 발레 공연에 다가오기 편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돈키호테의 메세지 그 자체와 발레가 맞닿아 있는 지점도 있을 것이다. 돈키호테의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는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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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ander Sergeev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최근에 성인 취미 발레에 대한 글을 꽤 보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꿈인 발레를 시작했다는 말이 많았다. 다리가 영영 벌어질 것 같지 않았다거나, 하고 싶었던 다른 멋진 자세 역시 너무나 먼 길이지만 그래도 일단 발레를 시작했고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총총 거리며 사뿐사뿐 걸어서 가벼워만 보이지만 그 가벼움을 위해서 더욱 단단하고 튼튼한 몸을 기르고, 온 몸이 비틀어 바른 자세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우리는 늘 땅으로 내려가려 하지만 발레에서는 그 반대의 시간이 필요하다. 발끝으로 서서 땅과 조금 멀어지고, 날 수 없지만 날듯이 공중에 떠있기도 한다. 발레는 여리고 우아하고 고운 사람이 해야 하니 나와 더더욱 안어울린다고 어릴적 단순히 생각했던 것이 편견이었을 만큼. 실제로 공연의 마지막 씬으로 갈수록 화려하고 정확한 기술을 보여주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하니 눈으로 편견을 때려부실 수 있을 것 같다.

훨씬 강하고 훨씬 꿈결같은 열정이 필요하다는 게 돈키호테가 우리에게 보여준 말과 행동의 결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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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돈키호테>가 기대되는 점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작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리우스 프티파가 처음 의뢰를 받아 작품을 완성했을 때 사람들은 '클래식 발레'가 완성되었다고 언급했다 한다. 다양한 춤이 드러나는 춤 ‘베르티스망’, 흰 튀튀를 입고 군무를 보여주는 ‘발레 블랑’, 남녀 무용수가 함께 화려한 춤을 보여주는  ‘그랑 파드되’ 같은 형식이 완성되었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번 공연에서 보여주는 것은 그의 제자 알렉산더 고르스키가 재안무를 한 버전을 또 다시 재안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고린스키의 버전은 주인공 위주로 보여주는 프티파의 버전보다 더 사실적으로 연기하고 모두 함께 빛날 수 있는 앙상블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라 한다. 발레가 땅으로 내려왔다며 좋아하는 입장과 품격이 훼손됐다며 비판하는 입장이 공존했다니 그 당시로서 꽤나 획기적인 시도였던 듯 하다.

하지만 그런 비하인드를 알고 나서 작품이 더 기대되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수많은 관객들이 더 현실감을 느끼고 작품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면, 숨어있던 무용수들이 함께 빛날 수 있게 되었다면 전혀 퇴보라고 말할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Philipp Stepin & Elena Yevseyeva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2).jpg
Philipp Stepin & Elena Yevseyeva in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한 가지 더. 왜 발레 <돈키호테>의 주인공은 돈키호테가 아닐까. 선술집 사장의 딸인 키트리, 가난한 이발사인 바질. 투우사인 에스파다가 주요 주인공이다. 돈키호테의 마인드를 본다면 본인이 주인공이 되기를 그리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분명 맞지만 그는 온 세상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걸 더 기뻐했을 것이다. 돈키호테라는 이름도, 기사를 표방한 옷차림도 스스로 고귀함을 잊지 말자는 마음가짐과 더 가까울 테니까. 결혼문제는 늘 전세계적인 문제인가보다. 다만 한국 드라마와 다른 점은 돈봉투도, 물싸대기도, 사랑에 절망하는 한 맺힌 울음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가난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키트리와 바질 두 연인과, 사랑하지 않지만 부유한 집에 결혼을 종용하는 아버지와의 갈등에는 다소 유쾌한 해결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점! 평범하지만 험난하게 자신을 지키고 사랑을 지키는 이들에게, 우리들 같은 이들에게 돈키호테가 지원군으로 나눠줄 따뜻하고 즐거운 기운을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란다.





돈키호테
- 마린스키발레단&오케스트라 내한공연 -


일자 : 2018.11.15(목) ~ 11.18(일)

시간
11월 15일(목) 오후 7시30분
11월 16일(금) 오후 7시30분
11월 17일(토) 오후 6시
11월 18일(일) 오후 2시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티켓가격
VIP석 280,000원
R석 230,000원
S석 170,000원
A석 100,000원
B석 50,000원
C석 20,000원

주최/주관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관람연령
만 7세이상

공연시간
180분 (인터미션 : 40분)




문의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02-598-9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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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출연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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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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