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1980년대 대한민국 속의 소시민을 만나다!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글 입력 2018.11.0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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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대한민국 속의 소시민을 만나다!"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 남산예술센터 2018 시즌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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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최근에는 남산예술센터에서 하는 연극을 부쩍 자주 보게 되었다. 대학로 보다 명동으로 훨씬 많이 방문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의 方式, 춤의 方式-공옥진의 병신춤 편>과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에 이어 이번에 볼 공연은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

작가 최치언이 구사하는 블랙유머와 극적인 성격이 돋보이는 연극이라고 사전 정보를 보고 왔으나 필자는 최치언의 연극을 처음 관람하여서 더욱 그가 선보일 연출이 궁금했다. 포스터만 보아도 1980년대의 분위기를 가득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용감한 시민상'이라는 이색 소재로 얽힌 연극이라는 점이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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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의 시민
한 사회의 시민




현실에 민감하되 직설로 말하지 않기


<어쩌나, 어쩌다, 어쩌나>는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포장하고 정권을 홍보하기 위해 용감한 시민상 외에도 효도왕, 세금왕, 친절왕, 봉사왕등이 넘쳐나는 1980년대는 혼란함 그 자체였다. 김두관과 이오구는 국가 권력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그럴수록 수렁에 빠지는 모습이 "어쩌나", "어쩌다"를 연발하게 만든다.

얼떨결에 '용감한 시민상'을 받게 된 김두관은 좁디좁은 골방에 갇혀 헌법, 자연보호법, 애국가 4절, 각 고위 관료의 이름까지 줄줄이 외우는 것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형사들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때마다 가혹행위가 이루어진다. 대통령으로부터 상을 수여받는 수여식 행사를 위해 각 분야의 수상자들과 함께 각 잡힌 춤과 미리 준비된 멘트, 고정된 동선을 수없이 연습한다.

강도 누명을 쓰고 복역하던 이오구가 출소해 김두관을 찾아 본인이 '쪼다'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김두관에게 한 번만 칼로 찌르게 부탁을 한다. 이오구의 그 간절한 부탁을 들을 때면 '이게 무슨 얼토당토 안되는 이야기야' 싶으면서도 이오구의 그 어처구니없는 용기와 용기 없이 '용감한 시민상'을 받은 김두관의 용기가 대비되며 느껴졌다.

용기가 있어야 하는 자에게 사라진 용기와, 용기를 내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 가감 없이 보여주는 용기 사이의 아이러니함은 관객들로 하여금 '용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였다. 사실 이들이 분노할 용기를 낼 대상은 다름 아닌 '국가'란 말이다. 하지만 소시민들이 국가 권력에 맞서서 싸울 용기가 있을 리 만무하다. 개인으로선 결코 쉽지 않은 이 행동을 할 용기가 없는 김두관과 이오구는 서로가 얽히며 점차 수렁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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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억울함을 풀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이들의 악연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결국 김두관과 이오구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듯 반복된다. 둘의 인연은 30년이 넘게 반복된다. 길고도 풀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이들에게 국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이오구의 억울한 감옥살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이며, 김두관의 정신적 압박감은 누가 치유해줄 것인가.

실제로 80년대 군사정권은 시민들을 간첩으로 몰아세우고 수의를 입혀 법정으로 보냈다. 사법부는 사정당국이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얻어낸 억지 자백과 조작된 증거를 근거로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충격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당시 군사 정권은 무력으로 집권한 정권답게, 사회의 불안을 안정시키고, 시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지킨다며 정권 홍보를 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과연 우리는, 낯선 80년대에서 우리는 얼마나 멀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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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 연극 밖 이야기를 하자면..


공연장에 들어올 때 빨간색 무대막이 강렬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치 옛날 극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실제로 연극이 시작할 때와 끝나는 때 짧은 영상이 등장하였는데, 한 편의 짧은 영화를 보는 듯한 점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일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처럼 앞으로 어떤 일들이 전개될지 생각해보고 연극이 끝난 엔 미처 몰랐던 사건의 원인이나 의미를 떠올려보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많은 내용을 모두 담아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가득한 욕심이 보였는데, 이러한 부분이 연극의 흐름을 방해하여 관객들에게는 더 혼란스러움을 준 것 같아 아쉬웠다. 커튼콜 때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배우들이 등장하여서 놀랐는데 그만큼 다양한 등장인물이 산발적으로 등장하였다가 사라지고, 갑자기 북한군 이야기가 치고 빠지고 반복하고 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부처님과 스님의 행동 및 대사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갸웃하게 만들었다.

필자가 관람하였던 일자에는 관객층의 연령대가 50대 중후반 정도로 많이 높았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등 정치적인 내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곤 해서 불편하게 느끼는 분이 있을 것 같지만.. 근현대사와 남북한의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많으신 분에게 딱 좋은 연극이 아닐까 싶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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