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한국 전통이 궁금한 외국인, 정동극장으로 오라! - 궁:장녹수전 @정동극장

한국 전통이 궁금한 외국인, 정동극장으로 오라!
글 입력 2018.10.2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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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이 궁금한 외국인, 정동극장으로 오라!"


궁:장녹수전
- 조선의 위험한 신데렐라 -


궁 장녹수전 포스터_웹용_국문_030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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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내용에 앞서


버스 정류장을 보면 다양한 공연 포스터들을 볼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궁: 장녹수전>일 것이다. 정동극장은 시청역과 광화문역 부근에 있지만, 예술의전당 근처에서도 찾을 수 있는 <궁: 장녹수전> 공연 포스터! 반가워서 한 컷 찍어보았다. 언제부터인지 정동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거의 다 챙겨보는 편이라서 이번에도 흔쾌히 공연을 보러 발걸음을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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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한 예인(藝人)으로 바라보는 장녹수

 

장녹수를 다룬 작품들은 참 많다. 하지만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 등으로 불린 그간의 장녹수 캐릭터와 달리, 장녹수가 조선 최고의 '예인(藝人)'이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둔 작품은 흔하지 않다.


<궁:장녹수전>은 천한 노비 신분으로 태어난 장녹수가 예인으로서의 끼를 발휘해 제안대군에게 발탁돼 가흥청의 스타 기녀로 자라난 뒤 이윽고 연산군의 눈에 들어 후궁의 자리에 올라 권력을 휘두르는 이야기를 제안대군과 연산군, 장녹수간의 로맨스를 더해 새로운 무용극으로 만들어냈다.


노비 출신으로 기생을 거쳐 후궁의 자리에 오른 그녀의 삶에 '장고춤', '한량춤', '교방무'를 비롯한 각종 한국 전통무용을 매끄럽게 엮었다. 특히 오경택 연출은 "춤과 드라마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인가, 장녹수라는 인물의 여정을 어떻게 대사 없이 움직임과 춤과 표정 연기만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제일 고민을 많이 했다. 대부분이 기방문화, 궁중 문화, 민속문화를 모티브로 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전통춤 레퍼토리가 각 10~30분까지도 있는데 많이 함축해서 이걸 2~3분으로 줄여 만들어진 것이 <궁: 장녹수전>이다. 한마디로 한국 전통무용의 엑기스가 모두 담긴 공연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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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연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기까지


<궁: 장녹수전>은 대사가 거의 없는 넌버벌 퍼포먼스로 이루어진다. 그에 따른 강점과 약점이 있는데, 대사가 없기에 자칫하면 지루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을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로서 메꿔야 하는데 이 점에 있어서 <궁: 장녹수전>은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끊임 없이 등장하는 군무와 다양한 전통무용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전통성을 살리며 '춤'이라는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장녹수'라는 여인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을 알고 있는 한국인 관람객만이 아닌 사전 기초지식이 없는 관람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도 하나의 장점이다. 외국인 비율이 적지 않은 정동극장의 공연에는 대사보다는 섬세한 연기력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관객 타켓에 적절한 대응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줄줄이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는 방탄소년단(BTS)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K-Pop)의 열기는 관광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뮤지컬 등 공연이 이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아마 정동극장이라면 약간의 기대를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공연장에는 외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고 공연을 보고 나온 그들의 표정에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만족스러워 하는 이들을 보며 내가 나온 공연도 아닌데 괜히 뿌듯해지더라.

우리는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에 가면 공연을 봐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필자를 비롯하여 그 곳에 가면 공연을 보는 이들이 많다. 이처럼 한국 공연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증가하는 외국인 개별관광객을 충족시키는 새로운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하며 그 선두를 정동극장이 잘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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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읽기에도 너무 빠른걸?


무대 양 옆에는 스크린이 비치되어 있고 공연 중간 중간에 줄거리를 띄워주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는 바람에 한국인인 내가 한국어를 읽기에도 속도를 따라가기에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가 글을 느리게 읽는 편도 아니고 시력이 나쁜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이러한 경험은 정동극장의 다른 공연을 볼 때도 느꼈던 것 같은데, 조금만 스크린의 자막 속도를 천천히 여유롭게 볼 수 있게 해주면 관람객의 입장에서 조급해하지 않고 충분히 읽으며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외국인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복잡한 스토리이니 그들을 배려하는 차원이더라도 조금 더 친절한 자막이 준비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스토리 이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외국인들로 하여금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이해할 수있게끔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저 장녹수가 연산군을 사랑한 한 여인이 아닌, 그녀가 어떠한 시대적 배경에서 후궁으로서 어떤 여인이었는지도 함께 알고 공연장을 떠나기를 희망한다.



[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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