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angle] 완벽한 날?. Prologue
마침 빗소리가 예쁘고 좋네요
글 입력 2018.09.2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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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예찬이가 도망쳤어요"아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음마침 빗소리가 예쁘고 좋네요{Untangle}-여름빛 물-완벽한 날?. Prologue[6월 10일]정신 차리니까 나는 떠나기로 했다.갑자기?갑자기.[6월 11일]날씨가 나와 닮았다.하늘은 곧 비가 올 것 같다.나는 곧 포기하기 직전이다.너는 마구 쏟아지는 햇빛을 그대로 받아내기 지친거니,나도 더 이상 무엇인가를 감당하기에는 지쳐 버린 것 같다.불과 일주일 전에 너는 폭염주의보를 들고 왔고,나는 약한 체력이고 뭐고 너의 햇빛 아래서 마음껏 뛰어다녔었는데.지친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불과 일주일 전에 말이야.웃음밖에 안 나오네*나는 흔한 말로 몸과 정신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인간이야,요즘 너무 피곤해. 역시 난 체력이 안 좋은 것 같아,그래 오늘은 조금 일찍 자자,그럼 괜찮겠지그럼 괜찮겠지?일어났어, 와 근데 진짜 아무 힘 안 난다.나야 살아있니왜 이러지, 나 10시간은 자지 않았어?너 요즘 계속 알람 울리기도 전에 눈 떠,요즘 하루에 두세 번씩은 깨는 것 같아하, 나 왜 이러지왜 이러긴 몸을 아무리 쉬어도 회복하지 못할 정도로,아마 그렇게 버티지 못할 정도로 네가 지친 거겠지아, 아,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해...일단...일단... 당장의 종강은 아직 한참 남았어,열흘밖에 안 남았다고 하기엔시험 4개레포트 3개발표 1개,........'나'는 0개.[6월 10일]밤 열한 시 삼십 분.그냥 일찍 누웠다. 잠이 안 온다.그렇다고 다시 일어나기는 싫다.내가 싫다.휴,요즘 내 공기에 한숨만 먹이는 것 같아.미안해.뭐하지, 잠이 안 온다.정신 차려 보니까 숙소를 검색하고 있었다.그래, 아마 떠나고 싶어.가고 싶은 곳도 없고하고 싶은 것도 없고아무 계획도 없어그냥 쉬고 싶어....제발 쉬고 싶어.아무 기대 없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문지른다넓은 방 필요 없고맛있는 거 필요 없고멋진 거 필요 없고다 필요 없어그냥 좀 나 혼자 내버려둘 수 있는 곳,좀 조용한 곳.이것만 있으면 되는데, 그래 이런 곳은 잘 알려주지 않지.아 다른 게 생각났는데, 좋아하는 책 읽고 글만 쓰고 그림만 그릴래 그럼 좋겠다.계획이 구체적으로 변했는데그럼 뭐해, 그런 곳이 있겠어?어,'완벽한 날들'어,[예약]어,[날짜를 선택하세요]어,[결제]어?[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정신 차리니까 예약 끝.[6월 11일]눈이 잘 안 떠진다.진짜 지쳤다는 뜻이다.나를 탓할 힘도 없다.아, 아, 아한숨을 길게 쉬는 것조차 귀찮다.그냥 물어보고 싶어졌다"지금 왜 사는 걸까"음...7월에 떠나기로 했거든"그게 다야?"그럼 지금 당장 사는데 뭐 거창한 이유가 필요해? 그리고 거창한 이유가 날 도운 적이 있나.지쳐, 나보고 그만 대단한 사람 되라고 해. 그만 멋진 이유를 가지라고 해....나는 그냥 내가 되고 싶어.이것이야 말로 내가 가진 정말 멋진 꿈이야. 그런 것 같아."떠나서 뭐할 거야?"그냥 책 읽고그냥 그림 그리고그냥 쓰고 싶은 글 쓰고그냥 멍때리고그냥 뒹굴고그냥 그러고 있을 거야.하, 그날이 언제 올까. 지금 눈 감고 누가 7월 1일에 깨워줬음 좋겠다.뜨거운 아인슈페너를 벌컥벌컥 마신다. 쓰고 죽고, 달아서 죽는 그 사이.그리고 나는 다시 더 적극적으로 지치러 간다. 어쩔 수 없다. 여기서는.[7월 2일]"내일은 완벽한 날들 이용일입니다."알람 문구를 읽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완벽한 날들을 제가 이용해도 될까요? 이용할 수 있을까요?(물론 숙소의 이름이 "완벽한 날들" 이었어요)그랬으면 좋겠다, 완벽한 하루를 예약하고 만끽한다는 게 가능할까.완벽한 날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여전히 나는 아무 계획이 없다.다만 장마 소식에 바다를 볼 수 있을지 없을지 잠깐 혼란을 겪고 있다.하지만 여름비를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면 그건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바다는 다음에 봐도 좋으니까. 바다는 나와 달리 늘 한결 같으니까.음, 여전히 모르겠다 내일을 두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이 기분을.근데, 그냥 그 기분을 나조차도 몰라서 좋다.무슨 말인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내일이 있어 좋다는 뜻인 것 같다.*생각해보니 이 글의 시작도 비오는 날이었네.이번 여름비와 내가 인연이 있나 봐,그냥 그런 것 같아.*summer.낯선,[오예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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