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땡스 프롬 터틀스 2. 빨대가 오긴 왔는데 위기도 같이 왔다.

휴대용 스테인레스 빨대 세트를 만들기 위한 여정의 두번째 단계!
글 입력 2018.09.2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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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휴대용 스테인레스 빨대 세트를 만들어보자!

스테인레스 빨대를 만들기로 결정한 날부터 우리는 상품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국내에서 빨대 1개에 가장 저렴한 것은 700원, 조금 괜찮아보이는 것은 1100원이었습니다. 희망하는 구성 – 빨대 + 청소솔 2개 + 파우치까지 만들면 잠시 생각해봐도 상품원가만 4000원을 넘길 것 같았습니다.

빨대를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파우치를 만드는 공장을 찾아보았습니다. 동대문 시장에 가서 원단을 찾고, 미싱을 맡기면 얼마나 나올지 검색을 해보았지만 어떤 미싱 공장에서도 작고, 손이 많이 가지만, 가격은 저렴한 ‘파우치’를 만들어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일단 다음 날은 빨간날이어서 동대문 원단시장이 열지 않으니,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원가가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100개 정도를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이건 도매도 소매도 아닌 개수였고 빨대 공장에도 미싱공장에도 싼 가격에 오퍼하기 어려운 개수였습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우리는 국외 시장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상품을 찾아보았습니다만 대부분의 스테인레스 빨대 상품이 중국산이었기 때문에, 기왕 중국산을 살 것이라면 중국에서 주문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중국에서 종종 옷을 사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중국의 G마켓이라고 할 수 있는 타오바오에서 빨대 세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파파고의 도움도 받고 조금씩 공부한 중국어의 도움도 받아가면서 물건을 검색했습니다. 결과는 정말 한국보다 2배, 3배 이상 저렴한 물건들이었습니다. 아아 왜 외주공장을 세우는 지 알겠더라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도도는 타오바오에서 파우치와 빨대 5종 이상, 청소솔까지 함께 파는 판매자를 찾았습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상품을 팔고 있었는데 원가의 4배 이상이었습니다. 우리는, 역시 장사는 배포가 큰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원가 뿐 아니라 수입 관세+마케팅비용+기타 비용을 합하면 2배정도의 가격일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빨대 1개지, 빨대 5종이 아니었습니다. 도도는 중국에서 단기간 교환학생을 지냈고, 따라서 중국의 카카오톡, 위챗이 있었습니다. 도도는 위챗으로 판매자에게 연락해서 우리가 원하는 구성으로 보내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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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 하나마다 이만큼 달라고 표시해서 보내는 중


대답은  YES!  이런저런 애교와 함께 흥정 과정을 거쳐 우리는 기대한 것보다 더 싼 가격에 물건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 * *

배송에는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길어도 2주 안에 온다고 했던 배송은 태풍과 여타 교통상황 때문에 3주가 걸렸습니다.

여러분. 엄청 먹고 싶었던 떡볶이가 다다음날쯤 되면 시들해진 경험 있으세요? 떡볶이는 언제나 매력적이라면, 엄청 사서 만들고 싶었던 퍼즐이 다음주 쯤에는 흥미가 죽어버린 경험이라든지요. 첫 주에 우린 이런저런 판매 계획을 세웠지만 2주 째에는 개강 준비하느라 바빴고, 3주 째에는 이미 흥미가 다 식은 뒤였습니다. 하지만 결제는 다 했고 물건은 오고 있는 중이었어요. 참 난감했습니다. 정말 옷장 안에 빨대 쌓아 놓고 살아야 하는건지 심난했어요.


“야 빨대 말이야”
“응 흥미 다 식었다 큰일남ㅋㅋㅋㅋ”
“내말이ㅋㅋㅋㅋㅋ”


이런 식이었죠.

하아. 내 돈. 피 같은 내 돈!

그 때, 우리는 기적처럼 학교에서 작은 플리마켓을 여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셀러 모집은 3일 전에 끝났지만 늦게나마 두드린 문은 감사하게도 활짝 열렸습니다. 사실 플리마켓이 열리는 날까지 배송이 올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거의 다왔다고 했으니, 희망을 갖고 기다리며 셀러로 등록했습니다. 이름은 ‘꾸꾸와도도’.


카카오톡.jpg
△ 타는 목마름으로 애타는 기다림


애태우던 결국 배송은 플리마켓 전날 오후 5시에 왔습니다. 다행히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예뻤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샘플을 주문하고 확인 후 판매했어야 했지만 수입 배송비 + 배송기간의 압박으로 한번에 도박을 하듯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사진으로는 꼼꼼히 따졌지만요. 플리마켓에서 많이 팔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니 포장지는 조금만 사고, 세트는 16개정도 준비했습니다. 16개도 절대 다 못 팔 거라고 생각했어요. 여태까지 저와 도도가 가본 플리마켓은 ‘아 예쁘다~ 이런거 있으면 좋겠다~ (만지작만지작) (내려놓는다) 안녕히계세요~’의 반복이었거든요.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크기변환__꾸도.jpg
 

제품사진을 찍은 뒤 각자 하나씩 세트를 가지고 집에 가서 세척법을 연구했습니다. 스테인레스 제품은 매끈한 질감을 위해 연마제로 마무리하기 때문에 안쪽을 기름으로 잘 닦아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 베이킹소다를 풀은 물에 끓이고, 식초 풀은 물에 넣어서 마무리! 이 긴 과정을 설명하면 고객님들이 다 도망가버리실까봐 어떻게든 줄이려고 했으나 어려웠습니다. 기왕이면 그냥 깔끔하게 쓰실 수 있도록 잘 안내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세척 과정을 얻어내기까지는 6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기름으로 연마제 제거, 세제로 다시 닦기 정도로 마무리했고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2시간 후 도도한테 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야 니 빨대 냄새 안나나”
“무슨 냄새?”
쇠냄새. 내꺼는 장난 아닌데?”

아뿔싸, 쇠냄새라니. 제 빨대에선 잘 느낄 수 없었는데 한번 더 물과 솔, 세제로 닦고 나서 콧구멍에 집어넣고 냄새를 맡아봤더니 맙소사. 이젠 쇠냄새가 나는 거에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빨대를 콧속으로 쑤셔 넣고 냄새를 맡았으니 뭔들 냄새가 안나겠나 싶지만 그 땐 정말 심각했습니다. 쇠냄새를 2시간 정도 맡다보니 생수를 마셔도 쇠맛이 났어요. 결국 그날은 반쯤 울면서 새벽 3시까지 식초, 베이킹소다, 기름과 씨름하다가 잠들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까지 식촛물에 담가둔 빨대는 쇠냄새가 많이 없어진 이후였어요. 그리고 더 찾아보니, 너무 박박 닦으면 쇠 표면이 긁혀서 더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하더라구요. 부드럽게 닦아주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제 친구는 이미 너무 많이 박박 닦아버린 이후였고요. 12시간의 실험과 수많은 구글링과 네이버링(NAVER-ING) 이후 축적된 방법을 바탕으로 안내 쪽지를 작성하고, 판매시 모든 분들께 쪽지를 함께 넣어드렸습니다. 혹시 문제나 의문이 있을 경우 연락하실 수 있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포함해서요.

* * *

플리마켓은 12시 시작이었습니다. 11시 40분에 수업을 부랴부랴 끝내고 도도가 상품을 가져오면서 플리마켓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파우치 디자인은 두가지였는데, 제가 좋아한 나뭇잎 디자인과 도도가 좋아한 고래 디자인이었어요. 각각 4개씩 놓고 총 8개만 다 팔아도 본전이다-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홍보했습니다. 가격은 5천원!

“휴대용 스테인레스 빨대 보러 오세요!”
“환경에 좋은 휴대용 스테인레스 빨대 세트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 믿을 수 없는 가격!”

이 날 플리마켓은 믿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다음 이야기 - 마지막화)
“저희 지금 고래 디자인은 다 나가서요ㅠㅠ”
“마지막 3개에요!”
“빨대 세트 매진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나연 서명 태그(이메일 없음).jpg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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