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우리별'. 돌고도는 지구, 그리고 우리 [공연]

글 입력 2018.09.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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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연극 '우리별'

*** RE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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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4초 후 조명이 꺼집니다


공연을 보고 나오니 기분이 멍했다. 지구의 탄생과 그보다 더 오래전에 있었던 우주의 탄생까지 족히 70억년도 더 되는 긴 시간을 단숨에 보고 나온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빛보다도 빠른 타임머신을 탄다면 이런 기분일까? 짐작도 가지 않는 긴 시간을 꾹꾹 눌러 압축한 90분동안 느꼈다. 시작은 마치 최면을 거는 듯한 음성이었다. "지금부터 4초 후 조명이 꺼집니다. 4, 3, 2, 1."



돌고 도는 지구


코스모스 아파트 19단지로 이사온 지구네 가족의 일상은 매번 반복된다. 엄마는 아침에 일어나 딸들을 깨우고 아빠는 출근을, 지구와 언니는 학교에 가고 할머니는 TV를 본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 좀 더 크고 좋은 망원경을 받기 위해 돌고 돌고 또 돈다. 지구가 빨리 돌면 생일이 금방 오기 때문에! 지구의 생일이 올 때마다 비슷한 하루가 반복된다. 아빠는 고장난 텔레비전을 보고, 그 텔레비전을 새로 사자고 하는 언니. 텔레비전을 바꿀바엔 냉장고를 바꾸자고 하는 엄마와 할머니까지. 빨리 돈다면 선물을 더 빨리 받을 수도 있지만 주의해야 한다. 자칫하면 소중한 사람을 잃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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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이


옆집에 엄마와 인사를 하러 간 지구는 달님이라는 또래 아이를 만나 친구가 된다. 지구 옆에 딱 붙어서 돌고있는 위성 달처럼 달님이와 지구는 각별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달님이와 지구는 점점 멀어진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은 여전하지만 졸업을 가고 대학에 가면서, 취직을 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구와 달은 1년에 3cm정도씩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구와 달을 두 친구의 우정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이 깊이 와닿았다. 언젠가 지구와 달은 아주 많이 멀어져 서로의 존재를 잊은채 각자의 궤도만 돌지도 모른다. 마치 연극은 그때가 오기 전에 사라져버릴 소중한 것들을 다시 한 번 바라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음악, 랩, 라임, 비트


연극을 관람하기 전까지 대사들이 랩으로 구성되었다는 연극의 설명이 도통 이해가지 않았다. 연극을 보고 나서야 '아 이런 것이었구나!'싶었다. 반복되는 비트 위에 올라간 단어들은 라임을 이루며 연극의 개성을 잘 살리고 있었다. 마치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면서 변주되는 대사들은 리듬감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공연에 빠져들게 했다. 지하철 안내음부터 생일 축하노래, 그리고 빠르게 배우들의 입에서 나오던 우주에 대한 사실들까지. 많은 단어들이 빠르게 지나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더 관람하며 대사에 좀 더 귀기울여 보고 싶다. 그리고 이 대사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극단 창작집단LAS의 배우들에게도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의 완벽한 호흡과 대사 전달이 연극에 한 층 더 몰입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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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우리별'의 마지막에서 지구와 달님이는 결국 멀어지게 된다. 객석 한 가운데 서있는 달님이와 무대에 있는 지구가 관객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눌 때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닦아내면 그칠 줄 알았던 눈물은 계속 흘러나와 결국 코를 훌쩍이게 만들었다. 연극이 끝난 후 극장에서 나오면서도 눈물이 난 명확한 이유는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버린 소중한 추억들 때문이지 않을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돌고 있는 지구 위에서, 지루한 일상일지라도 기억하고 간직하려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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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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