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테리 이글턴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글 입력 2018.09.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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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에는 정말 많은 소설을 읽었다. 상상도 못할 이야기, 다른 세계, 마치 살아있는 것 같은 인물들. 소설을 읽는 순간에는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문학을 읽는 시간이 많이 사라졌다. 문학보다 인문서, 자기계발등 내 삶과 가까이 닿아있는 분야의 책을 훨씬 많이 읽고 있다(그렇다고 문학이 삶에서 떨어 졌다는 말은 아니지만). 한참동안 많은 소설을 읽었던 나는 그냥 읽는 ‘순간’이 즐거웠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던 것 같다. 마치 영화를 보듯이. ‘아 이런 부분에서 인물의 행동은 저런 것이 구나’ 보다 ‘이런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의 선택이 슬프다’였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감정 그대로를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소설을 쓴 작가, 어디에서 유명한 상을 받았다 라든지...등이 눈에 띈다. 그래서 문학을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을 지나 문학에 숨어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저명한 문학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제목 그대로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무엇일지, 내가 궁금했던 내용을 알려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책은 문학의 형식과 기법에 세밀한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그 전통을 되살려내는 데 미미하게나마 기여하고자 합니다. 대체로 초보자를 위한 입문서로 의도되었지만, 이미 문학 연구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여가 시간에 시와 희곡, 소설을 즐겨 읽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Chapter1 도입부
Chapter2 인물
Chapter3 서사
Chapter4 해석
Chapter5 가치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부터 조앤 K.롤링의 “해리포터”시리즈 까지 정말 많은 문학을 예시로 들며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시작, 그 중요한 단서에 관하여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어디에서나 시작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문학에서도 그렇다. 문학의 첫 문장이나 문단은 앞으로 펼쳐질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E.M.포스터의 소설 “인도로 가는 길” 도입부를 예시로 설명한다. “인도로 가는 길”은 “마라바 동굴을 제외하면-그 동굴은 이십 마일 떨어져 있다-찬드라포르 시는 특별히 내보일 만한 것이 없다.~”로 시작한다. ‘마라바 동굴’이 얼핏 보면 소설의 시작인 듯 하지만, 사실 ‘찬드라포르 시’가 문장의 주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런 장치 하나만으로 동굴에 대한 호기심을 더 증폭시키고 저자의 말처럼 동굴의 “모호한 역할을 예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냥 존재하는 문장은 없는 것 같다. 특히 도입부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배경과 전체적인 느낌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 된다.
    

“문학 작품은 대개 그 이전에 무수히 사용되어온 언어를 사용해서 시작합니다.~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문화적 준거 기준을 가지고 그 문장에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문학 작품의 도입부는 실로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이제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가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바로 내 손 안에서.
 

 
사실주의 소설

소설 속 인물은 완벽한 가상인물이다. 하지만 “얘는 가상 속 인물이야”라며 소설을 읽지는 않는다.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읽다보면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저자는 ‘사실주의’와 ‘모더니즘’ 문학 속 인물들을 비교 분석하고 있다. 사실주의 속 인물은 앞서 말한 것처럼 ‘현실’로 느껴질 만큼 신빙성이 있고 입체적이다. 반면 모더니즘은 일관성이나 지속성이 거의 없는 존재라고 한다. 마치 소설을 읽으면서, ‘아 인물은 작가가 창조한 수단일 뿐이 구나’ 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저자가 이야기 하는 ‘사실주의’속 인물이 궁금해졌다. 내가 소설을 읽으며 그렇게 느낀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실주의 소설은 독자가
그 인물들과 동일시하기를 요청합니다.”

 
소설 속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며 마치 그 일이 내 일인 양, 인물과 ‘동일시’하게 된다. 상상 속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또 상상력을 펼쳐나가는 것. 하지만 소설 속 인물이 칼에 맞았다고 해서, 그 아픔을 내가 공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디까지나 소설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때로 ‘대리’경험 양식으로 간주됩니다. 나는 스컹크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알지 못하지만, 스컹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흥미로운 단편소설이 이 점에서 제약을 극복하게 해줄지 모르지요. 그러나 스컹크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더라도 특별한 가치는 없습니다.”


소설 속 인물에 감정이입을 하고, 또 다른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현실이 아니라는 것. 문학을 통해 가지 ‘못 할’ 세계를 경험하고 위험한 세계를 가볼 수 는 있지만 이건 현재, 현실이 존재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상상 속 세계가 아니라.



해리포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앤 K.롤링의 “해리포터”시리즈. 저자는 ‘고아’라는 인물에 대한 장치를 이야기한다. 고독하고 불안한 존재. 우리는 이런 인물에게 마음을 주고 응원을 한다. 해리도 마찬가지로 고아이다. 어릴 때, 해리를 괴롭히는 더슬리 가족을 보며 엄청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해리가 불쌍했고 그래서 위로해주고 응원하게 되었다. 이후 해리의 숨은 능력(?)들과, 교장선생님처럼 해리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안도하고 좋아했다.

아마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해리가 고아가 아니었다면 그를 괴롭히는 더슬리네가 없었다면...? 아마 이전보다 훨씬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인물 이름의 비밀 등 어떻게 문학을 읽어야 하는지 등, 저자는 “해리포터”라는 친숙한 작품으로 우리를 문학에게 한 발짝 더 다가오게 해줬다.
 
다양한 문학을 예시로 들어 말하니 더욱 설득력 있었다. 물론 읽지 않은 문학이 더 많았지만, 그 또한 더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이 한권의 책으로 문학을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입문”으로는 적절했던 것 같다. 소설의 도입부처럼,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은 문학의 도입부, 첫 단어가 되어 주었다.
 

“문학은 그저 언어를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로 느낀 경험에 관한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대체로 당연시하는 표현 매체의 풍부함에 우리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2016년 1월 15일 출간

388쪽

16,000원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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