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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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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연표』는 정직하다. 군더더기 없이 제목에 충실한 책이다. 음악사에서의 중요한 순간들을 아카이브와 연표로 정리하고자 했다는 엮은이의 말처럼 설명을 최소화하고 연표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래서 이 책은 여러 번 손이 갈 것 같은 책이다. 첫 장부터 술술 읽어 내려가면 1501년 최초의 상업적 악보 <오데카톤>이 출판되었을 때부터 2018년 현재까지 클래식 음악의 흐름을 속도감 있게 느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궁금한 작곡가나 새로운 음악을 접했을 때, 색인을 이용하여 그 작곡가나 작품이 어떤 시대적 배경 속에 위치해 있는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사의 빛나는 순간들

 
스스로를 클래식에 무지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클래식 음악 연표』를 천천히 읽어나가면서, 생각보다 클래식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그 부분 부분들이 어느 순서로 이어져 있는지를 정리하지 못했을 뿐. 이 책은 바그너, 베토벤, 드뷔시, 헨델과 같은 유명한 이름들의 시대적 배경과 업적을 정리하고 곱씹어보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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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중후기 시대부터 시작하여 바로크, 고전주의, 낭만주의, 모더니즘,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서만 익숙하게 보았던 음악의 사조와 시대 구분을 살펴보는 것 또한 비전공자로서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르네상스 시기 인쇄술의 발달이 문학사에서만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악보의 보급을 통해 종교음악이 아닌 궁정 음악가들,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등 음악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인간의 무구한 음악의 역사에서 <오데카톤>이라는 최초의 상업적 악보가 등장한 순간을 ‘서양 클래식 음악사의 시작’으로 여길 정도다.

 
 
현대 음악 문화의 뿌리를 돌아보다

 
또 마치 미술사에서 사진기의 발명이 이후의 미술가들에게 크고작은 변화를 가져왔듯이, 이 책에서도 19세기 말 발명된 축음기가 음악가와 음악 애호가들의 관습과 문화의 변화를 촉발했다고 설명한다. 생각해보면 공연장에 가는 것보다 스마트폰 등 개인 기기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음악을 감상하는 경우가 더 많은 우리의 문화가 바로 그 축음기의 발명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 책을 훑어보다보면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작곡가 중심이던 인물 연표에 지휘자, 연주가의 이름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청중의 관심이 난해한 현대 음악보다 익숙하고 조화로운 바로크~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에 집중되었고, 자연스레 작곡가보다는 연주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현대 음악 문화의 뿌리를 거슬러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세계적인 음반사 EMI의 전신이 무려 1887년 ‘노스 아메리칸 포노그라프’라는 이름으로 창립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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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핸드북 안에 500년 이상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들어있다보니, 주요 인물의 출생과 사망, 그리고 주요 업적만이 간단한 단어로 정리되어 나열되어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알고 싶다는 갈증으로 이 책을 손에 든 나는, 오히려 연표 속 사건들 사이사이의 빈 이야기들을 상상하며 더욱 큰 갈증을 얻게 되어버렸다. 이 작곡가의 삶은 어땠을지, 이 음악을 듣던 당시의 청중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연표가 이야기해주지 않은 클래식의 더 풍부한 이야기들로 접근하는 발판을 이 책이 마련해 준 것 같다. 더불어 연표에 소개된 ‘주요 작품’들을 실제로 들어보고, 공연을 관람하고 싶다는 욕구도 일게 해주었다. 『클래식 음악 연표』는 이미 클래식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가진 애호가들이 편리하게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와 같이 클래식을 알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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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듣고 싶었던 음악은 모더니즘 음악사의 혁신적인 작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다. 다른 독자 분들은 어떤 작품이나 작곡가에 가장 흥미를 느끼셨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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