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연우가 돌아온다 [음악]

이 사람의 목소리
글 입력 2018.04.3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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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에 이 사람의 목소리는 좀 재미없다고 생각했었다. 착해빠진 음색 같아서 듣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왠지 불편했는데, 심할 때는 내가 때가 타서 그런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마음이야 그렇다 치고, 듣는 귀는 참 편안하고 좋았다. 잠자기 전에 듣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어서 그 후로 이불 속에서 종종 들었다. 그런데 잠이 오기는커녕 도로 달아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난감했다. 단순히 감상하기 좋은 목소리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작정하고 듣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한 계절 듣다가 그만둘 소리는 절대 아니고, 오랜 시간 동안 아껴가며 들어야 할 소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2.
얼핏 부드러워 보이는 그의 목소리는 사실 회화보다는 조각을 닮았다. 그처럼 매끄럽고 서늘한 처리가 노래 곳곳에서 발견된다. 사람의 목소리를 상아라던지 대리석을 가공하듯 다듬게 되면 이런 느낌이 나게 되는 걸까. 긴 호흡이 요구되는 노래에서도 웬만해서는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그야말로 단단한 조상(彫像)을 떠올리게 하는 기량이다. 가끔은 그 자신이 자기 노래의 감상자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럴 땐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 하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식의 완벽을 추구하는데도 무정한 물체 같은 음악을 하는 건 아니니 그게 참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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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연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언제가 TV 프로그램에서 김장훈이 김연우의 음악을 놓고 ‘착한 슬픔’이라는 비유를 했던 것을 기억한다. 아마 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감정 처리를 이르는 것일 테다. ‘악을 쓰지 않아도 돼.’ ‘울부짖지 않아도 돼.’ 더욱 마음에 든 건 어렵게 표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직하고 단출하게 표현하는 그런 감성이, 그런 호소력이 김연우에게는 있다.


4.
현실의 힘든 감정도 노래나 글을 통해서는 얼마든지 견딜만한 것으로 바꾸어질 수 있다. 자기 위안에 불과한 것이라고? 결코 그렇지 않다. 고작해야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견뎌내는 것이 전부라고 한다면, 그것이 유일한 길이라면 노래하거나 글을 쓴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마치 밥을 먹거나 사랑을 하는 일처럼 말이다.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한 일도 못된다. 하지만 어떤 노래는, 누군가가 써 내려간 글은 항상 빠짐없이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서 골몰하게 된다.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지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거의 없다. 그런 글이나 노래는 쓸데없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아서 집착하는 내가 도리어 깨끗하게 비워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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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 번은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걸어가다가 흠칫했던 적이 있다. 늦은 오후였고, 어쩌면 단순히 기분 탓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하필 그곳에 키가 큰 풀들이 가득했던 것이다. 유난히 길게 드리워진 잎새 그림자가 발치에 닿을 듯했다. 왠지 꺼려져서 멀찍이 피해가며 걸어갔는데 여전히 그 잎새 그림자가 걸음마다 드리워져 있는 듯 했다. 이런 걸 떨쳐낸다는 건 별로 자연스럽지가 않지만 어쨌든 걸어가면 그만이고, 그렇게 걷다 보면 아무렇잖게 잊게 될 것이다. 아니면, 그러기를 바라는 것이 김연우가 표현하고자 하는 슬픔이나 상실감이 아닐까, 생각한다.


6.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가 감당하지도 못할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것이 아닌)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을 가까스로 주워 담아 부르는가 하면 처음부터 자신의 것인 양 듣기 좋게 포장하기도 한다. 슬픔을 극도로 추구한 나머지 감정을 지나치게 쏟아내는 경우도 있는데 개중에는 자기 비하의 감정들이 으뜸이다. 이런 건 마치 배설물을 보는 듯해서 역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말 좋은 가수라면 듣는 사람의 자존감도 생각해줘야지 않나. 감정 표현에도 적절한 수위 조절이 뒤따라야 한다. 동병상련까지는 좋지만 함께 진창을 구르자는 건 아무래도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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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꿈이에요. 노래하는 김연우를 보면 이런 느낌이 들죠. 절망과 꿈을 동시에 암시하면서, 어느 쪽도 쉽사리 선택하지 않고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펼치는 것 같아요. 그는 아시다시피 이별 노래 전문 가수죠. 뭐, 노래는 듣는 사람 나름이잖아요. 절망하든, 다시 꿈을 꾸든 선택하는 것 역시 듣는 사람의 몫이고요.”


8.
김연우가 돌아온다. 오는 5월 10일 다섯번 째 정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지난 2011년 11월 발매한 'Mr. Big' 이후 7년만이다. 전국투어도 계획 중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의 정규 앨범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가수 김연우는 어떤 고민을 하면서 작업을 했을까. 대중들은 김연우에게 무엇을 더 보여줄 수 있는지를 물을지도 모른다. 그는 어떤 어려운 곡도, 어려운 감정도 놀랍도록 쉽게 소화하는 가수이다. 배후에는 물처럼 어느 것에나 날카롭게 스며드는 감성이 있다. 신규 앨범을 통해 그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귀담아듣고 싶다. 그의 목소리와, 다시 한번 사랑에 빠지고 싶다.


WONDER LIVE: Kim Yeon Woo(김연우)
_ Move(무브) & 3 other songs(외 3곡)


[강사랑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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