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모르는 새로운 '춘향'

글 입력 2018.04.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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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모르는
새로운 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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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21일 – 4월 1일
예술공간 서울
평일 8시 / 토, 일 4시 / 화 공연없음
 
극본, 연출 이수인
출연 cast 백익남, 이춘희, 선명균, 박창순,
송은지, 고애리, 윤대홍, 이진주, 장승연, 김치몽
Guitar 엄태훈
Percussions  김솔지  
무대, 조명 강경호, 장주희/ 의상 이명아/분장 김근영
보컬지도 김은정/ 조연출 장한새/ 기획 이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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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감정들이 고전의 재해석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바라보기.
 
춘향전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한국에서 교육과정을 끝마치셨다면, 초등학생때부터 몇 번은 반복적으로 익혀오셨을 법 한대요. 전라도 남원에서 벌어지는 춘향과 몽룡의 신분을 초월한 지고지순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춘향은 몽룡을 기다리며 괴로운 시간을 버텨내고 결국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절개'의 상징으로 자리잡게 되는데요. 여기까지가 기존 <춘향전>의 줄거리입니다.

이번 연극 <춘향>은 고전소설과 판소리 등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의 이야기와 인물들의 특정 부분을 빌어 완전히 새롭게 연극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춘향이라는 인물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지만 어떠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기보다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불안과 같은 다양한 감정들을 극적으로 나타내는 것에 주목했는데요.

기존 춘향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듯한 느낌은 관객으로 하여금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 어떠한지에 생각할 기회를 갖게합니다. '멜랑꼴리 버라이어티쇼'인만큼 특유의 현란하고 코믹한 대사들이 날고 춤추는 가운데 정교하고 아름다운 움직임과 음악이 조화롭게 어울립니다. <춘향>은 드럼, 심벌즈 그리고 기타와 다양한 종류의 생생한 효과음까지 공연 내내 연주되는 라이브음악을 포함해 담백하면서도 진한 구성의 총체극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작되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그 조용한 움직임을 부수고 나오는 춘향의 첫 대사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전까지는 굉장히 실험적이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 이후부터는 다른 의미의 실험성과 분위기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명색이 고전이라면 세월이 지나면서 지방마다 다른 버전, 조금은 각색된 이야기,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바라본 이야기 등 다양한 시리즈를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먼 훗날 미래세대에게는 이 극 또한 원래 춘향전을 지금 시기의 정서를 반영하여 맛있게 멋있게 각색한 또 다른 지류의 고전으로 남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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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면서도 짧게 그리고 묵직하게

이 연극은 기존의 춘향전이 가진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강박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극시리즈를 연이어 연출해왔던 극단답게 묵직함이 있습니다. 공연관람이 끝나고 난 뒤에 각본과 연출이 누구인지 찾아봤을정도로 굉장히 강렬했던 작품이었는데요. 포스터에 나왔던 춘향의 전통적인 복장과는 다르게 등장인물들은 현대적인 의상과 섞어입고 등장합니다.

연극은 종합예술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는 모든 것 그리고 그 중에는 의상도 포함이 된다고 보는데요. 관객으로서 해석하기에는 이 복식을 통해 각 인물이 얼마만큼 재해석이 되었느냐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춘향을 비롯한 여성 등장인물은 한복을 기본으로 하여 모자나 외투, 장갑 등에서 현대성이 드러납니다. 반면에 이몽룡과 방자 그리고 변사또는 온전하게 현대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합니다.

한복위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노란색 빵모자를 쓴 춘향은, 그 옛날의 곧음을 가지고 있지만 조금 다른 류의 곧음입니다. 고전에서는 자신의 정조를 지킨다는 점에서 절개의 아이콘적인 의미가 강했습니다만, 이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먼저 자신의 요구를 제안하고 거래를 제안하는 당당한 여성의 이미지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지고지순적인 태도가 과연 '좋은' 것일까요? 오히려 변화에 발맞춰서 즉각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도 평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닐까요?

현대적 복색의 이몽룡과 변사또는 인물주변의 관계만 그대로일뿐 새로운 인물로 창조되었습니다. 먼저 몽룡의 어머니와 그는 마치 현대의 치맛바람 거센 어머니와 그 밑에서 쩔쩔매는 자식과도 같은 형상을 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극적이게도, 몽룡이는 이걸 버티지 못하고 결국 미쳐버리고 맙니다. 이 부분이 과정없이 결과로 보여지기 때문에 쌩뚱맞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파격적인 전개에 놀라움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마지못한 마음의 부모와 함께 남원으로 돌아오는데요. 결국 장원급제도 춘향이도 모두 잃고 정신의 끈을 놓아버린 안타까운 모습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만났던 변사또 또한 우리가 알고있던 욕심많고 춘향을 괴롭히는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순정남'으로 그려져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춘향을 지키는데요. 사랑하기에 너를 사랑할 날을 기다렸고, 사랑하기에 너의 아픔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대사에서는 오히려 관객쪽에서 무릎을 탁하고 치며 깨달음을 얻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절개와 지고지순의 대명사인 춘향은 이를 보고 결국 몽룡도 변사또도 아닌 다른 새로운 남성을 만난다는 결말은 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는 지점이 되었네요.

이 외에도 재밌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렇게 현대적으로 재탄생된 인물들은 "아시다시피 ", "모두가 아는 이유로" 등과 같은 대사로 등장하고 또 사라집니다. 또 현란하고 유려하지만 코믹적이고 "짧게","ㅋㅋㅋ"를 외치는 대사들은 감칠 맛까지 돕니다. 분명 본디 춘향이가 살던 시대에도 존재했고 지금 우리도 경험하고 있는,  시대를 관통하는 다양한 감정들이 그것을 담는 양식에 따라 어떤 식으로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지만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것, 그리고 그 미묘한 차이에서 극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게 관객의 몫이겠죠. 짧지 않은 시간을 길지 않았다고 생각할 만큼 세련되고도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 훌륭한 연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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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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